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년 역사를 가진 명문사학으로서의 본교의 위상은 이번 정유라씨 입시·학사 특혜 파문으로 크게 추락했음이 여론조사 결과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본교가 자랑처럼 내세웠던 ‘공정성’, ‘원칙주의’, ‘정의감’ 등의 가치는 무너졌다.

  학교에 대한 권위와 신뢰의 하락은 학내 구성원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오고 있다. 사회 진출을 앞둔 학생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줘야 할 이화가, 도덕성에 크게 상처를 입은 채 흔들리는 상황이다.

  젊은 세대는 정씨 입학·학사 특혜를 두고 ‘정당한 노력이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에 좌절했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이 본교에 바라는 해결방안으로 ‘정유라 부정입학 관련자들을 엄중히 징계해야 한다’는 항목에 가장 높게 동의했다. 이는 잘못한 사람은 마땅한 벌을 받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국민들의 열망이 담긴 결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처음 의혹이 불거진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학교당국이 사회에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러울 뿐이다. 지난 1534호(3월13일자) 이대학보 보도로 1월 직위해제 된 김경숙 전(前) 신산업융합대학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에 이어 최경희 전 총장과 이인성 교수(의류산업학과)가 최근 직위해제 된 사실이 알려졌지만, 이는 교육과 연구, 강의 활동을 중단시키는 일시적인 조치일 뿐 징계는 아니다.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대중은 학교가 구속·기소된 교수를 엄격히 징계하지 않고 미지근한 태도를 보일수록 등을 돌릴 것이다. 정씨 입학·학사 특혜로 아직까지 매스컴 등에 시달리면서도 그 연결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악성 게시물 제보 시스템이 일부 비난 여론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시스템은 이화의 이미지 하락 원인을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찾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학교당국은 재판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 교수에게 중징계를 내리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외부에서 바라보는 이화는 사실상 ‘무대응’인 것이 가장 문제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투명한 입시절차 마련과 진심어린 사과 및 대책 발표를 요구했다. 최소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앞으로 어떻게 재발을 방지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은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먼저 자성과 자정을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대중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대응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본교에 대한 인식개선이 중대한 과제임을 인지하고 있다면, 국민들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눈여겨보고 시행해야 한다. 이것이 이화가 추락한 위상을 회복하고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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