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한국총괄 인사그룹 사원

  “목포는 어디에 붙어있는 곳이지..?” 

  3년 전 약 2달간의 신입 합숙 연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 필자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핸드폰을 꺼내 지도앱을 켜고 ‘목포’를 검색해 본 것이었다. 아무 연고도 없고 한번 가본적도 없는 이 생경한 도시가 앞으로 내가 일해야 할 일터라니.. 힘든 취업준비에 마침표를 찍고 희망찬 시작이 될 거라 기대했었는데, 왠지 억울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학창시절에도 낯선 곳을 찾아 도전을 좋아하던 내가 아니었던가! 이내 마음을 고쳐먹으니 새로운 곳에서의 첫 출근은 다시 설렘으로 바뀌었다.    

  삼성전자가 목포에도 있나? 아마 이 글을 읽는 학생들도 의아한 생각이 들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수원을 떠올리겠지만, 필자가 일하고 있는 한국총괄 사업부는 국내시장의 마케팅과 영업을 담당하고 있어 국내 각 지역에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총괄 소속의 여러 팀 중에서도 현장에서 가장 가깝게 고객과 맞닿을 수 있는 B2C영업팀의 대리점 영업담당이 필자가 맡게 된 첫 업무였다. 

  처음 지점에 인사를 하러 갔을 때,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궁금해하는 어리버리 신입사원에게 주무 차장님께서 “투자금 한 푼 안들이고 네 매장을 경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라고 말씀해주신 기억이 난다. 차장님 말씀처럼 영업담당은 사장님들이 운영하는 대리점의 원활한 경영활동을 도우며 매출을 관리해주는 일을 하는데, 매장의 연출서부터 직원 관리 및 프로모션 행사 준비, 고객관리 등 매장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의 세세한 일까지 관여하고 도움을 준다. 

  운이 좋게도 좋은 팀원들을 만나 덕분에 목포에서의 생활은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우리 지점은 6명이 근무해 작은 사무실을 단독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멀리서 연고도 없이 뚝 떨어진 신입을 가족과 같은 분위기로 챙겨줘서 매달 실적으로 쪼이는 영업팀에서도 잘 버틸 수 있는 힘이 됐다. 2개월쯤 업무를 익힌 후 2개의 매장을 맡게 됐는데, 신입이라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젊은 여성이라고 무시 받지 않기 위해서 더 열심히 뛰어다녔던 것 같다. 차에는 상시 카달로그를 가지고 다니며 틈틈이 매장에서 취급하는 제품들을 공부했고 더 자주 매장에 들러 부족한 점이 없는지 점검했다. 

  처음으로 기획한 프로모션 행사를 준비하는 일은 재미있기도 하고, 부담이 되기도 하는 일이었다.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매장에 늦게까지 남아 연출을 정돈하고, 가격표를 달고, 직원들과 중점판매모델을 공유하며 준비에 만반을 기했다.

  상상하는 것처럼 항상 멋있는 ‘관리’일만 했던 것은 아니다. 행사 준비를 하며 매장 직원들과 함께 전단지를 돌리러 아파트 단지를 돌기도 하고, 행사 시작 후 홍보를 위해 길가에서 인형탈을 쓰고 땀을 뻘뻘 흘리며 현수막을 들고 있기도 했다. 초심자의 행운이었을까? 5일간 진행된 행사에서 목표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하며, 최근 매출이 감소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던 매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었고 사장님에게도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그간의 고생을 보상받는 듯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필자는 재작년 말 다시 발령을 받아 약 1년의 지방 근무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왔다. 이른 시간에도 사람들로 가득 가득 차 있는, 붐비는 2호선 지하철에 피곤한 몸을 싣고 정신 없이 출근길에 오르다 보면 가끔 회사 5분 위치에서 차로 출근하던 목포에서의 여유로움이 떠오르며, 근무했을 당시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또, 가족 같았던 팀원들과 지점장님이 그리워 오늘 한 번 메신저를 남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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