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인한 국민적 분노가 거세다. 지난 12일에는 아이, 학생, 노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백만개가 넘는 촛불을 이뤘다. 18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전체 지지도는 3주 째 5%, 20대의 지지도는 1%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대학생 주도의 동시다발 시위가 진행됐다. 15일 신촌 현대백화점 옆 창천공원은 ‘동시다발시위’를 위해 모인 약 300명의 사람으로 가득했다. 대학생, 아들과 함께 온 아주머니, 연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한마음을 이뤘다. 12일 시국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인 동시다발시위는 ▲강남 ▲대학로 ▲청량리 ▲신촌에서 같은 시간에 진행됐다. 각 권역별로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한국외대 등 39개가 넘는 대학생들이 참여했다. 본지는 시위가 일어난 4곳 중 신촌에 직접 찾아가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또한, 동시다발시위의 최초 기획자 6명 중 한 명인 서울대 김보연씨와 신촌지부 담당인 본교 재학생 감희진씨를 서면 인터뷰했다.   

  “여러분! 지금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입니다. 우리 모두의 주권을 위해 동시다발시위에 함께 해주세요!”

  오후7시 신촌 현대백화점 옆 창천문화공원. 본교를 포함한 중앙대, 한국철도대 등의 학생들이 북, 징, 꽹과리를 들고 연주를 시작했다. 일부 학생들은 ‘박근혜는 하야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다니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참여를 권했다. 보조요원 학생들은 하나둘씩 모이는 사람들에게 가면과 방석을 나눠주었다. 사람들은 펄럭이는 ‘동시다발시위’ 깃발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본격적인 동시다발시위 행진에 앞서 진행자는 최순실 게이트, 논란이 된 연설문 내용으로 문제를 만든 O/X퀴즈, 초성 퀴즈 등을 통해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퀴즈가 진행되자 딱딱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어느새 가면 아래 보이는 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촛불을 배부하고 주최 측은 지원자를 받아 자유발언의 시간을 가졌다. 한 학생은 “지금 나라가 썩을대로 썩었고,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이렇게 모인 것은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을 할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들고 있는 촛불 하나하나 행진 한 걸음 한 걸음이 역사의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꽹과리를 필두로 한 풍물패는 신촌로로 향했다. 가면을 쓰고 촛불을 든 시민들은 3명씩 대열을 맞춰 풍물패를 따라갔다. 행진의 선두에는 ‘박근혜는 하야하라’ 현수막과 ‘숨은주권찾기’ 깃발이 있었다. 이어 진행자의 확성기로 구호가 시작됐고 사람들은 구호를 따라 외쳤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최순실은!”, “구속하라!” 

  동교동 삼거리를 지나갈 즈음 행진은 처음에 모인 인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나 있었다. 엄마를 따라온 아이도 작은 손으로 촛불을 잡고 행진을 시작했다. 몇몇 사람들은 진행자 혹은 보조 요원들에게 ‘시위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라고 물으며 동참했다. 이윽고 약 400명(현장추산)이 모여 긴 촛불 길을 만들었다. 

  서강대 강병찬(정외·15)씨는 친구들과 행진하며 뿌듯하다고 말했다. 강씨는 “처음에 거리 행진을 한다고 해서 이 사태가 달라질지 우려가 됐지만, 우리가 이렇게 해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더 많은 사람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행진이 한창 진행 중인 오후7시30분. 거센 바람으로 사람들의 촛불이 꺼지기도 했지만 사람들의 외침은 커졌다. 학생들과 시민들은 꺼진 촛불을 살리기 위해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웃으며 각자의 촛불을 나눴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 행렬에 감탄하며 핸드폰을 꺼내 촬영하거나 박수를 치기도 했다. 긴 행렬로 인해 차량통행이 힘들기도 했지만, 아무도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 참가자인 연성대 홍지은(군사학·12)씨는 “이번 시위는 한 시민이자 국민으로서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마음들이 모인 뜻 깊은 자리”라고 말했다.

  오후8시 행진은 홍대입구역 8번 출구를 지나 어울마당로에 도착했다. 행진을 마친 사람들은 현수막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자리를 잡았다. 마지막 프로그램으로는 자유발언과 행진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고려대 조병준(체육·16)씨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비선 실세의 입김이 연설문과 같은 몇 가지 일에만 국한되지 않았을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박근혜는 검찰에 참고인 신분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철저히 조사받아야 한다”며 “세월호 사건, 위안부 한일합의, 백남기 농민 사태에 대한 진상이 규명되면, 그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발언한 본교 이인영(영문·12)씨는 외국 사람들에게도 이 사태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영어와 불어로 발언했다. 그는 “헌법 제 84조에 의하면 대통령은 내란과 외환의 죄를 짓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을 수 없다”며 “그 말은 내란과 외환의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는 형사소추가 가능하고 즉시 체포 혹은 강제소환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고하듯 마지막 말을 꺼냈다.

  “Always the People, the general public wins! 항상 대중이 이깁니다”

  오후9시. 사람들은 “박근혜 퇴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의 막을 내렸다. 참여자들은 시위가 끝나자 서로 수고했다며 격려했다. 그 후, 그들은 방석과 촛불을 수거하고 쓰레기를 주웠다. ‘청년서강 총학생회’ 깃발을 들고 행진의 뒤를 지켰던 서강대 이하준 부총학생회장은 “날씨는 더욱 추워지고 상황은 지지부진해지는 것 같다”며 “하지만 힘든 일상 속에서도 이런 자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덕분에 문제가 꼭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가면을 벗으며 상기된 얼굴로 서로 인사를 나눴다.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그들은 알던 친구를 만난 듯 어느새 정답게 웃고 있었다. 촛불을 나눴던 사람들은 한마음으로 또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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