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이 주는 안정감을 담아낸 '바램'
▲ 반짝이는 은하수를 표현한 'Our Galaxy'
▲ 물에 얼굴이 잠겨있는 사람을 표현한 '~~~'
▲ 인터넷 공간 속 대중과 여론의 속성을 표현한 'keyboard battlefield'
▲ 빈백에 앉은 시점으로 공간을 구성한 '일상의 비일상화'
▲ 다양한 성 정체성을 반영한 '체스'. 사진=김지현 기자 wlguswlgus32@ewhain.net

  차세대 이화인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조형예술대학(조예대)은 22일~27일 6일간 조형예술관(조형관)A동, B동, 이화아트센터에서 졸업작품전을 개최했다. 전시에는 ▲도자예술과 ▲동양화과 ▲서양화과 ▲섬유예술과 ▲조소과 ▲패션디자인과 학생들이 참여했다. 약 234명의 학생들이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약 455점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조예대 원인종 학장은 “졸업전시는 학생들의 예술적 역량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특히 이번 전시는 각 전공의 특성과 함께 다양한 장르가 결합된 실험적인 작품을 보여준다”며 “예년에 비해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 앞으로 국내외 예술현장에서 활발한 활동으로 한국 미술의 위상을 높이길 바란다”고 조예대 학생들에게 기대와 격려를 보냈다.

  조형관A동으로 들어가 왼쪽 복도를 일직선으로 걷다보면, 천장에서 복도로 밧줄이 덩그러니 내려와 있다. 천장에는 파란 하늘 속에 두 손이 가지런히 모아진 사진이 있고 그 두손 사이로 밧줄이 내려오는 형상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이윤아(조소·13)씨의 ‘바램’이다. 손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보이기도, 보이지 않기도 하는데 이는 여러 장의 사진 사이에 오목렌즈를 삽입해 다른 각도에서 서로 다른 사진이 보이게끔 만드는 랜티큘러의 특성 때문이다. 이씨는 “밧줄이 하늘이라는 제3의 공간으로 올라가고 싶은 인간의 본성을 표현하고, 하늘에 있는 손은 항상 하늘을 보고있는 나의 모습을 형상화 했다”며 “하늘을 볼 때 내가 느끼는 안정을 작품에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양한 재료들로 만든 작품이 전시돼 있는 1층과 사뭇 다르게 2층은 캔버스만이 관람객을 기다리는 차분한 분위기다. 2층 경사로가 끝나는 오른쪽 벽에는 커다란 캔버스 가득히 깨끗하고 장엄한 밤하늘이 펼쳐져 있다. 커다란 산꼭대기에서 야경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표현한 수묵화 작품은 김연수(동양화·12)씨의 ‘Our Galaxy’다. 이 작품은 도시 야경 불빛과 밤하늘에 있는 은하수를 캔버스 전체에 자연스럽게 흩뿌려 놓았다. 김씨는 “반짝이는 별의 느낌을 부각하고 싶었다”며 “별들도 은하수에 모여 있을 때 특별하게 되는 것처럼, 평범한 개개인이 하나로 모이면 은하수처럼 빛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형관A동 2층에 있는 이화아트센터에도 전시는 이어진다. 전시장의 가장 안쪽에는 그림의 제목이 모두 ‘~(물결)’로 된 정지혜(서양화·13)씨의 작품 5점을 볼 수 있다. 정씨의 작품은 모두 물이 등장하며 한 그림에는 사람의 얼굴이 네모난 물속에 갇혀있는 모습, 다른 그림에는 사람의 온몸, 다른 그림에는 반쯤 잠겨있는 등의 모습이 보인다. 물이 흐르는 모습으로 표현되지 않고 네모난 모습을 이루고 있어 초현실적이다. 정씨는 “물은 생명의 속성과 죽음의 속성을 가지고 있어 이 양면성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었다”며 “물에 누워있는 사람은 물에서 안락함을 느끼고, 물에 잠겨있는 사람은 공상이나 침묵에 잠겨있는 사람이며, 물에 얼굴이 잠겨있는 사람은 소통의 부재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도 있다. 3층 경사로로 올라가 길게 나있는 복도를 따라 걷다보면 왼편에 A4 크기보다는 조금 큰 캔버스 28장이 열을 맞춰 배열돼 있다. 각 그림마다 동글동글 친근한 이미지의 캐릭터가 모니터 앞에 앉아있다. 이 캐릭터들은 키보드를 두드리는 모습, 스마트폰을 하고있는 모습, 음료, 과자를 먹고 있는 모습 등 우리가 흔히 컴퓨터를 하며 취하는 모습들을 표현한다. 이 작품은 김연은(서양화·09)씨의 ‘keyboard battlefield’로, 김씨는 “인터넷 공간 속 대중과 여론의 속성에 대해 묘사하고 싶었다”며 “양끝에 있는 그림은 모두 키보드를 열중해서 두드리고 있는 모습으로 비슷하지만 흑백의 대비를 통해 양쪽이 다른 의견을 쓰고 있어도 그 태도는 비슷하다는 걸 부각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선명한 색상을 가지고 하늘거리는 천들과 다양한 패턴이 있는 옷감들로 이질적이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전시장이 있다. 섬유예술과의 작품이 있는 4층 전시장에는 삼각형의 빈백, 스탠드, 카펫, 액자, 실내화, 작은 화분들로 아늑한 실내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온 작품이 눈에 띈다. 이은주(섬예·12)씨의 ‘일상의 비일상화’ 작품으로, 관람객들은 실제 신발을 벗고 작품으로 들어가 앉아 잠시 쉴 수 있다. 이씨는 “4층까지 전시를 보러 올라오는 분들에게 쉬었다 가라는 의미와, 빈백에 앉으면 마치 누군가의 방에 들어와 앉아서 둘러보는 느낌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앉은 시점에 맞게 공간을 구성한 것”이라고 전했다.

  유려한 자태의 도자기들이 관람객을 기다리는 곳도 있다. 조형관B동 3층 홀에서는 도자예술과 학생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입구와 홀을 이어주는 통로를 지나 메인 전시장으로 들어가면 학생들이 빚은 도자기들이 약간 어두운 조명 아래 놓여있다. 홀을 가로질러 안쪽으로 들어가면 체스판 위에 특이한 말들이 배치돼 있는 오유경(도예·12)씨의 ‘체스’를 볼 수 있다. 체스판 위에는 체스 말인 킹이나 퀸, 폰, 룩이 아닌 립스틱과 구두를 신은 여성의 다리, 가운데 손가락을 들고 있는 말 등이 올라가 있다. 작품을 만든 오씨는 “작품에는 성 정체성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 작품의 주제”라고 설명했다. 또한, “각각의 체스말은 다양한 성 정체성을 반영하고 있으며 자신의 젠더를 담은 말을 선택하고 게임을 하면서 관람자 스스로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졸업전시를 관람한 동덕여대 이하은(회화·14)씨는 “같은 전공자로서 타 대학 전공의 전시를 구경하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며 “작품을 전시할 때, 전시 구역을 잘 계획하고 공간을 활용한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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