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구성원들, 일방적 통보에 지쳤다 ··· "실효성 낮은 평의원회부터 개선해야"

  <편집자주> 현재 본교가 당면한 선결과제는 학내 의사소통 구조의 개선이다. 시위의 발단이 됐던 미래라이프대학 신설계획은 물론, 프라임사업, 코어사업, 신산업융합대학 신설, RC 폐지 등 최근 2년간 주요 사업과 정책을 시행하는 데 있어 학내 구성원의 의견 수렴과정이 사실상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이에 교수, 직원, 학생 모두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다. 본지는 현재 본교의 의사소통 구조상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개선방향을 짚어봤다.

  ㄱ씨(의류·13)는 작년 학과 구조조정 소식을 들었을 때 느꼈던 당혹감을 잊을 수 없다. 자신이 속한 의류학과가 의류산업학과로 명칭이 바뀔 뿐만 아니라 신설되는 신산업융합대학(융합대)으로 소속이 바뀐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ㄱ씨는 “해당 학과 학생임에도 전혀 몰랐던 사실에 깜짝 놀랐다”며 “학교를 다니는 학생에게는 매우 큰 사안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아 화가 났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발과 논란 속에서도 융합대는 대학평의원회(평의원회), 교무회의 등을 거쳐 의결됐다. 학교 홈페이지에 개정안이 사전 공고된 지 엿새만이었다.

△선(先)결정 후(後)통보 방식 벗어나 심의과정서부터 구성원 의견 반영해야 

  이처럼 최근 2년 사이 이뤄진 학제 개편은 대부분 학교본부의 통보로 학생들에게 알려졌다. 특히 프라임사업이 추진될 당시엔 학생은 물론 교수 사이에서도 반발이 있었지만 사업은 그대로 강행됐다. 일련의 과정에서 드러난 의사소통 방식의 비민주성이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학교 측이 소통에 무관심했던 것만은 아니다. 최경희 전(前) 총장 취임 초기, 학교 측은 ‘총장님과 함께하는 혁신이화 비전미팅’, '총장과의 열린 대화' 등으로 학제 개편 등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 측의 대화 시도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그 방법이 여전히 선(先)결정 후(後)통보 방식을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학생들은 학과 개편 및 신설, 학칙 제·개정 등 학생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안에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없는 구조를 비판했다. ㄴ씨(광고홍보·11)는 “단과대학 신설, 장학금 폐지, 프라임사업 등은 지금 등록금을 내고 학교를 다니고 있는 재학생들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 같은 사안에 대해선 학생 의견이 당연히 반영돼야 하고, 사안에 따라 사업 진행 여부까지도 관여할 수 있는 수준의 참여가 가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혜 총학생회장은 “현재와 같이 이화인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없는 구조라면, 학교가 사업을 추진하고 이화인은 통보받는 상황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모든 구성원이 동등하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내 구성원의 참여 보장은 학생뿐만 아니라 직원과 교수도 입을 모아 강조했다. 정연화 노조위원장은 “의사 결정 과정에서 직원이 중간에 의견을 내더라도 묵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수협의회(교협)는 지난달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화의 가치를 구체화하고 미래 비전을 확립하기 위해서 교수, 학생, 직원 등 이화 발전에 기여할 모든 주체들이 참여하여 발전을 논의할 수 있는 개방적 회의기구 또는 협의기구를 제도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적 의사결정’위한 대학평의원회…“근본적 구조개선 필요”

  현재 교수, 학생, 직원의 세 주체가 모두 참여해 학교 제반사항을 논의하는 협의기구로 대학평의원회(평의원회)가 존재한다. 평의원회는 대학과 관련한 사항을 심의 및 자문하는 학내 최고 심의기구로, 사립대학의 투명하고 민주적인 운영을 목적으로 한다. 2005년 사립학교법(사학법) 개정에 따라 모든 사립대는 평의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본교는 2013년 평의원회를 구성해 4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그러나 평의원회가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지에 대한 구성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가장 문제로 제기되는 부분은 평의원 구성 방식이다.

