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하지만 싱그러운 공기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는 요즘, 봄이 오는 게 느껴진다. 내가 좋아하는 파스텔 블라우스를 입을 생각에 기분이 좋고, 자고 일어나면 꽃이 피어있을 것만 같아 두근거리기도 한다. 한 학기 휴학을 하고 학교에 돌아와서 그런지 새 학기의 복닥복닥함은 반갑기 그지없다. 

  하지만 2년 전을 회상해보면 내게 3월 초는 흑백 빛이었다. 갓 입학한 새내기였지만 새로운 학교 생활이 설레지 않았다. 오티와 새터를 가지 않아 아는 사람이 없었던 나는 '친구를 못 사귀면 밥은 누구랑 먹어야 하지? '라는 생각에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섰던 게 생각이 난다. 입학하면 개강파티도 가고 선배들이 불러내서 밥도 사준다고 누군가 이야기했지만, 혼자서 3개의 강의를 듣고 난 후 그런 환상은 와장창 깨졌다. 다른 사람의 시선도 두렵기도 했다. 혼자 다닌다고 이상하게 보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생각이 바뀌어 내 시간을 챙기고 주체적으로 행동하지만, 이런 때도 있었다.

  그런데 밖으로 눈을 돌리니 이런 고민은 나만 했던 것이 아니었다. 같은 고민을 하는 주변 동생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는 '홀로움'을 꽤나 이상한 방식으로 프레임화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여러장의 사진을 보고서 이런 생각이 더 확고하게 들었다. 사진 중 하나는 '혼자 밥 먹을 수도 있는 거 아니야? 혼자 밥 먹는 게 잘못된 거야?'라는 외침에 '너 친구 없다고~? 나도 알아~'라고 대답하는 내용이었다. 다른 하나는 함께 밥 먹을 사람이 없어서 화장실 변기에 앉아 밥을 먹는 사진이었다. 이런 사진의 댓글을 보면 대부분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사람을 주체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단체에서 소외당한 사람으로 규정한다.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사람을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무의식적으로 낙인찍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를 드라마, 예능 등이 증폭시키면서 혼자인 것이 불행한 것이라는 프레임을 재생산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소속감에 대한 부정적으로 인식이 만연하다. 하지만 여러분은 안다. 소속감에 집착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기 시작하면 괴로워진다는 것을. 그리고 소속된 곳이 있더라도 끊임없이 소속감을 추구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맞추면서 살아가기는 힘들다. 사교성이 정말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주변 환경과 사람이 바뀔 때마다 스트레스 받고 걱정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근본적인 생각을 바꾸는 것이 어떨까? 내가 어느 곳에 속해 있지 않을 때, ‘외톨이’로 규정하지 말자. 사회적인 프레임을 무시하고 나는 주체적인 사람이고 내 시간 알뜰하고 잘 챙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어떨까? 그렇게 생각을 하고 우연히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그룹을 이룬다면 더욱 더 즐기고 감사하는 만남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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