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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부터 인성까지…장교 향한 ROTC 후보생의 첫걸음
2017년 03월 12일 (일) 강희조 기자 heejo129@ewhain.net

 

   
 
  ▲ 매일 아침 한우리집 지하4층에 모여 체조하는 후보생들 이명진 기자 myungjinlee@ewhain.net  
 

 

 

 

 

 

 

 

 

 

 

 

 

 

 본교 첫 학생군사교육단(ROTC·Reserve Officers’ Training Corps) 후보생 30명이 2월21일 입단식을 거쳐 본격적인 ROTC 생활을 시작했다. ROTC는 4년제 대학교 등의 재학생을 선발해 2년간 군사교육을 실시하고 졸업과 동시에 장교로 임관하는 제도다. 단복을 입고 모자를 쓴 후보생은 아직 어색한 모습이다. 이들의 생활은 일반 학생과 조금 다르다. 특별한 길을 선택한 30명과 이틀간 함께했다.


“혼자가 아닌 여럿이라는 생각으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57기 이화여대 학군단이 됩시다. 이화 파이팅!”


 8일 오전7시 한우리집C동 지하4층 주차장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체력 단련을 시작하기 전, 당직 사관 후보생이 직접 작성한 조국기도문을 읽은 것이다. 많은 대학생이 자거나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에 ROTC 57기 후보생(후보생) 30명은 체력 단련을 시작했다. 후보생은 지급된 운동복에 모자를 쓰고 외투를 입은 상태로 집합했다. 후보생의 인원 파악 후 조국기도문을 외우면 아침 체조가 시작된다.


 아침 체조는 군대에서 시행하는 ‘국군도수체조’를 실시했다. 후보생 사이에서 뽑힌 당직 사관 3명이 앞에 나와 동작을 하며 구령을 붙였다. 후보생은 작년 2학기 훈련에서 처음 배운 체조를 틀리지 않고 진행했다. 체조가 한 번 끝나면 동작 하나 하나를 교정해주는 키 포인트 레슨이 시작된다. ROTC를 책임지는 신철호 단장은 직접 시범을 보였다. 


“손을 쫙 펴고, 시선을 손 끝으로 고정하는 거다. 이렇게.”(신 단장)


 후보생 한 명 한 명의 동작을 봐주다보니 체조는 오랫동안 계속됐다. 약 20분 간 진행된 체조의 마지막은 짝체조였다. 시범을 보이던 당직 사관까지 담당 훈련관 박기은 대위와 함께 짝을 이뤄 몸을 풀었다. 후보생은 서로 등을 누르고 업어주며 이른 아침에도 밝게 웃었다.


 체조가 끝나면 후보생은 체력 단련에 참여할지 스스로 판단한다. ROTC는 군대지만 후보생의 건강 상태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발목이 아프거나 몸 상태가 안 좋은 경우 체력 단련을 빠질 수 있다. 


“오전7시에 일어나서 체력을 단련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모두가 열심히 참여해 대견하다고 생각해요.”(박 대위)


 열외를 선택한 후보생이 체력 단련실로 이동하면 남은 후보생은 각자 달리는 속도에 맞춰 세 그룹으로 나뉜다. 가장 빨리 달리는 후보생은 A그룹으로, 가장 느리게 달리는 후보생은 C그룹으로 편성된다. 체력 단련 코스는 산학협력관에서 중앙도서관, 음악대학으로 이어지는 긴 언덕길이다. 후보생들은 A그룹을 선두로 이 코스를 두 바퀴 돈다.


“산학협력관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이 제일 어려워요. 누구나 어려워하는 곳은 다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구령을 외치고 군가를 부르면서 버텨내는 것 같아요.”(송민선 후보생)


 ROTC 훈련 코스를 구성했던 ROTC 간부들은 경사가 크고 차량이동이 많은 점을 고려해 훈련 코스를 짰다고 말했다. 특히 경사가 큰 지역에서 체력 단련을 하면 후보생의 기초 체력이 더 효율적으로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제가 동기들 중에 제일 체력이 약한 후보생이었어요. 처음 훈련을 시작했을 때는 한 바퀴도 못 돌고 낙오될 정도였죠. 그래도 계속 연습하니까 이제는 두 바퀴도 따라서 달리고 있어요.”(오승은 후보생)


 신 단장과 박 대위는 후보생의 훈련을 끝까지 함께한다. 후보생은 다른 후보생이 뒤쳐지거나 보폭이 맞지 않으면 구령을 붙여 다시 발을 맞추는 연습을 했다. 세 그룹의 속도 차이 때문에 도착하는 시간은 모두 달랐다. 


 후보생들은 훈련 코스가 끝나면 기숙사 언덕길에서 숨을 고르고 한우리집C동 지하주차장으로 돌아간다. 모든 후보생이 도착하면 다시 체조가 시작된다. 짝을 이뤄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를 진행한다. 달리자마자 시작된 팔굽혀펴기에 후보생은 쉽게 팔을 펴지 못했다. 


“마지막이지? 힘내서 올라온다. 다들, 하나!”(박 대위)


 훈련이 끝나자 박 대위는 여대 ROTC의 고충을 잘 알고 있는 선배로서 조언하며 체력 단련을 마무리했다. 체력 단련은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아침 진행된다. 


