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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너머 기회찾아] 힘차게 두드리니 열린 해외취업의 문, Why not?
2017년 03월 12일 (일) 김동건 기자 gunnykim@ewhain.net

[국경 너머 기회찾아] ①베를린 Glispa 박선정 동문

  해외취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 시점, 한국을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찾은 동문들이 있다. 이대학보, 이화보이스, EUBS가 공동기획한 해외취재에서 해외취업에 성공한 동문들을 만나 취업 정보 및 그들의 도전에 대해 취재했다.

 

  베를린 중심에서 북쪽으로 지하철을 타고 가면, 쇤하우저 알리(Schonhauser Allee)라는 동네가 나온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울려 퍼지는 길거리 악사의 음악과 곳곳에 즐비한 그래피티가 증명하듯 이곳은 신선한 젊음이 넘치는 곳이다. 이런 쇤하우저 알리에 위치한 글로벌 그룹 글리스파(Glispa) 본사에서 박선정(정외·12년졸) 동문을 만났다.

  180명 규모의 3층짜리 회사. 모바일 마케팅 회사 글리스파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거듭난 글로벌 기업이다. 박씨를 따라 사무실에 들어서자 직원들의 활기찬 웃음소리가 들렸다. 책상마다 칸막이가 있는 대부분의 국내 회사와 달리, 이곳은 약 여섯개의 책상이 칸막이 없이 붙어 있다. 마치 학교에서 조별활동을 할 때의 책상 배열과 흡사하다. 그곳에서 농담을 주고받거나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하느라 사무실은 시끌벅적하다.

 

박선정 동문에게 이화는

  박씨가 이화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때는 2008년이었다. 사회과학대학 사회과학부로 입학한 후 2학년 때 정치외교학과(정외)에 진학했다.

  “일단 전공 공부는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전공을 살려 성공하려면 학과 특성상 공부를 오래 해야 하더라고요. 또, 오랜 공부를 끝내고 취업한다 해도 정외의 진로는 공공기관, 국제기관, 봉사기관 등에 한정된 경우가 많아요. 그런 ‘빡빡한’ 공무원의 삶은 제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박씨는 국제사무학과(국제사무)를 부전공하기로 결심했다. 경영학과(경영)도 고민했으나, 그의 주전공인 정외와 경영을 병행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는 국제사무를 부전공할때 비서학과 관련된 코스는 제외하고 관심있는 경영 관련 코스만 골라 들었다.

  박씨는 교내활동 뿐만 아니라 교외활동에도 집중했다. 국제회의를 주관하는 대외활동부터 각종 스터디, 마케팅 프로그램까지 다양하게 활동했다. 취업을 위해 계획적으로 교외 활동을 준비하지는 않았다. 그저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박씨의 성격에도 맞고 용돈도 벌 겸 활동했던 것이다.

 

스페인으로 가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저도 해외취업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언어 배우는 것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것도, 외국인 친구 사귀는 것도 좋아하니까 해외에서 취업하고 싶다는 정도였죠. 그러다가 4학년 1학기 때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교환학생을 갔어요. 6개월간의 교환학생 생활을 마치고 돌아오니, 유럽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더 강해졌죠.”

  꿈 같던 교환학생 생활을 뒤로 한 채 박씨는 졸업했다. 이제는 현실이었다. 그는 졸업 후 한국에 있는 스페인 컨설팅 회사에 취직했다. 한국에 지사를 낸 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였다. 이 작은 기업에서 박씨는 적은 보수를 받으며 일했다. 일한 지 약 1년이 지났을 때, 스페인 코르도바에 위치한 본사의 사업 개발(Business development) 부서에서 일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한국 시장을 발굴하는 부서였다. 그 제안을 받아들인 박씨는 스페인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베를린에서 ‘맨땅에 헤딩’

  그러나 박씨는 코르도바에서의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교환학생 시절을 보냈던 바르셀로나에 비해 코르도바는 너무 작은 도시였다. 또, 그에게 영감을 주던 회사의 좋은 동료들도 이직했다. 그는 더 이상 스페인 회사에서 비전을 볼 수 없었다. 한편, 프랑스인 남자친구와의 장거리 연애가 지치는 시점이기도 했다. 결국 그는 남자친구와 함께 새로운 도시에 자리를 잡기로 결심했고 베를린이 그의 행선지가 됐다. 