  본교 평의원회는 11명으로, 교수 4명, 학생 1명, 동문 2명, 직원 2명, 대학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11명은 사학법이 규정한 법정최저인원이다. 사학법은 평의원회 구성과 비율에 대해선 대학 자율에 맡기고 있다.  

  평의원회 구성에 대한 문제는 설립 초기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구성으로는 구성원의 의견 수렴 및 반영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교협 소속 ㄷ교수는 “동문 2명, 대학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 2명은 사실상 본부에서 추천하는 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본교 평의원회 운영 규정에 따르면 동문 평의원은 총동창회가 추천한 4명의 후보자 중 2명을, 대학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서의 평의원 2명은 총장이 위촉한다. 그는 또 “지난 평의원회 선출과정을 살펴보면 교수 평의원 또한 형식적인 선출에 그쳤고, 초기엔 학장 등 교무위원으로 활동 중인 보직자들이 대거 선출되기도 했다”며 “선출방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규정상 평의원과 교무위원 겸직이 가능하다는 데 대해선 이전에도 지적이 있어왔다. 학장, 처장 등 주요 보직자로 구성된 교무위원은 교무회의에서 본교 정책 수립, 학칙 제·개정 등을 의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의원회 설립 초기, 교협 전길자 전 회장은 이에 대해 “교무위원이 평의원을 겸하는 것은 정부로 예를 들면 장관이 국회의원을 겸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학생들 역시 현재 평의원회 구성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학생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학칙 제·개정에 관해 학생 의견 반영이 필요하나, 현재 구성으로는 힘들다는 것이다. 최 총학생회장은 “학생 평의원이 1명이라는 비율을 고려했을 때 학생들의 의견이 의사결정구조에 반영된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학생들의 의사가 잘 반영될 수 있도록 모든 구성원을 동수로 구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평의원회 운영 방식 자체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평의원회 취지와 달리 종종 의견 수렴이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회의가 열려 안건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평의원을 역임했던 ㄹ교수는 “평의원회에서 제안되는 학교의 정책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이 논의를 하고 의견을 제시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실제 평의원회에선 급하게 안건이 상정돼 논의할 때가 많았다”며 “한 번은 교무회의로 이미 의결된 사항을 평의원회에서 심의하라고 요구해 당황스러웠던 경험도 있다”고 밝혔다.

  ㄷ교수는 “현재 평의원회는 학교본부의 결정을 형식적으로 심의하는 기구”라며 “구성원 의견 수렴 등의 기능은 전혀 하지 못하고 또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에 대해 본교 기획처는 “그동안 제기된 의견을 토대로 평의원회에 대한 개선을 논의하는 중”이라며 “교내 여러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평의원회, 학생 비중 늘리고 의결권 부여해 제도적으로 개선돼야”

  전문가들은 학생 비율을 높인 투명성 확보, 평의원회에 의결권 부여, 새로운 학내 거버넌스 구조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현 사학법에 따르면 평의원회를 의결기구로 강제하는 조항은 없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은 “대학 운영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높이려는 평의원회 도입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구성 인원 수와 학생 참여를 대폭 확대하고, 논의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며 평의원회의 투명성 강화를 주장했다.

  한편, 평의원회에 의결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작년 6월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전 국회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평의원회를 학내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강화해야 할 것을 주장했다. 장 전 의원은 “평의원회는 근본적으로 심의·자문기구라는 한계가 있기에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에 제한이 있다”며 “평의원회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요식행위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학내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학내에 새로운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총장, 이사회와 같은 대학 본부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교수, 교육 대상자인 학생들이 자발적 참여로 학교 비전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대학학회 윤지관 회장은 “대학 거버넌스 구조가 제대로 작동 하려면 자율성과 민주주의가 기본이 돼야 한다”며 “대학 본부가 학교 경영 및 운영 방향을 정하면 교수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를 주체적으로 평가·감독하고 교육 대상자인 학생들은 해당 정책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적극적으로 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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