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의 만장일치로 파면됐다. ‘최순실’ 이름 석 자가 처음 언론에 등장한 지 171일 만에 드디어 봄이 온 것이다. 대한민국의 중요한 작동 원리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임을 엄중히 보여준 결과다. 


  박 대통령이 파면되기까지, 국민이 앞장서 촛불을 밝히고 대통령 탄핵 국회결의를 이끌어낸 그간의 과정을 살펴보면 본교의 상황이 ‘오버랩’ 된다. 미래라이프대학 신설로 촉발된 시위, 정유라 입시비리 의혹과 최경희 전 총장의 사퇴, 그리고 입시비리에 연루된 교수들 대상의 구속 기소까지. 2017년 대한민국과 이화여대는 많이 닮았다.   


  지금 상황도 마찬가지다. 본교는 총장이,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없다. 하지만 대처방법은 확연히 다르다. 탄핵정국은 곧바로 대선정국으로 전환됐다. 대통령이 궐위될 경우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르도록 하는 헌법 규정에 따라 대선일은 5월 초로 점쳐진다. 탄핵선고 전부터 이미 각 당에서는 경선을 준비했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이런 때를 대비해 조기 대선 준비를 해왔다. 


  국가에 비하기엔 무리일 수 있지만, 본교도 큰 어려움을 겪었고 처리할 일도 많다. 하지만 4개월 간 총장이 공석인 지금, 본교는 교내외 닥친 상황을 극복하고 이화의 새 미래를 주도해 나갈 구심점이 없다. 


  학내 구성원들은 최 전 총장이 사퇴한 후부터 언제 새로운 총장이 뽑힐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총장선출 목표일은 학위수여식이 열린 2월 말부터 입학식이 진행된 3월, 그리고 이젠 창립기념일 전인 5월 말까지 계속 늦춰지고 있다. 4자 협의체 회의 진행상황을 보면 이번 학기 내에 새 총장이 과연 뽑힐지도 미지수다. 


  빨리 뽑는 것만이 능사라는 얘기가 아니다. 민주적 방식으로, 이화의 총장 자리의 걸맞은 품성과 실력을 갖춘 총장을 뽑는 게 최우선이다. 하지만 ‘방식’에 대한 논의가 아직까지 제자리걸음인 탓에,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누가 총장감인가’에 대한 구성원 간 논의와 검증은 요원하기만 하다. 그런 의미에서 본교는 최선책도, 차선책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한바탕 홍역을 겪고 나서 시행하는 총장 선거인만큼 더 민주적이고 공정한 선거를 시행하고 싶은 학내 구성원들의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그러나 서로 양보하지 않고 평행선만 달리는 논의를 지속하다가는 아무 소득 없이 몇 개월을 보내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화의 새 총장이, 우리나라의 새 대통령보다도 늦게 취임식을 갖게 될 거란 현실에 탄식만 나온다. 4자 협의체 대표들은 이제는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깨닫고 본교의 정상화와 원활한 합의를 위해 서로 한 발 물러서서 협력해야 할 때다. 대한민국은 새 시대를 맞았다. 이화의 새봄도 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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