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시위 최초 기획자, 김보연 씨

-이번 동시다발시위를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10월30일 서울대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의경 출신 학생이 ‘시위대는 청와대를 향해선 안 된다. 민중을 향해야 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곧바로 이 글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고 저를 비롯한 최초 기획자 6명은 약 30여의 TF본부를 꾸리게 됐다. 또한, 주변 대학의 분포와 거리를 고려해 시위장소를 ▲신촌 ▲강남 ▲청량리 ▲대학로로 설정했다. 시위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 처음 참여하는 사람 등이 부담 없이 재미있게 참여하도록 시위의 프로그램에 O/X퀴즈, 초성 퀴즈 등을 준비하기도 했다.

-대학생들이 모여 만드는 ‘동시다발시위’라고 할 만큼 대학생에게 집중적으로 동참요구를 한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시위를 기획한 ‘숨은주권찾기’는 대학생이 주체가 돼 시국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시위를 지향했다.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자신의 목소리를 낼 기회가 생긴다면 학생사회에 좀 더 활력이 생길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적 주체로서 대학생의 존재감이 커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위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동시다발시위를 시행하자고 한 최초의 6명이 처음 만난 날이 10월31일이었고, 시위는 15일이었다. 2주 안에 조직구성도 하고, 시위준비도 해야 해 팀장과 팀원 모두 잠을 줄여가며 열심히 일했다.

-시위에서 가면을 쓴 이유는

  가면을 씀으로써 사람들이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랐다. 가면의 상징적인 익명성이 더욱 활발한 토론을 이끌어내고, 시위 참여자들 간의 동질성을 강화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이번 시위의 주제가 ‘주권을 잃은 시민들의 얼굴 없는 시위’인 만큼 그에 맞춘 소품으로 가면을 택했다.
 
-시위결과는 어떤가

  각 지부당 약 300명의 참여 인원을 예상했는데, 모든 지부가 예상에 맞게 잘 진행된 것 같다. 우리의 목적 중 하나가 시위에 참여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시위를 경험하게 하고, 시위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내보자는 것이었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신촌 참여자 중 약 30%는 이번이 첫 시위였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줬다.

-이번 동시다발시위는 어떤 면에서 의의가 있는가

  이번 시위는 서울 번화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고, 대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지향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할 기회가 된 것 같다. 시위에 처음으로 참여해 보신 분 중에는 “앞으로 이런 목소리를 내기 위해 언제든 다시 오겠다”고 하신 분들이 많았다. 이처럼 참여자들이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자신의 주권을 주장하는데 이번 시위 경험이 도움 됐다고 생각한다.

 

 신촌지부 담당 이화인, 감희진 씨

-이번 시위 기획에 참여한 계기는

  본교에 입학하기 전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서 공부했다. 서울대 재학 당시 선배가 이번 숨은주권찾기 TF장을 맡게 되면서 자연스레 동참하게 됐다.

-신촌지부의 시위는 어땠는가

  잔잔한 감동을 준 것 같다. 모두가 질서 정연하게 행진했고, 다친 사람도 큰 소동도 없이 잘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화인들이 이번 시위에 많이 참여했다. 행동하는 이화인이 자랑스러웠다.

-시위를 준비하면서 혹은 행동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개인적으로 이번 시위가 본인의 개인적인 정치적 의견을 표출하는 첫 자리였기 때문에 부담스러웠었다. 그런데 막상 당일이 되어 몇백 명이 한 자리에 가면을 쓰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니 뿌듯함이 들었다.

-시험 등 개인적 일정도 있었을 텐데 자원봉사까지 한 이유는

  이번 시위에 참여하기 전까지, 정치에 무관심했다. 서울대 시흥 캠퍼스와 본교 미래라이프대 사태 때도 잘못되었다 생각은 했지만,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학교에서 일어난 일련의 일들이 결국 박근혜 게이트로 이어지면서, 단순히 학교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거리로 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동시다발 시위를 준비하면서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순간은

  매 순간이 인상 깊었다. 그중에서도 행진에 사람들이 동참하고 응원해줬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맨 앞에 할아버지와 어른들이 촛불과 ‘박근혜는 하야하라’ 피켓을 들고 행진을 이끌어줬다. 마치 대학생인 우리에게 “좀 더 어른”으로서 응원을 해주시는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우리 젊은이들 잘한다!”며 크게 박수쳐주신 분도 있었는데 그런 응원이 큰 힘이 됐다. 같이 행진해준 몇백 명의 사람들, 그 옆에서 우리를 보호해주셨던 경찰분들, 우리를 칭찬해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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