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림대학(吉林大學)

  누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교환학생 생활은 ‘인생 휴가’라고.

  필자가 교환학생을 선택한 이유도 이와 비슷했다. 3년 반의 학교생활, 6개월의 인턴생활. 쉬지 않고 보낸 4년의 시간과 사회로 나아가야 할 앞으로의 시간 사이에서 한 템포 쉬어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추가학기를 감수하면서도 교환학생을 택했다. 그래서 지금 이곳, 중국 길림대학교에 와 있다.

  길림대학교라는 이름이 낯설겠지만, <비정상회담>의 패널인 장위안이 나온 학교라고 하면 조금 익숙할 것이다. 이곳 길림성 장춘은 한국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했고, 10월부터 눈이 내렸다. 아직 두 달의 시간이 남았지만 지금까지의 교환 생활을 정리해보면, 필자는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아주 바쁜 시간을 보냈다.

  9월, 얼떨결에 참여하게 된 ‘국제문화제’는 한국 대표가 된 사명감과 한류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남긴 행사였다. 국제문화제는 길림대학교에 온 각 나라의 학생들이 각자에게 할당된 부스를 꾸미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행사였다. 필자를 포함한 10명의 한국인은 한국 부스 담당자가 돼 김밥을 만들어 나눠주고 행사에 참여한 중국인과 외국인들에게 한글 이름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시간이 많지 않았던 탓에 준비가 부족했지만, 그날 한국부스를 담당했던 우리는 명실상부한 한류의 힘을 경험할 수 있었다. 급히 준비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별에서 온 그대>의 포스터에는 수많은 중국인들의 감상평이 가득했고, 한국 부스는 그 어느 부스보다도 줄이 길었다. 김밥은 순식간에 동이 났고 모두 밥 먹을 시간도 없이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했다. 행사가 끝나고 함께 먹었던 양꼬치와 칭따오는 그 동안 먹었던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맛이었다.

  여행도 쉬지 않고 떠났다. 상하이, 내몽고 그리고 백두산까지. 30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떠났던 상하이 여행도, 곧 괴물이 나올 것만 같이 커다랗고 웅장한 천지가 있었던 백두산 여행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드넓은 사막과 하늘을 가득 채운 별이 있었던 내몽고 여행이었다. 낮에는 무덥고 밤에는 추운 사막의 날씨도, 두 명이 누우면 꽉 차는 좁은 텐트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자연의 힘은 위대했다. 다 같이 맥주 한 캔을 들고 고기를 구워먹으며 봤던 내몽고의 노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빈 틈 없이 채워진 별과 무수히 떨어지는 별똥별, 그리고 넓디넓은 사막 끄트머리에서 서서히 떠오르던 ‘오늘’의 해. 가는 시간이 아까워, 그리고 카메라에는 전부 담기지 않는 하늘이 아쉬워 추위에 벌벌 떨면서도 사막에 누워 하늘을 보는 것을 멈출 수는 없었다. 사람의 눈이 가장 위대한 렌즈라는 말은 정답이었다.

  그 밖에도 친절한 중국인 친구와 함께 찾아다닌 중국 맛집, 모두 함께 했던 할로윈 파티,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벌였던 격렬한 정치 토론까지 짧은 글 안에는 다 담지 못할 바쁜 하루하루가 있었다. 앞으로의 남은 두 달도 아마,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이 곳에서 얻은 소중한 친구들과 그들과의 추억은 이 휴가가 끝나는 어느 날 시작될 또 다른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게 할 동력이 될 것이다.
누군가 필자에게 교환 생활에 대해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누구보다 바쁘고 보람찬 인생 휴가를 보내고 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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