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방학, 다른 학생들 혹은 새내기들과 마찬가지로 내게 한가지 과제가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운전면허시험 통과였다. 3일에 40만원을 내고 운전을 배우는 것이 믿음직스럽진 않았지만 우선 학원에 등록했다. 둘째날엔 30대초의 남자 강사가 동승했고, 그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나의 이름, 성격, 나이, 대학교, 아버지의 직장까지 묻는 통에 운전은커녕 핸들에도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한시간 가량 이어졌다. 심지어는 이야기를 하다가 주행코스를 잊고 다른도로에 진입한 통에, 내게 불법유턴을 해서 돌아가자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내게 성격이 친절하다, 남자친구가 부럽다, 학원수업이 끝나면 도로연수를 해주고싶다는 둥의 잡설에 한마디 대꾸도 못하고 칭찬이겠지 하고 넘겨버린 하루가 끝났다. 그날의 기분은 마치 40만원을 들여서 30대 고시생과 소개팅을 한 느낌이었다. 

  다음 날엔 절대로 그런 이야기에 대꾸하지 않겠노라고 다짐을 했으나, 첫시간부터 그는 이렇게 만난것도 우연이라며 전혀  반갑지 않은 인사를 보냈다. 차에 탑승하자마자 이어지는 그의 말에 오늘은 운전에 집중하고 싶다고 대꾸했으나 효과는 없었다. 결국 폭발한 나는 아! 라며 소리를질렀다. 이어지는 말은 내게 더욱 소리를 지르게 할 만한 것들이었다. '어제는 얌전해보였는데 사실 성격이 장난이 아니다, 이래서 남자친구에게 차인건 아니냐, 명문대 여자들은 이기적이고 기가 세다, 심지어는 나때문에 도로주행 코스를 잊었다는 이야기를 쏟아냈다. 우회전 구간에서는 내가 핸들을 부드럽게 돌리지 못하자 '봐요, 00씨는 핸들도 완전 아줌마 운전이잖아요' 라며 핀잔을 주었다. 주행을 마쳐갈 즈음 그는 ' 나랑 가커플이었다면 어땠을 것 같아요? 아 물론 내가 10살 어려졌다고 가정하고' 라는 망언을 했다. 아, 이쯤되면 사리가 나올것 같다. 

  그리고 다음날 학원에 전화하여 클레임을 걸자 상황은 바뀌었다. 나는 그 학원의 유난스런 프로불편러 취급을 받았다. 강사들은 나를 힐끗 쳐다보았고, 문제의 강사는 나를 피하기 바빴다.

  젊은 여학생이라는 지위가 문제였을까, 같은 강사에게 교습받은 오빠는 그 강사가 문제없으며, 내가 약해보여서 그런건 아니냐는 말을 던졌다. 나는 부당한 상황에 분명 거부의사를 표현했으나 사람들은 내게 민감하다고, 그 상황에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고, 그리고 말에 대꾸를 해주고 증거를 수집하지 못하였다고 비판한다. 결국 무례한 언사를 한건 그지만, 비판받는것은 나의 태도라는점이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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