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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이 만든 차별, 자각이 만들 변화
2017년 03월 20일 (월) 이명진 사진부 부장 -

  지난주 BBC에서 송출된 방송사고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부산대 로버트 켈리(Robert Kelly) 교수가 집에서 화상 인터뷰를 하던 도중 교수의 뒤로 어린 자녀들이 갑작스럽게 들어온 것이다. 그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은 화제가 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를 중심으로 영상이 퍼져나갔다. 이는 네티즌의 커다란 사랑을 받았고 켈리 가족은 기자회견까지 열어 여러 가지 궁금증을 해소해주기도 했다.

  아이들의 엉뚱한 모습을 보며 미소가 절로 나왔지만, 영상에 달린 답글을 접하고서는 다소 불편해졌다. 다수의 사람이 자녀들을 데리고 나가는 아시아인 여성을 ‘유모’(nanny)라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유모가 해고당할까 봐 걱정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정작 그 여성은 켈리 교수의 아내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과연 여성이 백인이었더라도 그를 유모라고 생각했을지 의문이다. 한 집 아래 성인 두 명과 어린아이 둘이 함께 있는 것을 보면 으레 ‘가족’이라는 개념을 연상하기 마련이지만, 그 관계에 인종이 개입되자 사람들은 그들을 세 명의 가족과 한 명의 유모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오해에는 타 인종 간 결혼에 익숙하지 않은 문화뿐만 아니라 아시아인에 대한 직업적인 편견 역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인종을 기반으로 한 편견이 서양인의 시각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이화의 교정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기숙사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더불어 사는 만큼 다양한 사건과 당황스러운 상황이 벌어진다. 한우리집에 3년째 거주하면서, 공공시설을 지저분하게 쓰고 밤에 너무 시끄럽게 전화하거나 공용 냉장고의 물건을 훔치는 등 이웃 사생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을 종종 겪는다.

  이때 주변에서 외국인을 대상화하고 편견 가득한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 밖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은 분명 외국인이라고 상정한다거나, 도둑을 잡고 봤는데 외국인이 아니라서 깜짝 놀랐다거나 하는 경험담을 듣곤 한다. 그를 외국인이라고 가정할 실마리는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단정 지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한 사람의 잘못은 그의 국적이나 인종에서 오지 않는다. 이것은 한 여성의 특성을 모든 여성의 특성으로 일반화할 수 없는 것과 같고, 한 이화여대생의 행동을 모든 이화여대생의 행동으로 간주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우리가 약자가 아닌 위치에서 무심코 떠올리는 사소한 생각이 이화라는 사회의 약자인 외국인 학생 개인에게는 또 다른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실 나 역시도 이러한 편견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말할 순 없다. 무엇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표현인지는 알면서도 직관적으로 내뱉는 말들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경우가 이따금 있다. 그것이 타 인종, 성소수자, 여성, 어린이 누구를 대상으로 한 것이든지 말이다. 편견 없는 사회로의 변화는 우리 모두가 편견을 가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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