  “제가 이곳에 왔을 때, 베를린은 유럽에서 뜨는 도시였어요. 각종 스타트업 기업들이 베를린에 모여들어 인력을 많이 찾던 시기이기도 했죠. 하지만 한국인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맨땅에 헤딩’을 시작했죠. 구인공고를 낸 기업뿐만 아니라 공고를 내지 않은 기업에도 지원했어요. 인력팀에 먼저 연락해 한국인을 구하냐고 묻고, 제 경력을 소개했죠. 글리스파도 그 중 하나였어요.” 

  글리스파가 그를 기꺼이 채용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스페인 사람밖에 없던 회사에서 홀로 한국 시장을 개척했다는 특이한 경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글리스파가 주목한 것은 공고를 내지 않는 회사에 먼저 문을 두드린 적극성이었다. 기회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찾아나선 박씨의 모습은 글리스파 인사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무조건 지원해봐야 해요. 만약 내가 독일의 한 회사 공고를 보고 지원을 했는데 인사팀 담당자가 ‘독일어도 못하면서 어떻게 일하려고?’라며 비꼰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그냥 그 회사에서 일 안하면 그만이잖아요. 사소한 걱정으로 도전을 포기하지는 마세요. ‘무대뽀’ 정신이 필요한 거예요. 무조건 도전해요.”

 

박선정 동문의 회사, Glispa 이야기 

  박씨가 몸담고 있는 글리스파는 모바일 마케팅 회사다. 주 고객은 애플리케이션(앱)을 갖고 있는 소유주들이다. 앱 소유주들이 앱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광고를 내려 하면, 광고에 대한 계획을 짜는 것이 글리스파가 하는 일이다. 박씨의 직책은 고객 관리를 담당하는 어카운트 매니저(Account manager)다. 

  “원래 제가 들어온 부서는 이전에 일한 회사와 똑같은 사업 개발 부서였어요. 그런데 제가 이 회사에 처음으로 들어온 한국인이었어요. 한국인이 지금껏 아무도 없었으니까 한국인 고객이 이 회사를 찾아도 그들을 관리할 수 있는 직원이 없던 거죠. 어카운트 매니저가 바로 그런 일을 하는 직책이거든요. 고객들이 가져온 계약을 키우거나, 고객들이 우리와 계속 일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 그래서 입사한지 3개월 만에 어카운트 매니저를 맡게 됐어요. 한국인을 잘 아는 사람은 저니까 한국인 고객을 관리하고 계약을 담당하는 일을 맡은 거죠. 고객 중 한국인 앱 소유주들이 많아요. 다방, 직방, 토스, 티몬 등 주로 쇼핑, 게임, 핀테크 앱 소유주들이 많죠.” 

  박씨와 함께 둘러본 글리스파 사무실의 분위기는 한국의 일반적인 사무실보다 자유롭고 수평적이었다. 박씨 또한 그 차이를 느꼈을까. 그는 한국 회사에서는 회의를 할 때 상사에게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말하지 못한다며 말문을 뗐다. 그러나 외국 회사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으면 서투른 사람으로 낙인 찍힌다고 박씨는 말했다. 특히, 팀 프로젝트가 많은 글리스파에서 의견을 말하지 않는 사람은 결국 팀에서 도태된다고 덧붙였다.

  “저는 나름대로 의견을 잘 말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팀장이 ‘네 의견을 더 많이 말하라’고 조언했어요. 팀 미팅 때마다 생각을 잘 표현한 줄 알았는데, 그런 소리를 들으니까 굉장히 당황했죠. 회사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것에 대한 기준이 한국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그 때 느꼈어요.”

  스타트업 기업들이 대체로 그렇듯, 글리스파도 업무량이 많다. 정해진 근무시간은 오전9시30분~오후6시30분이지만 초과 근무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글리스파의 사람들은 초과 근무에 대해 큰 거부감을 갖고 있진 않다. 물론 새벽까지 초과근무를 하는 일은 결코 없고, 업무를 끝내지 않고 퇴근을 한다 해서 잔소리를 하는 사람도 없다. 자신의 일을 관리할 수만 있다면, 또 일을 완료하지 못했을 때의 책임을 질 수만 있다면 퇴근의 자유는 존중하겠다는 것이다. 

  상기된 얼굴로 회사 이야기를 하는 박씨에게 일하는 것이 즐겁냐고 물었다. 박씨는 일말의 고민 없이 ‘네’라고 대답하며 웃음을 터뜨린다.

