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엘 대학교(Thiel College)


 교환학생으로 파견될 학교를 고르던 중 우연히 사진을 한 장 보게 됐다. 그 사진 속 사람들이 다들 너무 행복하게 웃고 있어서, 편안해 보이는 분위기에 끌려 그곳을 희망 학교 리스트에 써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골랐던 그 학교에 가게 됐고, 한 학기를 보내는 동안 나는 딱 내가 봤던 그 사진 속 사람들처럼 행복하게 웃을 수 있었다.
 

 해외여행도 몇 번 해본 적 없는 데다 가족들과 떨어져 살아본 적은 더더욱 없던 터라 익숙한 듯 생소한 미국이라는 나라로 가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출국 준비를 하며 이런저런 고민과 걱정을 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그린빌(Greenville)이라는 이름마저 시골스런 마을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밤에 도착했던 티엘 대학교(Thiel College)는 쏟아질 것만 같은 별들과 살랑대는 바람이 가득한 곳이었다. 어둠이 걷히고 아침이 되자 티엘은 넓고 푸른 잔디와 파랗다 못해 눈부신 하늘, 그리고 유럽의 여느 관광지 못지않게 멋진 건물들을 자랑하고 있었다. 줄곧 도시에서 살아온 나에게 티엘 대학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신선함과 따뜻함을 선물해 주었고, 그곳에 도착한지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 나는 낮이든 밤이든 아름다운 티엘 대학을 ‘사랑하게’ 됐다. 
 

 적응을 못하면 어쩌나 했던 걱정은 기우였다. 나와 같은 교환학생들과 함께 하는 것도, 그곳 친구들을 알아가는 것도 내가 해나가는 적응의 일부였고, 고맙게도 그들은 절대 나를 혼자 두는 법이 없었다. 그곳에서는 언제 어디서든 만나는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었고, 남이 무엇을 하든 신경 쓰지 않는 자유로움 속에서도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안부 인사 한마디를 건네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친구들의 말을 못 알아듣고도 알아 들은 척 어설프게 웃을 수밖에 없는 것이 답답했고, 그들이 만드는 인간관계가 우리의 그것과 너무 달라 흔히들 말하는 ‘컬쳐쇼크’를 받기도 했다. 익숙하지 않은 외국 대학의 학생으로 산다는 것은 하루하루 긴장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었는지 점점 각각의 문화를 이해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은 인정하며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우리 모두는 그런 시간들 속에서 누가 어디서 왔는지를 잊은 채 일상처럼 함께 할 수 있었다. 조금은 차갑기도 낯설기도 했던 학교는 그렇게 떠나기 싫을 만큼 익숙하고 즐거운 곳으로 변해있었다.
 

 교환학기가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아무리 떠올려봐도 즐거웠던 일밖에는 생각이 나질 않는다. 분명 그때는 힘든 일도 서러운 일도 많았을 텐데 그런 기억마저도 예쁘게 포장돼 언제 꺼내봐도 기분 좋은 선물이 돼 있는 모양이다. 티엘에서 보낸 4개월은 나로 하여금 참 많은 것을 결심하게 만들었다. 버리고 싶던 나의 모습들은 그곳에 두고, 그 곳에서 찾은 긍정적인 가치들로 나를 가득 채워 왔기를 바라며 그곳에서 새롭게 마음 먹었던 것들을 이제 차근차근 이뤄나가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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