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처 홍보팀이 지난달 온라인 악성 게시물 제보하기 메뉴를 신설했다. 본교와 구성원에 대한 악성 댓글, 허위 비방 등에 대해 고소 등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여기엔 정유라 부정입학 사건 이후 사건과 관계없는 본교 구성원을 향해서도 비난과 비하 댓글이 쏟아지는 현재 분위기도 한몫했다. 

 학교가 ‘악플과의 전쟁’을 선포하자 학생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학교가 드디어 일을 한다’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실제로, 2월24일까지 468건에 달하는 악성 게시물 신고가 접수됐다. 그간 이화인들이 근거 없는 비방과 여성혐오가 담긴 인신공격에 얼마나 시달려왔는지 알 수 있는 지점이다. 

 악성 게시물에 강력 대응해 온라인상의 분위기를 정화시키는 건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의 반응과 관계없이 학교의 이런 조처가 제 기능을 했는지 묻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학교 측은 악성 게시물 대응 방침을 외부에 알린 이유에 대해 “악성 게시글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도 본교 관련 기사를 클릭하면 여전히 보기 불편한 댓글로 가득하다. 악성 게시물은 여전히 체감 상 줄지 않았고, 제보 받은 게시물의 대부분은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는 글이었다. 결국 대외적으로 경각심을 주는 데에도, 학교의 명예를 회복하는 데에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타이밍도 좋지 않았다. 한 일간지는 지난달 ‘이대의 위기가 악플 때문?’이라는 칼럼을 실었다. 총장은 몇 달째 공석이고 교수들은 줄줄이 구속되는 마당에 ‘악플러’ 퇴치한다고 땅에 떨어진 명예가 되살아날지 의문이라는 게 골자다. 대외적인 이화의 이미지를 회복하려 시행한 방침이 오히려 외부에 비웃음거리로 비춰지지 않을지 우려된다.

 학교가 온 힘을 다해 홍보해야 할 것은 ‘이화가 어떤 자정노력을 하고 있는지’다. 그러나 정유라 사태가 터진 후 몇 개월이 지나도 학교의 대처는 지지부진하다. 비리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교수들 중 일부는 여전히 교수직을 보전하고 있다. 이 사태를 주도해서 해결해야 할 총장도 언제 뽑힐지 요원한 채 논의는 제자리다. 

 무너진 학교의 신뢰를 진정으로 회복하기 위해선 학교가 이전과 달라지려고 하는 모습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악플과의 전쟁을 선포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