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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에서 핀 세계 4위, 모굴 스키의 가능성을 보여주다
2017년 03월 20일 (월) 강희조 기자 heejo129@ewhain.net
   
 
  ▲ 프리스타일 스키・스노보드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듀얼 모굴 경기에서 국내 최고 성적을 기록한 서지원씨 김수연 기자mangolove0293@ewhain.net  
 


  모굴 스키는 전용 슬로프에서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는 프리스타일 스키의 한 종류다. 모굴 스키에서 ‘모굴(mogul)’은 눈이 울퉁불퉁하게 쌓였다는 의미다. 다른 스키 경기는 속도를 겨룬다면 모굴 스키는 속도, 기술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현지 시각으로 9일 스페인 시에라 네바다에서 열린 프리스타일 스키·스노보드 세계선수권대회(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서지원(체육·13) 선수가 듀얼 모굴 4위에 올랐다. 역대 국내 모굴 스키 성적 중 최고 성적이었다. 

  모굴 스키는 특유의 화려함으로 미국과 캐나다, 일본 등에서는 이미 인기 종목이다. 그러나 1988년 동계올림픽 종목으로 처음 채택되는 등 공식 종목으로 알려진 기간은 짧은 편이다. 한국에서는 처음 듣는 사람이 많은 생소한 종목일 수밖에 없다. 서 선수는 모굴 스키 1세대 선수다. 새로운 종목을 개척해야 했기에 연습 생활은 쉽지 않았다.

  그는 8살 때 아버지의 권유로 모굴 스키를 처음 접했다. 당시 모굴 스키에 대한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에 서 선수의 아버지는 직접 해외 선수들의 동영상을 보고 동작을 가르쳐야 했다. “모굴 스키를 배우고 싶어도 경기장이나 연습할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아버지가 직접 눈을 쌓아 울퉁불퉁한 슬로프를 만들어주셨어요.”

  경기장과 감독도 없었고, 장비는 해외 구매가 아니면 구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장비를 자비로 구하는 것이 힘들어 그만둘 것을 고민하고 있을 때, 대한 스키 협회와 현재 소속 팀인 GKL 스키팀의 지원이 시작됐다. “모굴 스키는 신체 조건이 상관없는 종목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한국인에게 가능성 있는 종목이라고 생각했고 그걸 스키 협회가 알아준 것 같아요.”

  이제는 모굴 스키는 많이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다. “스키장에 가면 어린 학생들이 모굴 스키를 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저와 동기들이 거의 1세대나 마찬가지라 모두 은퇴한 뒤 모굴 스키의 미래에 대한 걱정도 많았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 뿌듯하죠.”

  모굴 스키는 두 개의 점프 동작을 필수로 선보여야 하는 종목이다. 유연성과 균형감각도 필요하지만, 부상을 피하기 힘든 종목이기도 하다. 

  “점프가 안 무섭다고 하면 거짓말이에요. 항상 무섭지만 제 자신과 감독을 믿어요. 슬로프에서 점프하기 전에 동작을 충분히 연습하거든요. 몸에 완전히 익히고 나서 감독의 허락을 받아야 진짜 눈 위에서 동작을 펼치죠. 기술을 익힌 나 자신과 눈 위로 보내준 감독을 믿으면 무서워도 뛸 수 있어요.”

  국내에서 생소한 스포츠인 만큼 아직 국가 대표 선수층이 두텁지 않다. 서 선수와 선수생활을 함께 하는 선수단은 어린 시절 함께 모굴 스키를 접하고 배웠던 4명뿐이다. “선수단에서 저와 서정화 선수, 서명준 선수는 사촌지간이에요. 가족이라고 해도 서로 누가 더 잘했는지는 신경 쓰이죠. 이전에는 제가 좀 부족했는데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결과로 만회한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도 들어요.”

  서 선수는 작년부터 이어진 슬럼프로 이번 대회는 특히 자신이 없었다. 슬럼프 기간에는 한계를 느껴 진지하게 은퇴를 고민도 했다. 재작년까지 잘 나오던 성적이 계속 떨어졌고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꾸준한 연습은 슬럼프를 잊게 했다. 이번 경기에서 32강에 이어 16강도 이기자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때부터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연습만 했어요. 무아지경인 채로 몸이 연습했던 것을 기억해 자연스럽게 동작을 했던 것 같아요. 계속 연습하는 것 외에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계속 연습하는 것뿐이었어요. 반복에 지치지 않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하잖아요. 언젠간 지나가리라 믿고 평소대로 행동했죠.”

  시상식에서 서 선수는 아쉬움과 기쁨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선수층이 얇기 때문에 4위가 결정되는 순간 국내 최고 성적임을 직감했다. 그러나 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서 선수와 함께 운동한 대표단의 반응은 달랐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많은 축하를 받았어요. 시즌이 끝나서 선수단끼리 샴페인을 터뜨리기도 했죠. 저도 아쉬움보다는 잘해낸 자신을 인정해주고 싶었기 때문에 마음껏 즐겼어요.”

  시즌이 끝났지만 서 선수는 다음 시즌과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학교에 돌아오지 않았다.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는 연습할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하고, 훈련이 수업으로 인정되기도 쉽지 않았어요. 시즌을 준비하는 봄철에 복학하는데, 최대한 학교 시간표에 맞춰 생활했죠. 운동은 ECC 헬스장에서 하고 훈련으로 시험을 못 볼 때는 리포트로 대체했어요. 이번 학기는 1년 남은 평창동계올림픽 연습에 집중하기 위해 휴학을 선택했어요.”

  서 선수는 교내 활동 중 스키 동아리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며 직접 부원들에게 스키를 가르쳤어요. 국가 대표가 속한 동아리라며 동아리원들이 자랑스러워한다는데, 사실인지 모르겠어요.”

  서 선수는 올림픽 출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현재 대회에 출전하면서 자격 요건 중 하나인 FIS(국제 스키 연맹) 점수를 충분히 땄기 때문이다. 출전에 필요한 점수는 100P인데, 이번 대회 입상으로 서 선수는 500P를 받았다. 앞으로 다른 국제 대회에서 성적을 충분히 내며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할 예정이다.

  서 선수의 목표는 하는 일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기존에 목표했던 ‘4등이 아닌 3등을 하고 싶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것이다’ 같은 구체적인 목표는 슬럼프를 겪으며 달라졌다.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멋지게 선수 생활을 끝내고 싶어요. 누군가 제 이름을 기억해줄 만한 선수로 남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국제 대회에서 입상한 멋있는 선수’라는 칭찬에 서 선수는 본교생 모두가 자신보다 멋있는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저는 모굴 스키 선수라는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우리 학교 학생은 자기 일은 물론 교내의 많은 일에 대처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학생들이 모두 잘하고 있고 더 잘해낼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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