  “아무리 자유로운 외국 회사에서 일한다고 해도 일은 한국이나 여기나 똑같이 힘들어요. 그런데 함께하는 사람이 즐거우면,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행복할 수밖에 없어요. 지금 우리 매니저가 굉장히 유쾌하고 배울 점도 많은 사람이에요. 제게 항상 영감을 주는 사람이기도 해요. 이런 상사 그리고 친구나 다름없는 동료들과 일하는데 어떻게 즐겁지 않겠어요.”

  그러나 그는 외국회사는 직원들이 2~3년에 한 번씩 이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글리스파도 직원 회전율이 빠른 편이다. 박씨도 조금 더 경력을 쌓고 나서 2년 후에는 다른 업계에서도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이직 후에도 그는 유럽과 한국을 연결하는 일을 할 것이다. 즉, 글리스파는 박씨의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그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이화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생각이 있다면 도전하세요. 매번 생각만 하고 계획만 짜다가 도전도 못한 채 살아가는 친구들이 많아요. 열심히 노력해서 흥미와 상관없이 대기업에 취직하는 지인들을 보면 안타깝죠. 자신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데도 계속 버틴단 말이에요. 그렇게 버티면서 자기가 행복한 줄 모르겠대요. 그런데 인생 뭐 있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되고 내가 할 자신감만 있으면, ‘Why not?’ 후배들 다 똑똑한 것 알고 있어요. 일단 도전해보세요. 뭐든지 할 수 있을 거예요.”

 

박선정 동문이 말하는 베를린은... 국제적이고 젊은 도시

  우리 생각 속 베를린은 분단의 흔적과 냉전의 상처가 가시지 않은 차갑고 정체된 도시다. 그러나 박씨가 말하는 베를린은 조금 다르다. 그는 베를린이 국제적인 도시라고 강조한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는 독일의 다른 도시에 비해 영어가 독일어만큼 잘 통한다는 베를린만의 특징으로 이어진다. 이 특성 덕분에 베를린에는 박씨의 회사인 글리스파처럼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회사가 많다. 박씨를 포함해 그의 회사 동료들은 대부분 독일어를 하지 못한다.

  또한, 베를린은 유럽에서 젊은 도시로 통한다. 젊은 사람들이 유럽의 다른 도시에서 자리를 잡기 전 잠깐 머물기 위해 많이 거쳐간다. 베를린의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대체로 그렇듯, 베를린 또한 맥주 축제, 공연, 플리 마켓 등 풍성한 문화가 꽃피는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박선정 동문이 전하는 해외취업 팁

① 유럽에서 일을 하고 싶다면 아시아 언어를 배울 것

  “저는 스페인어를 잘해요. 현지에서 일을 하며 정말 많이 늘었거든요. 하지만 유럽에는 스페인 사람도, 라틴 사람도 많이 있어요. 굳이 저한테 스페인 업무를 맡길 필요가 없는 거죠. 그래서 업무를 볼 때 유럽국가의 언어를 잘하는 것 보다는 아시아 언어를 잘 구사하는 것이 더 유리해요. 제가 한국 시장을 맡으면 다른 국적 동료들이 이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듯, 유럽의 언어를 잘 한다고 해도 현지인한테 그 업무를 맡기지 굳이 외국인한테 맡기지 않거든요.” 


② 한국에서 짧게나마 경력을 쌓고 해외로 건너올 것

  “해외 어느 회사를 가든 똑같은 임금으로 자국민을 쓸 수 있으면 자국민을 써요. 굳이 언어도 유창하지 않고 초기 비용도 많이 드는 외국인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심지어 영국은 외국인 근로자가 일정 직급이 아닌 이상, 웬만해선 비자를 내주지 않기도 해요. 그래서 한국에서 경력을 쌓아야 해요. 이 분야에서 아무 경력이 없는 자국민과 경력을 쌓아온 외국인은 출발점이 달라지는 거죠. 저 또한 스페인 회사에서 일했던 경력을 지금의 회사가 많이 인정해주기도 했어요.”  


③ 스스로 성취한 경험을 만들 것

  “학부 시절 인턴 경험을 최대한 많이 해보세요. 대기업 인턴보다는 스타트업이나 작은 회사에서 인턴하는 것을 더 추천해요. 규모가 작은 곳에서 인턴을 하며 프로젝트를 이끌어 보기도 하고 , 재능 있는 사람들을 모아 직접 경영을 해보세요. 스스로 무언가를 성취했던 경험이 해외취업에 있어서 중요한 기반이 된다고 생각해요. 외국 회사에서는 이런 주체적인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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