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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한 학교, 허탈한 우리
2016년 11월 21일 (월) 김소연 편집부국장 soyeon1025@ewhain.net

  이번 주는 정말이지 바빴다. 기말고사가 다가오면서 몰아치는 리포트 과제, 과목마다 있는 팀 프로젝트 사전조사와 회의, 심지어 전공과목 2차 시험까지 있어 할 일이 너무 많아 도저히 잘 시간이 없었다. 할 일은 산더미같이 쌓여있고, 시간은 없어 잠을 줄여야 했기에 커피와 핫식스를 달고 살아 이번 주는 카페인에 그야말로 ‘절어’있었다. 목요일에 학보 마감을 하면서 또 세 시간을 겨우 자고 일어났더니 우리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비선 실세의 딸 정유라에 대한 본교의 특혜 의혹이 전부 사실이라는 기사를 접했다.

  허탈했다. 입시 과정도 모자라 학사까지, 내가 아등바등 다니는 학교가 일개 학생에게 쩔쩔매며 뒤를 봐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느낀 가장 큰 감정은 ‘허탈함’이었다. 정씨는 입학하고 올해 여름까지 8개 과목 수업에 한 번도 출석하지 않고, 아무런 출석 대체 자료도 내지 않았는데도 출석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과제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을 그대로 복사한 정씨의 리포트에 교수들은 ‘관대하게’ 점수를 줬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어떤 과목에서 보고서를 내지 않자 교수가 직접 정씨가 제출한 것처럼 꾸며 제출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리포트를 쓰기 위해 논문도 보고, 뉴스 기사도 읽고, 정리하고, 팀원과 피드백을 하느라 새벽까지 밤을 지새웠는데, 정씨는 교수가 직접 리포트를 제출해 점수를 받았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가장 허탈했던 점은 정씨가 입학취소가 돼도 앞으로의 인생에 별 타격 없이 지금과 같은 호의호식하는 생활을 이어갈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특혜만 누리고 살아온 정씨가 앞으로 나름 열심히 살아온 나보다 더 잘 살 것 같아 엄청난 허무함과 허탈함이 나를 짓눌렀다.

  이화에서의 내 7학기가 헛되게 느껴졌다. 출석을 안 해도 출석 인정이 되고, 리포트를 제출하지 않아도 제출한 것이 되고, 기말고사를 보지 않아도 본인 명의의 답안지가 제출되는 기이한 대학생활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화의 많은 학생들은 9시20분 이대역에서 2교시 수업을 지각하지 않으려고 전속력으로 달린다. 이화의 많은 학생들은 리포트 제출을 위해 여러 논문을 찾아가며 밤을 지새운다. 이화의 많은 학생들은 시험기간에 밤늦은 시간까지 열람실 자리를 지킨다. 한 학생 때문에 이런 우리 이화인의 노력이 부정당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한 학생 때문에 우리가 자랑스러워 마지않았던 이화의 이름에 비리 대학이라는 오명이 생겼다.

  하지만 학교의 대응도 미지근하다. 특별감사 결과가 나오고 본교가 학내 구성원들에게 전한 말은 “입시 및 학사운영 전반을 철저히 재점검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도록 하겠다”는 말뿐이었다. 이화브리핑을 통해 “어떠한 특혜도 제공한 바가 없다”고 단언했던 본교의 태도 역시 모두 거짓이었고, 학사의 부실한 미비점이 문제가 아니라 ‘비리’가 문제였는데 문제의 본질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것이다.

  정씨가 입학취소 처분을 받았지만 여전히 일이 마무리된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정씨가 자퇴서를 냈다는 기사를 접하고 “나도 걱정 없이 마음대로 자퇴하고 싶다”고 말하고, 입학취소 기사를 접하고 “저래도 나보다 잘 살겠지”라고 말하는 세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허무감과 상실감에 빠져있다. 현 사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 확실히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사람들이 이 큰 허탈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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