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대 총장선출은 직선제 투표로 시행될 예정이다. 1990년 제10대 총장선출 이후 직선제 투표는 17년만이다. 이화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순간이다. 이화는 지금 어지러운 학내외 상황을 수습하고, 이화 가치에 기반을 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리더가 절실하다. 

  그러나 선출방식의 세부 사안을 두고 교수, 직원, 학생 등 학내 구성원 간 의견 차가 팽팽한 탓에 합의를 이루는 길은 까마득해 보인다. 2월 초 4자 협의체가 구성된 지 한 달이 넘도록 진전된 합의사항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가장 답답한 것은 협상 테이블에 앉은 각 구성원 대표들의 태도다. 이제는 각 대표가 다른 구성원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로 한발씩 물러서 타협과 화합을 이뤄내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본지 인터뷰와 총학생회가 게재한 회의내용에 따르면, 핵심쟁점인 ‘투표반영비율’에 있어 타협의 가능성을 내비친 그룹은 직원 측밖에 없다. 교수는 교수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자기주장을 굽힐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근거도 빈약하다. 교수 대표가 교수 투표 반영 비율이 높아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타대 직선제 사례를 드는것은 현재 이화 상황에선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교수평의회 측은 현재 주장하는 투표반영비율이 단대별 교수 의견수렴과 전체교수총회 투표 등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 내놓은 결과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체교수총회는 4자 협의체가 구성되기 이전에 열렸다. 그 당시 교수끼리 의견을 모았더라도 그것이 다른 구성원의 입장과 극명하게 부딪힌다면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의견은 설문조사 등의 방식으로 다시 수렴하면 될 일이다. 

  학생 대표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학생 대표를 제외한 모든 구성원이 1:1:1의 반영비율에 반대하거나 적극적으로 동의하지 않고 있다. 지난 학기부터 학생이 이화에 기여한 바와 구성원으로서의 권리를 생각해 학생의 투표반영비율이 커져야 한다는 논리는 일리 있다. 그러나 다른 구성원 대표들이 동수 구성에 모두 반대한다면, 이제는 학생들의 권한을 위임받은 대표로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최대치로 반영할 수 있도록 협상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총장 자리가 공석이 된 지 4개월이 넘었다. 배가 부서진 채 바다를 표류하는데 선장이 없는 꼴이다. 이대로라면 이번 학기 안에는 총장선출이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앞으로의 회의에선 보다 진전된 논의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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