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일은 보험계리컨설팅이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일이 아닌 건 분명하다. 나의 직장을 말할 땐 항상 긴 설명을 붙여야하기 때문이다. 이 업무에 대해 설명 하려면 우선 보험계리 업무부터 말하는 것이 좋다. 정확한 설명을 위해 보험업법에 있는 보험계리사의 의무를 찾아보았다.

  ‘(184조) 보험계리사의 의무는 보험사업자가 보험업법에 의하여 재정경제원장관에게 제출하는 서류에 기재된 사항 중 책임준비금 기타 보험계약에 관한 준비금, 보험료와 보험계약에 의한 대부금의 계산이 정당한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다’

  ‘계산이 정당한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 포인트다. 그래서 수학, 통계, 경제학 전공자들이 보험계리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계리를 공부한 사람들은 주로 보험회사에서 일한다. 물론 보험회사에만 가는 것은 아니다. 금융감독원, 보험개발원 등 보험 관련 업무를 하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고 수협중앙회, 신협중앙회 등 공제 업무를 하는 곳에 있는 사람, 그리고 나처럼 계리법인을 가는 사람도 있다.

  내가 주로 하는 일은 검증업무다. 보험회사에서 상품을 개발하거나 개정할 때 외부에서 검증을 받는데, 우리 회사가 그 ‘외부’다. 또, 보험회사는 분기별 혹은 반기별 등 주기적으로 책임준비금(보험회사가 부담한 보험계약상의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적립하는 준비금) 검증을 받는데, 그 검증업무를 수행한다.

  내가 보험계리분야와 맞는가 생각해보면 그런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다. 이 분야로 가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간단했다. 난 숫자 다루는 것을 좋아했고,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 자격증을 준비하던 긴 과정, 남들보다 유난히 길었던 취업준비 기간을 거치고 나서 자리 잡은 이 분야는 내가 생각한만큼 반짝거리지만은 않지만 꽤 마음에 든다. 나는 출근하고부터 퇴근할 때까지 대부분 시간에 숫자를 본다. 프로그램도 한글, 워드보다 엑셀을 사용하는 시간이 월등히 많다. 값을 계산하고, 비교하는걸 반복한다.

  다른 회사와 끊임없이 연락해야 하는 것도 특징이다. A회사의 상품을 검증할 때면 하루에도 몇 번씩 A회사의 담당자와 통화하고, 메일을 주고받는다. 준비금 검증을 할 때 아예 그 회사로 보름정도 출근한다. 학교를 다니는 내내 학생회, 봉사단, 동아리를 할 정도로 활동적이고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는 좋은 환경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일상이기 때문일까, 우리 회사는 명함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입사 다음 날 내 명함을 받았을 정도로.

  여러 보험회사를 다니고, 연락하면서 느낀 것은 보험계리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차분하다는 것이다. 숫자를 다루는 업무를 하려면 꼼꼼해야 하기 때문인지 보험회사에서도 차분한 사람을 원하는 것 같다.(이건 취업준비를 수년간 했던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입사하고 며칠 안 돼서 내가 왜 그렇게 수많은 면접을 탈락했는지 알 수 있었다.

  꼭 맞는 부분도, 조금 다른 부분도 있지만 나는 그럭저럭 이 회사에 적응하고 있다. 지금은 과거 내가 생각했던 멋있는 이화선배들과는 달라도, 더욱 성장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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