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6.2 금 15:20
대동제, 기숙사
   
> 뉴스 > 기획 > 사회·문화
       
"상처는 삶의 일부, 인생의 무늬로 받아들여야…"
2017년 03월 20일 (월) 유현빈 기자 heybini@ewhain.net

 

 

 
 
  ▲ 사진=본인 제공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 한 켠에 생채기를 안고 살아간다. 저마다 상처를 극복하고, 고통을 잊고, 아픔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과연 우리는 마음속 상처를 극복할 수 있을까?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 작가 이수경(영문·81년졸)씨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마음에 생긴 생채기는 이미 삶의 일부가 됐기에 버리거나 극복할 수 없고, 우리는 상처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여덟 명의 주인공이 가진 각기 다른 마음의 상처와 그를 바라보는 삶의 방식을 다루고 있다. 각기 다른 마음의 상처를 가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집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를 쓴 이수경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대부분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경험한다. 하지만 그들은 상처를 붙잡지 않고, 살아가면서 생기는 인생의 무늬로 받아들인다.

  쓰라린 상처가 있던 자리는 시간이 지나 다른 상처로 뒤덮인다. 새로운 상처에 괴로워하다 보면 자연스레 과거의 상처가 상대적으로 가볍게 느껴지게 된다는 것이 작가가 상처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소설집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에 수록된 여덟 편의 소설 중 개인의 상처를 다룬 세 편을 골라 세 여성의 인생과 상처, 그리고 그들이 상처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이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문학평론가 이병훈 교수의 작품해설을 참고했다.

 

  △ 트라우마를 부정하지 않고 바로 보다 … 「당신의 기억색」 주인공 한혜주

  평범한 30대 여성 한혜주는 어느 날부터 사람의 얼굴을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 분명 아는 사람인데 얼굴이 비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통스러워하던 혜주를 바라보던 애인은 ‘기억색’으로 인한 증상이 아니냐는 말을 던진다. 이 소설에서 기억색이란 우리가 바다를 파란색이라고 인식하고 있듯 자신도 모르게 직·간접적으로 입력된 정보를 뜻한다.

  혜주는 평생 계속되는 어머니의 폭언을 들으며 화를 내지 않기 위해 억지로 그 상황을 합리화해왔다. 모성애에 대한 자신만의 기억색과 따듯함으로 대표되는 모성애의 일반적인 기억색의 편차가 커 인지 능력에 장애가 생긴 것이다.

  혜주는 어머니의 사랑을 받기 위해 오랜 시간 필사적으로 노력해왔다. 그러나 혜주가 어머니를 이해하려 할수록 혜주의 상처는 깊어졌다. 인지능력 장애는 혜주가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고, 어머니에게 참았던 분노를 쏟아내자 사그라든다. 어머니가 자신을 향해 세우고 있던 적대심의 칼날을 왜곡 없이 바라보는 태도가 증상을 호전시킨 것이다. 이를 통해 이수경 작가는 인생에서 시련을 똑바로 바라보고 상처를 인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살다 보면 생각해보지 않았던, 상상해보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져요. 그런 일 중에는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경우도 있죠. 시련 때문에 삶이 왜곡되거나 일부 와해되더라도 살아 있기 때문에 지난날을 잊고 새롭게 살기를 소망하는 것, 또 그 소망이 이뤄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제가 느낀 인생의 모습이에요. 고통을 느끼는 누군가가 글을 읽으며 삶은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음을 믿게 되길 바라요.”

 

  △ 상처는 자연스럽게 생긴 ‘인생의 무늬’ … 「작고 마른 인생」 주인공 선화와 희영

  「작고 마른 인생」에서는 두 명의 주인공 희영과 선화가 등장한다. 각자 다른 삶의 상처를 갖고 있지만, 희영의 시선으로 선화의 삶과 상처가 그려진다.

  희영의 할머니는 교통사고로 죽은 희영의 오빠 대신 또 다른 손자를 바랐다. 희영의 어머니가 아이를 낳으려면 쉬어야 한다며 데려온 가정부가 9살이던 고아 선화였다. 그렇게 희영은 가난함의 실체로 다가온 선화를 처음 만난다. 아이 낳기를 거부한 어머니 탓에 선화는 6개월이 채 되지 않아 집을 떠나고, 어머니는 이혼을 결심한다.

  십수 년이 지나 희영은 선화를 다시 만난다. 선화는 ‘수출의 역군’이라는 이름으로 혹사당하던 여공으로 살고 있었다. 과거와 달리 꾸민 모습이었지만, 희영은 여전히 그에게서 풍기는 가난을 다시 느낀다.

