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3.24 금 19:50
대동제, 기숙사
   
> 뉴스 > 여론·칼럼 > 칼럼
       
'기레기'는 개인이 만들지 않았다
한국기자협회
2017년 03월 06일 (월) 김아영(정외·14년졸) -

  나의 입사일은 2014년 4월14일이다. 몇 년 안됐으니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 같지만 아마 난 내 입사일을 몇 십 년이 지나도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이유는 입사 이틀 후에 세월호 참사가 터졌기 때문이다. 당시 순간을 기억한다. 회의 테이블 앞 TV에서 ‘전원구조’ 자막을 봤던 게 생생하다. 모두 무사하다고 안이하게 생각했다.

  다음날, 국장이 선배와 함께 팽목항으로 가라고 지시했다. 그 날 저녁 술 약속이 있어 뒷날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팽목항으로 내려갔다. 팽목항으로 가는 길은 평화로웠다. 터미널에서도, 식당에서도 뉴스를 보는 사람들의 얼굴엔 다급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의 안타까움만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팽목항에 들어섰을 때 세월호 참사는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었다. 내 옆에, 내 앞에, 내 뒤에 피붙이를 바다에 남겨둔 부모와 형제와 친척이 있었다. 행동이 조심스러워졌다. 선배와 얘기하다 조금이라도 얼굴이 풀릴 때조차 긴장했다. 내 존재 자체가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두렵고 무서웠다. 

  내가 팽목항에서 할 일은 기자들을 취재하는 것이었다. 나는 한국기자협회에서 발행하는 기자협회보 기자였기 때문이다. 나는 기자를 취재하는 기자였다. 

  팽목항에서 기자들은 기자+쓰레기의 합성어인 ‘기레기’로 불렸다. 그들은 슬픔과 분노와 허망함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거친 감정 앞에 속수무책으로 서 있었다. 그 감정 앞에 잘 대응하지 못하고 서툴게 구는 사람에겐 ‘기레기’라는 딱지가 붙여졌다. 사실 서툴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나 같은 초년병이었다. 기자들은 울분에 찬 가족과, 데스크의 무언의 압박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보도채널 한 카메라 기자는 “가족들이 싫어하는데 아무래도 취재나 촬영하는 게 도리는 아닌 것 같다”면서 “찍으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한 방송사 기자는 “오보도 문제였지만 실종자 가족들이 언론에 부정적인 것은 그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미리 정보를 차단하고 관계자들이 연락을 통 받질 않아 사실 확인이 잘 안 된다. 불명확한 사실을 내보낸 데 언론도 신중하지 못한 부분은 있다. 보도 윤리가 아쉽다”고 말했다.

  개인 역량이 미흡했기 때문도 있지만 기자들이 ‘기레기’로 불린 데에는 시스템의 부재도 한 몫 했다. 재난전문기자 부재, 팩트 체킹 시스템 미흡, 제대로 된 보도양식 미비, 뉴스룸 내부의 속보 경쟁과 선정보도 문화, 체계적 윤리 교육 부재.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기레기’를 탄생시켰다. 사실 누구도 세월호 참사 피해자의 상처를 헤집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서툴게 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기자들이 ‘기레기’가 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인 문제들을 난 선배들과 함께 협회보에 연속으로 다뤘다. 

  그날로부터 3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이 흘렀다. 지금 와서 이 얘기를 다시 꺼내는 건 스스로 반성하고자 함이다. 참사 직후 언론계는 통렬한 반성을 했지만 과연 근본적으로 얼마나 바뀌었나. 언론을 감시하는 기자로서 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러울 따름이다. 더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이대학보 지면을 빌어 남긴다.

 

ⓒ 이대학보(http://inews.ewha.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체력부터 인성까지…장교 향한 ROTC
최은혜 前 총학생회장, 불구속 기소…
최 前 총장, 이인성 교수 직위해제
"이쏘공, 폭죽이 되다"-SNS 찬사
조금 느려도 괜찮아, 열정 가득한 늦
만장일치 탄핵 인용에 터진 이화의 탄
긍정적 인식 비율 56% → 8,3%
힘차게 두드리니 열린 해외취업의 문,
"새내기 여러분, 동연 개파에 오신
작지만 강했던 촛불, “아직 끝나지
신문사소개 기자소개 사칙ㆍ윤리강령 광고안내 구독신청 기사제보 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자대학교 이대학보(ECC B217)
Tel. 편집실 3277-4541, 4542, 4543. 사무실 3277-3166, 316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화경
Copyright 1999~2009 이대학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akbo@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