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매혈기』로 유명한 중국의 대표적인 작가 위화의 책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는 위화 자신의 이야기와 중국의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고찰이 담겨있다.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해 제 3자만큼 객관적인 평을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데도 위화는 중국을 정말 잘 알고 있는 제3자가 쓴 것처럼 객관적인 글로 우리를 납득시킨다. 때로는 정말 중국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직설적으로 내뱉는다.

  놀랍게도 이러한 점 때문에 이 책은 현재까지도 중국에서 출판이 불가능하다. 위화는 극심한 빈부격차, 도시와 농촌의 불균형한 발전, 중국의 국가주의 전통에서 오는 인권의식의 부재, 경제수준과 문화의식의 괴리, 정치적 민주화의 미숙 등 수많은 사회 문제를 가감 없이 지적한다. 이런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중국 내 지식인들과 지도자들의 역할을 강조하는 데 멈추지 않고 자신이 앞장서서 문제의 실태를 낱낱이 밝힌다.

  위화는 자신의 다른 비판정신을 담고 있는 책들과 비교하며 그 책들은 '5월 35일'이고 이 책은 '6월 4일'인 격이라고 말한다. 이를 처음 접한 사람은 터무니없는 허구의 날짜에 갸우뚱하고 의미를 궁금해 할 것이다. 하지만 막상 그 의미를 알면 허무하게 느낄 수도 있는데, 5월 35일은 특별한 뜻 없이 6월 4일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1989년 6월 4일 천안문 사건을 가리키는데, 이 날은 중국의 인터넷에서 금지된 날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를 피해 교묘하게 5월 35일이라는 가상의 날짜를 만든 것이다. 이 책이 '6월 4일'이라는 말은 '5월 35일'처럼 우회적 표현을 쓰는 책들과는 달리 비허구를 기반으로 하기에 직설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6월 4일'이라는 표현까지 금지시킨 중국 정부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의 언론 통제 현장을 보면 진정 21세기 사회가 맞는지 의구심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마음 역시 편치 않다. 특히 요즘의 현실을 보면 더욱 그렇다. 사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는 위화가 지은 원제목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의  한국어판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원제목이 더 책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어판의 제목도 생각해볼 만한 의미가 있다. 모든 빛을 통제하고 가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사람의 목소리는 그보다도 더 큰 파급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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