  세 번째로 아파트에서 희영과 아파트 미화원 선화가 만났을 때, 희영은 선화의 고된 삶을 위로하기 위한 작은 선물을 준비한다. 희영은 선물을 건네며 선화가 경비 아저씨에게 선화 자신의 어린 시절을 과장하고 미화해 얘기하는 것을 듣게 된다. 하지만 희영은 아는 척하지 않는다. 모르는 척 조용히 바라보는 것이 상처를 가진 희영이 상대의 상처를 위로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선화는 상처로 문드러진 인생을 살았다. 고아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의지할 곳 하나 없었고, 평생 쉴 새 없이 자신을 마모시키며 일했다. 그런 상처를 선화는 과거에 대한 거짓말로 견뎌낸다. 극복이 아닌 왜곡을 택한 것이다.

  여러 작품들에서 사람들의 상처와 극복 방법을 다룬 이 작가는 상처 자체를 ‘익숙한 것’으로 본다. 사는 동안 셀 수 없이 상처받고 상처 주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우리들 삶의 모습이라는 이야기다.

  “상처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상처를 인식하고 때로는 순응하거나 저항하며 살죠. 그러니 소설 속의 인물들도 생채기를 알아채고, 고통스러워하다 이를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요.”

 

  △ 나를 옭아매는 어머니의 환영으로부터 독립하다 …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주인공 임지영

  영어학원 강사 지영은 쏟아져 나오는 고학력자와 능력있는 동료 강사들에 밀려 도태된다. 그러나 그녀는 3년 4개월간 홀로 꾸준히 등록해준 학생 마이클 덕에 계속해서 강사로 일한다.

  6개월간 출장을 가게 된 마이클은 마지막 수업에서 지영에게 서로 가정이 있으니 열정과 친밀감만을 가진 ‘낭만적인 사랑’을 하자고 제안한다. 마이클이 출장을 가게 돼 가르칠 학생이 없어 학원을 그만두게 된 지영은 만족스럽지 않은 결혼  생활에 지쳐 마이클에게 연락한다.

  사실 지영의 선택은 결혼생활로부터의 도피보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 받았던 상처들과 기억에 대해 반항하고 저항하기 위함이다. 지영은 딸을 돌보는 것보다 집안을 반듯하고 청결하게 하는 데 더 집중한 어머니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작가 또한 지영의 트라우마를 지영이 어릴 적 손을 데인 모깃불에 비유해 표현하는 등 그녀의 선택 자체보다 어머니에 대한 지영의 심리적 태도를 자세히 표현한다.

  이 작가는 「당신의 기억색」에 이어「어머니를 떠나기 좋은 나이」에서도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와 상처를 이야기한다. 작가는 시간 강사로 여성학을 가르칠 때 어머니로부터 상처받은 많은 학생들을 만났다며 어머니에 대한 관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여러 여학생에게 어머니는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인 동시에 자신을 서럽고 아프게 하는 존재였어요. 상처를 주는 것들은 대단히 중요하고 큰일들이 아니라 소소하고도 일상적인 것들인 경우가 많은데 차별받고 무시당한 경험 등이 아프게 남아 있었던 거죠. 그런데 왜 우리는 어머니를 하나의 형상으로만 바라보려 하는 것일까요? 이것은 어머니에게도, 어머니를 바라보는 우리들에게도 억압이 아닐까 생각해요.”

  이 작가는 시련을 맞닥뜨려 고민하고 애쓰는 학생들을 위로하고 싶어 했다.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지금 내가 좋은 성과를 내든 못 내든,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간에 이 세상에서 ‘나’는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니까요.”

 

  ♦책 소개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는 주인공이 다른 여덟 편의 소설을 담은 소설집이다.

  등단 이후 첫 작품인 「가위바위보」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바람 이야기」에서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졌다가 혈혈단신 인적 없는 삶을 살아가는 30대의 미혼모인 자서전 작가의 삶을 이야기한다.

  이 작가의 작품 중 유일하게 남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빈 의자」에서는 불안과 고독이라는 병을 앓는 이혼남의 상처를, 「넉넉함을 위하여」에서는 아버지의 강압과 폭력으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는 이혼녀의 에피소드를 다룬다. 

  유일하게 아무런 트라우마 없이 ‘하얀 기차’라는 카페를 운영하는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하얀 기차」, 상처와 치유에 대한 작가의 견해를 엿볼 수 있는 「작고 마른 인생」,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여주인공의 홀로서기를 다루고 있는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가 실려있다. 

유현빈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이대학보(http://inews.ewha.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입후보자 인터뷰 ①
입후보자 인터뷰 ②
입후보자 인터뷰 ④
입후보자 인터뷰 ③
이번주 투표 진행··· 26일 16대
입후보자 8명 ‘차별화된 장점’을 밝
여성철학자로 30년... 교육환경,
“학생들 표 집중 영광··· 신뢰 바
이화는 김혜숙을 원했다
눈을 감아야만 볼 수 있는 세계···
신문사소개 기자소개 사칙ㆍ윤리강령 광고안내 구독신청 기사제보 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자대학교 이대학보(ECC B217)
Tel. 편집실 3277-4541, 4542, 4543. 사무실 3277-3166, 316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화경
Copyright 1999~2009 이대학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akbo@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