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100주년기념박물관(박물관)이 12월30일(토)까지 <근대유물 기증전>을 연다. 관람객은 대한제국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한국 사회를 조망할 수 있는 가구, 공예품, 복식, 사진 자료, 편지 등을 볼 수 있다.

  이 전시에서는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조선 26대 국왕 고종의 왕비 명성황후가 관료 민영소에게 보낸 친필 한글 편지도 선보인다. 명성황후는 편지 서두에 임금과 왕세자의 안부가 무사함을 언급하고 날씨와 자신의 상태를 적으며 편지를 마무리한다. 이런 순서로 편지를 적어 내려가는 구조와 과감한 필체를 통해 명성황후의 친필 편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자료로는 조선왕조 마지막 황제 순종의 황후 순정효황후의 사진과 일본풍으로 장식된 근대기 사진첩이 전시된다. 1915년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첩의 내부에는 당시의  전차 등 거리와 인물이 찍힌 사진 50장이 들어 있다. 또한, 기증된 복식유물 가운데는 1975년 경상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안동포로 만든 치마와 일상생활에서 쓰다 남은 천을 활용하여 만든 조각보 등이 전시돼 조상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다.

  나전칠기 명인 김봉룡(1902~1994)의 작품인 ‘나전흑주칠 장생문 삼층장’(1960년대 중반)도 전시된다. 김봉룡은 일본과 프랑스 박람회에 출품해 상을 받는 등 활발한 해외활동으로 1967년 중요무형문화재 나전장에 선정됐다. ‘나전흑주칠 장생문 삼층장’은 붉은 틀과 검은 칠이 대비를 이루며 사슴과 소나무 등 장생문이 화려하게 장식돼 있다. 이 작품으로 전통나전칠기 기법을 계승하여 현대적으로 발전시킨 김봉룡의 섬세한 기법을 엿볼 수 있다.

  박물관 김주연 학예연구원은 “이번 전시는 정치적·사회적 변환기였던 우리 근대기의 수준 높은 유물들을 감상할 기회”라며 “구입하기도 어려운 유물들을 아무 대가 없이 기증한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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