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어지러운 세상을 보고 듣고 경험한 적이 없었다. 나 하나쯤이야 관심 없어도 된다는 철없는 생각으로 그 혼탁을 외면하기에는 마음이 너무 착잡했다. 목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더 무너질 마음이 있나 싶을 정도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긴급 현안질문에서 나온 한 발언을 빌리자면, 우리는 ‘국민이기 때문에’ 우리를 대신해 국가를 맡도록 우리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자들에게 ‘언성을 높일 수도 있고 때로는 힐난조로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러나 눈 감고 귀 막은 태도로 시크릿 가든이나 따라하며 끝을 모르고 나라를 막 다루는 모습을 보면 답답한 한숨과 허탈한 웃음만이 나올 뿐이다. 제 무능함을 이보다 더 신박하고 우습게 자랑할 수 있을까? 언제부터 이렇게 무능했나? 2012년부터? 태어날 때부터?

  이처럼 마음속에서 생기는 수많은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노력하는 중이다. 부당에 대한 우리들의 저항은 매우 이성적이고 평화적이다. 우리의 목소리는 묵인이라는 폭력을 당하고 있으나 우리는 그 폭력을 이겨낼 것이다. 빛은 어둠을 이긴다. 국민의 빛은 비리의 어둠을 이긴다. 같은 장소에 같은 뜻으로 모여 어두운 밤을 밝히는 수많은 불빛이 만들어졌다. 광화문을 가득 채운 불빛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값진 것이었다.

  도종환 시인의 시 <세한도(歲寒圖)> 중에서 이런 구절이 있다. “폭설에 덮인 한겨울을 견디는 모든 것들은 / 견디며 깨어 있는 것만으로도 눈물겹게 아름답다.” 몸을 웅크리게 만드는 추위 속에서 우리는 투쟁한다. 우리 앞에 있는 부당과 비리를 향해 투쟁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 그리고 그 끝에는 분명히 봄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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