 후보생은 훈련을 마치고 오전8시30분에 해산해 각자 수업을 준비한다. 수업은 일반 학생처럼 각자 전공에 맞춰 필요한 수업을 선택해 듣고, ‘군사학’이라는 과목만 의무적으로 듣는다. 수업을 들을 때도 ROTC 단복을 입고 모자를 쓴 채 생활한다. 학생들의 상황을 고려해 사복을 입는 기간도 있지만, 현재는 ROTC 홍보기간이기 때문에 모두 착용하고 있다. 슈트케이스 형태의 학군단 가방도 들고 다녀야 한다. 


 핸드폰은 사용 가능하지만 핸드폰을 보며 걷는 것은 안 된다. 사고 예방 차원의 지침이다. 머리 규정도 존재한다. 후보생은 옷깃에 닿지 않도록 머리를 자르거나, 망으로 머리를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 


 이들은 다양한 활동을 하며 공강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작년 8월 신축된 ROTC관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층 건물인 ROTC관은 후보생 30명 전원을 수용할 수 있는 샤워실, 체력단련실, 도서관, 강의실 등이 구비돼 있다. 후보생은 운동을 하거나 열람실에서 공부를 하는 등 필요할 때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후보생 공간에는 CBT(Computer Based Training·컴퓨터 기반 훈련)실도 있어 후보생이 선행 학습이나 추가적인 공부를 할 때 컴퓨터로 수업을 들을 수도 있다. 


“오후에는 별도의 체력 단련 시간이 정해져 있진 않아요. 후보생이 자발적으로 체력단련실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죠. 이번에 ROTC를 위한 시설을 구비할 때 장비가 없어서 운동하지 못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많이 고려했어요.”(박 대위)

▲ 학생군사교육단(학군단) 후보생들이 9일 ROTC관 212호 강의실에서 군사학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강희조 기자 rainforest25@ewhain.net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던 후보생도 목요일 오후3시30분 군사학 수업 시간이 되면 모두 ROTC관 강의실로 모인다. 군사학 수업이지만 교육 과정에 따라 인성 교육과 군대 예절, 정신 교육 등도 이뤄진다. 9일 이뤄진 수업은 인성 교육으로 외부 강사가 진행했다.


“소대장은 소대원을 관리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소대장은 대원을 힘으로 눌러서는 안 됩니다. 마음을 헤아려야 하죠. 남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나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기획한 것이 인성 교육입니다. 모든 학군단이 의무적으로 시행하죠.”(신 단장)


 수업에서 후보생들은 인성 교육의 필요성을 배우고 자신을 돌아보는 체험을 했다. 이날 교육을 담당한 김성환 강사는 학군단 인성교육 전문 강사다. 후보생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음의 힘’을 길러야 한다는 교육을 1시간 동안 들었다. 교육이 진행되는 동안 후보생은 정자세로 앉아 강사의 말에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학군단 후보생들이 9일 ROTC관 212호 강의실에서 진행한 인성교육에서 자신의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수업이 끝난 후, 후보생은 3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개별 활동을 했다. 


 담당 강사가 후보생들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물고기를 그려보라’고 말하자 후보생은 당황하면서도 즐겁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후보생은 상어를 그리기도 했고, 네모난 몸통을 가진 물고기를 그리기도 했다. 어떤 후보생은 알록달록한 꼬리를 가진 문어를 그려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개성 넘치는 그림을 통해 후보생은 ‘자신의 인성과 인상’에 대해 돌아봤다. 자신의 인성을 물고기의 몸통 안에 작성하고, 동기들은 서로 느낀 첫인상을 당사자 종이에 적어 그 둘을 비교하는 활동도 했다.


“활동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나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어요. 각자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 남이 보는 모습을 비교해 보며 나를 보는 다른 시각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이승연 후보생)


 군사학 강의가 끝나고 후보생은 각자 기숙사로 돌아갔다. 모든 후보생은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며 더욱 돈독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이 기숙사에서 지내기 때문에 더 많은 고민을 공유할 수 있고, 대화할 수 있어 서로 더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미 굉장히 친해요.”(허연화 후보생)


 한편, 다른 후보생 동기가 일과를 마무리하는 시간에도 ROTC관에 남아있는 후보생이 있었다. 후보생 중 추천 받아 선발된 대대장 후보생, 중대장 후보생과 자치근무자인 인사, 작전, 정보, 군수, 정훈 장교 후보생 등 7명이다. 오후7시에도 3학년 지휘근무자실에 모여 앞으로 어떻게 업무를 진행할 것인지 토론했다. 

 
 
▲ 학군단 후보생들이 9일 ROTC관 3학년 지휘 근무관 회의실에서지도근무자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선발된 ROTC 57기는 첫 시도인 만큼 다양한 양식을 정해야 했다. 회의록 작성 방식부터 문서 양식을 정하고 파일 관리 방법을 정하는 등 회의 의제도 다양했다. 후보생은 각 장교 후보생들이 맡을 일들을 정리하는 시간도 가졌다.

 


“수업 등 공식 일정 전에 후보생의 인원을 보고 받고 준비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내 업무인데, 불가피하게 늦는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일은 누가 맡으면 좋을까?”(신소연 중대장 후보생)


“연락은 소대장이 돌리는 게 나을 것 같아.”(임하영 대대장 후보생)


 회의는 준비해온 사안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논의할 의제가 많아 회의는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사항도 있었다. 


“자치근무자회의는 후보생들이 모여 단장과 훈육관에게 어떤 내용을 보고할지 정하는 자리예요. 대표들이 모여 ROTC를 발전시킬 방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의견을 모아 건의하죠.”(박 대위)


 아직 첫 걸음을 내디뎠을 뿐이지만, ROTC 후보생은 앞으로 육군 군사들을 이끌 리더로서의 준비를 천천히 해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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