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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안 불렀다고 할 수는 없다
2016년 11월 21일 (월) 박선(영문·14) -

  밧줄에 매달려 우물 안으로 숨는다. 밖에는 나를 쫓아온 사람들이 두리번거린다. 우물 바닥에는 거대한 구렁이가 입을 벌리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에서 흰 쥐와 검은 쥐가 밧줄을 갉아먹고 있다. 이것이 인생이라고 불교에서는 말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튼튼했던 동아줄이 점차 흔들린다. 희망을 향해 달려간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움켜잡으니 희망은 안개처럼 빠져나간다. 찰나의 좌절은 이것으로 끝이라고 혼자 되뇐다.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는 최면에 빠진다. 한 순간 눈을 번쩍 뜨고 주위를 둘러보니 파도처럼 밀려오는 수많은 좌절을 온 몸으로 마주하고 있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스타들은 자신의 그럴듯한 실패를 자랑삼아서 말하곤 한다. 사람들은 그들의 실패 사례를 귀담아 듣는다. 그들은 이어서 자신의 성공을 이야기한다. 누구는 슈퍼카를 여러 대 소유하고, 누구는 청담동에 건물을 두 채나 보유했다. 실패는 성공 후에 빛나는 법이다. 실패 후에 실패만 기다리는 인생은 손가락질 당하기 마련이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나 싶을 때가 있다. 모두가 직진할 때 나는 왼쪽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하고 있는 것만 같다. 스스로 혼돈의 구덩이에 몸을 던진다. 그래도 위로가 되는 말을 되뇐다. ‘타인의 인생은 타인의 것, 나만의 방향으로 열정을 갖고 나아가면 안 될 일은 없다.’ 

  한 친구는 예전부터 자신의 목표였던 직장에 당당하게 입사했다. 이후 그는 매일을 야근하며 피로에 절어있다. 한 번은 너무 바빠서 키우는 햄스터를 잠시 잊었다고 한다. 햄스터는 나흘 만에 준 해바라기 씨를 전광석화처럼 낚아챘다. 한참 회사를 욕하던 그도 꼬박꼬박 입금되는 월급에 위로 받는다. 그의 신세는 플라스틱 상자 속에서 쳇바퀴를 돌리는 햄스터와 다를 바가 없다.

  영화 <플로렌스>에서 소프라노인 플로렌스는 지독히도 노래를 못 부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노래를 잘 부른다고 알고 있었다. 대중에게 모욕을 당하면서 마침내 뼈아픈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큰 충격을 받고 앓고 있던 병이 악화되면서 그는 죽어간다. 그때 그가 말한다. “사람들이 내가 노래를 못 불렀다고 말할 수 있지만, 내가 노래를 안 불렀다고 말할 수는 없을 걸요.” 그의 가짜 인생 역시 그가 선택한 결과였다.

  시중에는 수많은 위로들이 존재하지만 그것은 모두 다른 이의 이야기이다. 이 글은 그들의 이야기처럼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는 않다. 실패만을 해본 내가 성공을 논하는 것은 아직 이르기 때문이다. 단지 실제로 카네기 홀에서 노래를 불렀던 플로렌스처럼, 가짜가 진짜가 되는 가치를 스스로 조명해 볼 것을 권하는 바이다.

  추신으로 친구는 후에 이직을 했다. 그곳은 월급은 적지만 햄스터와 수다를 떨 수 있을 만큼 많은 개인시간이 보장되는 곳이다. 그는 두 번째 선택에 만족한다. 어떤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의 선택은 진행 중이고, 그 모든 결정 역시 가짜가 아닌 그의 인생이다. 노래를 못 하지만 안 불렀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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