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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와 사정 사이
2017년 02월 27일 (월) 강주희(국문·14) -

 이번 겨울 바르셀로나 여행 중에 예산을 아끼기 위해 12인실 도미토리에서 숙박한 적이 있었다. 수많은 커뮤니티와 호스텔 예약 사이트를 뒤져 선택한 숙소는 여행자를 위한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만족스러웠고 한 방당 인원 수가 많긴 했지만 개인 커튼으로 독립적인 공간을 가질 수 있어 낯선 사람들과의 생활도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았다. 

 뜻하지 않은 문제는 밤에 일어났다. 하루종일 가우디 투어를 하고 쓰러지듯 도착한 숙소에 스스로를 보채가며 겨우 씻고 잘 준비를 하고 누우니 숙소 앞 쪽의 까사바뜨요에서 들릴 정도의 큰 코골이가 들렸다. 옆 침대에서 흘러나온 소음은 아침까지 이어졌고 그렇게 누구인지도 모르는 룸메이트 덕에 나와 친구는 밤을 꼴딱 새게 됐다. 어찌 되었든 새로운 날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나갈 준비를 하며 악몽같았던 지난 밤에 대해 불평했다. '코골이가 저 정도로 심하면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서 1인실을 쓰거나 호텔을 써야하는거 아니야?' 나는 속사포처럼 불평을 늘어놓다가 문득 망설여졌다. ‘나는 과연 나의 존재가 타인에게 피해가 될 경우 나의 사정은 무시한 채 타인을 배려할수 있을까?’

 이처럼 개인의 사정과 타인을 위한 배려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문제들은 여행을 하며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관객이 배우의 열연이 한창인 극장에서 끊임없이 기침을 해 관객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린 일, 좁은 비행기 안에서 2m는 족히 넘을 것 같은 거구의 외국인이 좌우로 좌석을 침범하던 일 등.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쉽게 누군가를 비난한다.'기침이 심하면 극장에 오는 건 민폐 아니야?', '몸집이 크면 비지니스 좌석를 끊어야하는 것 아니야?' 단순히 그들이 미처 배려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앞서 말했듯 어떤 사정이 존재했을 수도 있다. 

 종종 이런 경우를 접하며 짜증도 나고 화도 나고 했다. 이런 모호한 문제의 가운데서 개인을 비난하기 이전에 문제상황의 스트레스를 낮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문제가 서로 배려할 수 있는 차원이 된다면, 예를 들어 만일 침대의 방음시설이 좋다면 코를 고는 사람은 룸메이트를 배려할 수 있고 그도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숙박할 자유를 얻게 된다.

 약 3주동안 5개국을 여행하며 많은 인종과 문화를 접했다.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가지각색의 세상 속에서 서로에게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만큼 다양한 개인의 문제와 사정이 존재할 것이다. 이런 순간마다 이해의 선을 조금 높여서 서로를 배려한다면 좀 더 아름답고 좀 더 성숙한 세상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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