[국경 너머 기회찾아] ④캘리포니아 Google Plex 박보영 동문

  유리천장은 여성의 사회참여나 직장 내 승진을 제한하는 장벽을 지적하는 표현이다. 영국 시사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올해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조사한 유리천장 지수에 따르면 오늘날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유리천장과 함께 높은 실업률과 낮은 임금으로 많은 여성이 해외취업을 꿈꾸고 있지만, 해외 생활에 대한 상상과 실제 해외취업 준비에는 큰 차이가 있다.

  다국적 기업 취업에 필요한 조언을 듣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 구글 본사 취업에 성공한 박보영(영문·06년졸) 동문과 윈드 리버 인텔에서 근무 중인 정현선(비서·96년졸) 동문을 만났다.

 

▲ 미국 캘리포니아 구글 본사에서 근무하는 박보영 동문 제공=이화보이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플렉스(Google Plex)는 다국적 기술 회사 구글의 본사다. 구글 하드웨어 운영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보영(영문·06년졸) 동문을 만나 구글 본사의 유일한 한국 여성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들어봤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부를 졸업하기 전 해외 취업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지만 박씨는 그가 해외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저는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분명한 목표를 가진 학생이 아니었어요. 다만 가능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다양한 일을 접하려 최선을 다했죠. 그래야 제 인생에 후회가 없을 것 같았거든요. 물론 이런 가치관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목표에 따른 차이일 뿐이지만요.”

  박씨는 구글 한국 지사에서 일하다가 우연히 구글 본사로 출장을 갔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의 고요함에 매력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해외에서 일하는 것을 꿈꾸는 것과 이를 위해 실제로 노력하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일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난 후, 구글 본사에 지원여부를 결정하는 것에만 3개월이 걸렸어요. 그리고 미국에 1년 정도 머무르는 게 나쁠 건 없다는 결론을 내렸죠.”

  구글 본사에 지원하는 것은 한국에서만의 경쟁이 아니라, 전 세계적 차원의 문제였다. 박씨는 본사 발령을 원하는 사람들의 이력서가 전 세계에서 오기 때문에 그 속에서 자기만의 경쟁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처음에는 상사의 조언에 따라 MBA 지원을 준비했어요. 그런데 MBA 준비는 미국에서 일자리를 얻기 위한 도움책이잖아요? 그것보다는 해외에서 일하는 경험을 쌓는 게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을 했고, MBA 준비를 그만두기로 결심했어요.”

  구글 플렉스 건물 내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독특한 인테리어다. 대부분의 사람이 사무실을 떠올렸을 때 생각하는 인테리어와는 사뭇 달랐다. 다양한 디자인의 전구라던가, 건물 제일 위층과 1층을 연결하는 미끄럼틀 등 파격적인 인테리어는 구글의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다.

  “상사에게 다른 부서로 이직하고 싶다고 밝히는 게 불편한 한국과는 다르게, 미국의 직장 문화는 회사 전체의 발전만큼이나 개인의 계발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미국에서 상사는 단순히 업무상의 용건만을 담당하지 않아요. 직원의 미래 목표를 실현할 수 있게 하고, 관련된 프로젝트를 제공하는 등 지원을 하는 것 역시 상사의 책임으로 여기죠.”

  직원들이 어떠한 제약도 없이 자기 생각을 말하고, 오히려 이를 장려하는 분위기는 이상적인 회사의 모습이다. 그러나 자기 생각을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는 것을 미덕이자 겸손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인들에게 이런 사내 분위기는 다소 낯설다. “저도 처음 구글에 왔을 때는 내성적인 성격상 의견을 제시하는 게 어려웠어요. 제 동료들이 회의에 참여할 때 특히 그랬죠. 저는 아직도 회의에서 제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기 위해 노력 하고 있어요.”

  한국의 많은 여성은 미국의 근로 환경을 여성 친화적일 것으로 기대하며 해외 취업을 꿈꾼다. 그러나 유리천장은 실리콘 밸리에도 존재했다. 박씨는 실리콘 밸리에서 인종차별을 겪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여전히 존재하는 유리천장이나 인종차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일하는 것은 여러 이점이 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미국 회사는 육아 휴직 등 직원 복지를 최대한 보장한다. “남자와 여자 모두 상사의 압력 없이 약 5개월의 육아 휴직이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한다면 사전에 계획을 세워 참여할 수 있어요.”

  이전 경력을 인정받아 구글 본사 취업이라는 목표를 이뤘지만, 그 역시 취업을 준비할 당시 안정된 직장에 다니던 동기들을 보며 불안해하던 시간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으려 애썼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때는 누구나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격려했다.

