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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는 개인이 만들지 않았다
한국기자협회
2017년 03월 06일 (월) 김아영(정외·14년졸) -

  나의 입사일은 2014년 4월14일이다. 몇 년 안됐으니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 같지만 아마 난 내 입사일을 몇 십 년이 지나도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이유는 입사 이틀 후에 세월호 참사가 터졌기 때문이다. 당시 순간을 기억한다. 회의 테이블 앞 TV에서 ‘전원구조’ 자막을 봤던 게 생생하다. 모두 무사하다고 안이하게 생각했다.

  다음날, 국장이 선배와 함께 팽목항으로 가라고 지시했다. 그 날 저녁 술 약속이 있어 뒷날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팽목항으로 내려갔다. 팽목항으로 가는 길은 평화로웠다. 터미널에서도, 식당에서도 뉴스를 보는 사람들의 얼굴엔 다급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의 안타까움만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팽목항에 들어섰을 때 세월호 참사는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었다. 내 옆에, 내 앞에, 내 뒤에 피붙이를 바다에 남겨둔 부모와 형제와 친척이 있었다. 행동이 조심스러워졌다. 선배와 얘기하다 조금이라도 얼굴이 풀릴 때조차 긴장했다. 내 존재 자체가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두렵고 무서웠다. 

  내가 팽목항에서 할 일은 기자들을 취재하는 것이었다. 나는 한국기자협회에서 발행하는 기자협회보 기자였기 때문이다. 나는 기자를 취재하는 기자였다. 

  팽목항에서 기자들은 기자+쓰레기의 합성어인 ‘기레기’로 불렸다. 그들은 슬픔과 분노와 허망함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거친 감정 앞에 속수무책으로 서 있었다. 그 감정 앞에 잘 대응하지 못하고 서툴게 구는 사람에겐 ‘기레기’라는 딱지가 붙여졌다. 사실 서툴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나 같은 초년병이었다. 기자들은 울분에 찬 가족과, 데스크의 무언의 압박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보도채널 한 카메라 기자는 “가족들이 싫어하는데 아무래도 취재나 촬영하는 게 도리는 아닌 것 같다”면서 “찍으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한 방송사 기자는 “오보도 문제였지만 실종자 가족들이 언론에 부정적인 것은 그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미리 정보를 차단하고 관계자들이 연락을 통 받질 않아 사실 확인이 잘 안 된다. 불명확한 사실을 내보낸 데 언론도 신중하지 못한 부분은 있다. 보도 윤리가 아쉽다”고 말했다.

  개인 역량이 미흡했기 때문도 있지만 기자들이 ‘기레기’로 불린 데에는 시스템의 부재도 한 몫 했다. 재난전문기자 부재, 팩트 체킹 시스템 미흡, 제대로 된 보도양식 미비, 뉴스룸 내부의 속보 경쟁과 선정보도 문화, 체계적 윤리 교육 부재.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기레기’를 탄생시켰다. 사실 누구도 세월호 참사 피해자의 상처를 헤집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서툴게 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기자들이 ‘기레기’가 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인 문제들을 난 선배들과 함께 협회보에 연속으로 다뤘다. 

  그날로부터 3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이 흘렀다. 지금 와서 이 얘기를 다시 꺼내는 건 스스로 반성하고자 함이다. 참사 직후 언론계는 통렬한 반성을 했지만 과연 근본적으로 얼마나 바뀌었나. 언론을 감시하는 기자로서 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러울 따름이다. 더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이대학보 지면을 빌어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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