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감사에 따른 조치가 발표되면서 본교 교직원들이 ‘무더기’로 징계 처분을 요구받았다. 이와 별개로 검찰도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유례없는 위기에 이화인은 당혹스러워 하고있다. 그러나 본교의 명예를 회복하고 대내외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한 치의 의혹도 남겨선 안 된다는 게 학내 구성원들의 생각이다. 본지는 이화 안팎으로 규명돼야 할 남은 의문점을 정리했다.

△누구 지시로, 왜 부정을 저질렀나

  언론과 시민사회에선 이번 교육부 감사가 핵심 의혹은 해소하지 못한 ‘꼬리 자르기식’ 감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 감사가 정유라(체육15)씨의 입시 부정과 관련해 청와대 개입 여부, 본교와 최순실·청와대 유착 여부 등 핵심 배경은 밝히지 못한 채 끝났기 때문이다.

  교직원 28명이 크고 작게 연루된 만큼 이번 입시·학사 특혜가 과연 일부 관계자의 일탈로 벌어진 일인지 의혹이 제기된다. ‘윗선’의 지시 또는 정치권의 외압이 있던 것은 아닌지 등이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송(영문·15)씨는 “이런 대대적인 부정 입학 사건이 교직원 선에서 계획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며 “교육부 감사로 드러나지 않은 윗선 개입 등이 검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무슨 이익을 얻으려고 입시 부정을 일으켰는지도 규명 대상이다. 언론에서는 본교가 올해 국가 재정지원사업을 ‘싹쓸이’ 하며 약 182억 원을 지원받은 것을 두고 정씨에게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보고 있다. 김경숙 전(前) 신산업융합대학장과 이인성 교수(의류산업학과)가 작년 7월부터 이례적으로 정부 연구 과제 9건을 따낸 것도 논란거리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8일 교육부 브리핑에서 “대학재정지원사업은 2000명의 교수가 평가에 참여한다”며 “물리적으로 특정 대학이 선정되도록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말의 신뢰도는 높지 않다. <조선일보>는 24일 사설에서 “최씨 딸이 이대에서 받은 배려와 교육부가 이대에 준 특혜 사이에도 누군가 (도와주는) 역할을 한 연결 고리가 있을 것”으로 주장했다. 언론에 따르면 교육부 관계자도 검찰의 조사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특기자 종목 확대 배경엔 문제없나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본교가 정씨를 입학시키기 위해 입시 전형까지 손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본교 체육특기자 전형은 기존 11개 입학 종목이 승마를 포함한 23개로 늘어났고 정씨가 입학한 2015학년도 입시부터 이를 적용했다.

  본교는 “체육특기자 전형 종목 확대는 2013년 5월부터 논의가 이뤄졌다”며 “특정인을 염두에 둔 학칙개정이 결코 아니다”라고 부인해왔다. 그러나 학교의 설명이 사람들의 의구심을 해소하기엔 부족한 모양새다.

  또 TV조선은 최씨가 2014년 청와대를 통해 ‘체육 특기자 대입 관련 대책’ 등 입시 정보를 팩스로 받아봤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정씨는 고3이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언론계 관계자는 “최씨가 정씨 입학 전부터 딸 입시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는 얘기 아니겠느냐”면서 “최씨가 이대 체육특기자 종목 확대 과정에서부터 ‘작업’에 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사 특혜, 왜 신산업융합대에 많은가

  정씨의 학사 특혜에 신산업융합대(융합대)가 특히 깊게 관여돼 있다는 것도 학내 구성원들이 의혹을 가지는 지점이다. 왜 하필 이번 일에 연루된 교수 다수가 융합대 소속이냐는 것이 요지다. 실제로 24일 발표한 교육부 감사결과 보도 자료에 따르면 정씨에게 특혜를 줬다고 밝혀진 교직원 28명 중 15명이 융합대에 속해 있다.

  올해 설립된 융합대는 ▲체육과학부 ▲의류산업학과 ▲융합콘텐츠학과 ▲국제사무학과 ▲식품영양학과 등으로 구성돼있다. 융합대 신설계획은 최경희 전 총장이 2014년 8월 임기를 맡은 지 두 달 만에 바로 시작됐다. 성격이 전혀 다른 학과를 통·폐합한다는 점, 학생들과 협의가 전혀 없었다는 점 등으로 학생들의 반발이 컸지만 강행됐다. 본교가 이대부속유치원을 옮기고 해당 부지에 세우려 했던 건물도 융합대가 주로 쓰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가 학사 특혜를 받았다고 알려진 과목은 주로 융합대 소속 교수 담당이다. 이인성 교수(의류산업학과·전 글로벌미래평생교육원장)는 정씨의 과제 제출을 대신 해 줘 문제가 됐다. 류철균 교수(융합콘텐츠학과)가 담당한 ‘K-MOOC 영화스토리텔링의 이해’에선 정씨의 대리시험, 대리수강이 확인됐다.

  이에 일부 학생들은 융합대 신설 추진 배경부터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민지(화학신소재·16)씨는 “융합대 도입 당시 각 학과는 어떤 공통점으로 모여 이런 대대적인 학제 개편에 포함된 건지 의문스러웠다”며 “이제라도 융합대 추진 배경부터 재조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순실 씨 측근과 본교 연결고리 있나

  일각에선 검찰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장모인 삼남개발 김장자 회장과 최씨, 본교 측 연관 관계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회장은 작년 12월 본교에 신축 기숙사 기금으로 1억 원을 기부했다. 또한, 2014년 김 회장이 최씨 측근으로 알려진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본교 관계자 등과 함께 골프 회동을 가졌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요컨대, 정씨가 특례 입학하는 데 김 회장과 본교 관계자가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본교 대외협력처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김 회장은 2008년 봄학기부터 이화여성최고위과정에서 수학했고 2015년엔 이화여성최고위과정 동창회 회장을 맡으며 발전기금을 후원했다”며 “역대 모든 이화여성최고위과정 동창회 회장이 대학발전기금을 기탁하고 있어 김 회장만 특별이 기금을 낸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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