  현재 그의 목표는 일상생활의 질을 높이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다. 

  “제가 여기서 일한 지 어느덧 6년이 됐지만 아직도 제가 하는 일과 미래에 대해 확신할 수 없어요. 그러나 이런 고민은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하고 있죠. ‘내가 이 직업에 적합할까?’ 너무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박씨는 자신이 경험했던 많은 일들이 모여 목표를 이룰 수 있었던 것처럼 더 많이 도전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말라고 조언했다.

  “적합한 경력을 쌓는 것은 해외취업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면서 핵심적인 부분이에요.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아 나서는 것 역시 개인의 노력에 따른 문제죠. 취업을 준비할 때 회사의 인지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력서에 도움이 될 회사만을 찾는 것보다 스스로의 경력에, 스스로의 역량에 정말 도움이 될 회사를 선택했으면 좋겠어요.”

 

⑤샌프란시스코 Wind River Intel 정현선 동문

 

 

  대담하게 부딪히세요

  정현선(비서·96년졸) 동문이 근무하는 곳은 샌프란시스코의 알라메다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섬인 알라메다에 있는 윈드 리버에서 인텔 수석 계약 협상가로 일하고 있다.

  정씨는 해외에 지사를 둔 은행에서 일한 아버지와 어린 시절을 5개국에서 보냈다. 그의 아버지는 여러 차례의 이민이 정씨의 정체성을 흐릴 것을 우려해 대학은 한국에서 다닐 것을 권했다. 친척 대부분이 본교 졸업생이었던 그녀는 자연스럽게 본교의 입학을 결정하게 됐다.

  그는 오랜 시간 해외에서 지내다 대학 입학을 위해 귀국하자, 동기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 이런 상황은 그가 한국의 학교에 익숙해지는 데 장애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양한 배경을 경험했던 어린 시절이 축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교 재학중 동아리 외에도 만화영화 성우 녹음부터 아시아 체조 올림픽 아나운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다. “서로 다른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협상가로서 큰 선물이었어요. 이화는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문 역량을 키울 수 있게 도와줬죠.”

  정씨가 해외에서 취업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에서의 업무 경험 때문이었다. “특히 한국 무역 센터에서 일한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자라온 환경상 영어 구사도 능숙했고, 한국 문화 역시 잘 알고 있었거든요. 그 덕분에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던 중소기업을 도울 수 있었어요. 당시 회장님이 제가 도움이 됐다고 고마움을 표할 때 정말 큰 성취감을 느꼈어요.”

  그가 해외취업의 기회를 잡은 것은 윈드 리버가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할 때였다. 읜드 리버가 문화적 트렌드와 비즈니스 문제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협상가를 찾으면서 해외취업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정씨가 처음으로 맡은 업무는 기업 인수·합병 프로젝트였고, 이를 통해 미국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해외취업으로 성공적인 첫 시작을 끊었지만 , 그는 실제 업무 환경을 대면했을 때 스스로의 약점과 실무적 능력에 대한 부족함을 느꼈다. 업무를 담당하면서 기업 재무, 회계 및 경제 분야에서 부족함을 느꼈던 그는 UC 버클리대 확장 프로그램을 통해 공부할 것을 결심했다. “학교를 그만두고 괜찮은 직장에 정착하길 바라는 학생들을 자주 봐요. 하지만 일단 사회로 나간다면, 현장에서 수년간의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과 경쟁해야 하죠. 이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스스로를 발전시켜야 해요.”

  정씨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부에 몰두했다. 그는 공학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세미나에 참석하거나 마케팅 자료를 읽으면서 전문 지식을 지속적으로 키웠다. 협상의 기술 측면을 감독하는 제품 관리자가 있지만, 정씨는 회사의 아젠다와 해당 분야의 추세를 주도적으로 파악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시아 여성들은 해외취업 시장에서 온순하고 자기 생각이나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과 맞서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씨는 “아시아 여성들을 순종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불쾌했어요. 자신의 주장을 확실히 하고 자신감을 가지세요. 그래야 이런 편견에 반박할 수 있어요”라고 충고했다.

  정씨는 해외 취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제가 말하는 모든 것은 다른 학생들이 일하고자 하는 어느 나라에서도 적용된다고 생각해요. 여러분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임금 혹은 대가와 상관없이 소중한 경험을 한다는 것 자체를 보물로 여겼으면 좋겠어요. 그 모든 것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자양분일 테니까요”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