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총장 선출에 있어 대학 구성원들의 의사가 반영된 것은 제10대 윤후정 총장 때부터다. 메리 스크랜튼 초대총장 이후 제9대 정의숙 총장(재임기간 1979~1990)까지는 이사회가 지목하는 방식으로 총장이 임명됐다. 이화의 역대 총장 선출규정의 변화와 그에 따른 당시 학내여론을 짚어봤다.  

  1990년 제10대 총장 선출 당시엔 민주화 바람이 일던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최초로 직선제 투표가 도입됐다. 초대 총장부터 제9대 총장까지는 이사회 지목으로 선출됐다. 이에 따라 전체 교수들이 참여한 선거에서 별도의 총장 입후보자 절차 없이 1, 2차 두 차례 선거를 통해 총장후보자 2명이 뽑혔다. 이사회는 이중에 당시 대학원장이었던 윤후정 교수를 총장으로 선출했다. 임기는 6년이었다.

  학교법인 이화학당 법인사무국 박애영 과장은 “당시 대학가에 민주화 열풍이 거세게 불던 시기였다”며 “그에 맞춰 총장 선출 방식도 민주주의를 표방한 것”이라고 직선제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선거에 앞서 총장후보선출준비위원회(준비위)가 조직돼 후보자 선출 규칙안 마련과 투표 관리 등 행정 업무를 담당했다. 준비위는 각 단과대학 교수회에서 1명씩 선출한 11명 위원과 학무처장 및 기획조정실장 등 모두 13명으로 구성됐다.

  교내 최초로 치러진 직선제에 대해 학내 여론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1990년 7월 23일자 이대학보에서 당시 준비위원장이었던 김영일 학무처장은 “대부분 교수들이 선거에 긍정적”이라며 “(입후보자 없이 선거운동을 일절 금한 데 대해) 다른 대학 총장 선출에서 나타난 교수 내부의 분열과 지나친 선거운동을 방지하기 위한 정의숙 총장과 이사회의 뜻”이라고 밝혔다.

  서광선 기독교학과 명예교수도 1996년 5월 13일자 이대학보 칼럼에서 제10대 직선제 총장선출을 회상하며 “우리에게 있어 총장 직선제가 교육시장 개방과 대학 간의 무한경쟁이 도래한 어려운 시기에 대학을 이끌어 나가는 데 힘이 됐던 것은 선출과정에서의 ‘정당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반면 당시 학생들은 “민주적인 총장선출을 위해선 학원의 주인인 직원 및 학생들에게까지 참여 폭이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번의 직선제를 뒤로하고 제11대 총장 선출방식은 간선제로 바뀌었다. 박 과장은 “윤 전 총장이 교원 약 600명 중 100여 명의 의견을 직접 받아본 결과 간선제의 요구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1996년 제11대 총장선출에서는 각 대학(원) 회의를 통해 선정된 26명과 교무회의 추천자 3명 등 29명으로 구성된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가 먼저 조직됐다. 위원들은 직접·비밀투표를 통해 다수득표순으로 총장후보자 3인을 선정하고, 이사회에서 이중 최다 득표자였던 장상 교수를 총장으로 임명했다. 이때도 전과 마찬가지로 입후보 절차가 없었고 선거운동도 금지했다.

  이후로는 계속 간선제의 틀을 유지했다. 세부적인 규정 변화만 있었다. 2002년 제12대 신인령 총장 선출 때에는 총장후보선출준비위원회와 총장후보추천위원단을 분리해, 전자는 주로 선출 절차를 관리하는 등 행정업무를 총괄하고 후자는 총장 후보를 추천 및 심사하는 업무를 맡았다. 추천위원단은 교수 41명으로, 각 대학(원) 교수회의에서 추천을 통해 선정됐다. 총장 임기는 4년으로 바뀌었다. 2002년 9월 2일자 이대학보 기사에 따르면 ‘(간선제로 인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통로가 줄어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교수협의회 같은 형식적 기구가 미비해 갈등이 표출되지 못했다는 논란’도 있었다.

  2006년 제13대 이배용 총장 선출 당시엔 주목할 만한 변화가 두 가지 생겨났다. 첫째는 입후보자 등록 제도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입후보 없이 자격요건이 되는 모든 교수진을 대상으로 심사했다면, 13대 이후엔 입후보 등록 절차를 두고 입후보자를 대상으로 후보자 심사가 이뤄졌다. 둘째는 후보추천위원단에 교원이 아닌 직원이 처음으로 포함됐다는 것이다. 박 과장은 “각 대학(원)별로 선출한 교수 73명과 직원 2명으로 규정을 마련했으나, 노조의 거부로 실제 구성엔 직원 1명만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간선제 총장선출 방식에 대한 비판도 계속해 제기됐다. 이대학보 2006년 5월 15일자 기사에 따르면 당시 교수협의회는 성명서에서 “총장 간선제를 통해 총장 및 재단이 권력을 영속화하고 있다”며 “직선제 총장 선출로 낡은 지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송덕수 교무처장(현 총장직무대행)은 교무회의에서 “19명의 대학(원)학장들 중 13명이 간선제를 원했다”며 “직선제의 교육·연구 분위기 저해 등의 문제로 현제 다른 대학들도 간선제로 바뀌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현재와 같은 총장 선출 방식이 정비된 것은 2010년 제14대 김선욱 총장 대에 이르러서다. 이 시기 본교는 처음으로 교수, 직원뿐 아니라 다양한 학내 구성원이 포함된 총추위를 구성했다. 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법인추천위원 7인, 동창대표 2인, 교수대표 14인(의전원 3인 포함), 직원대표 2인으로 구성됐다.

  주목할 사항은, 교수대표의 경우 이전 규정인 73인에서 14인으로 인원수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박 과장은 “이전까지는 단대별 인원수에 비례해 교수대표 인원을 배정했다면, 이때부터는 단대와 상관없이 전체 대학의 교수를 대상으로 추천을 많이 받은 1위부터 14위까지의 교수가 위원으로 선출됐다”며 “교수위원의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재작년 제15대 최 전 총장 선출과정에서는 총추위 구성에 있어 교수대표가 14인에서 23인으로, 직원대표가 2인에서 3인으로 증가했다. 박 과장은 “교수위원의 수가 적어 의견 반영이 충분치 못하다는 여론을 수렴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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