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단 대기 4개월···지금 예약해도 내년 3월까지 기다려야해

  고시 준비로 우울증에 시달리던 본교 4학년 ㄱ씨는 최근 학생상담센터(상담센터)를 찾았다. 그러나 개인상담 예약이 4개월 뒤까지 차있어 도움을 받기 어려웠다. 결국 ㄱ씨는 1회에 약 10만원을 내고 사설상담을 3~4회 받다가 경제적 부담으로 그만뒀다.

  새내기 ㄴ씨는 지방에 있는 가족, 친구들과 헤어져 기숙사에 살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스트레스가 많아 상담센터를 찾았지만 역시 3~4개월 후에나 상담예약이 가능했다.

  정신적 고통을 겪는 학생들이 학생처 상담센터의 개인상담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 수요에 비해 상담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1월11일 기준으로 가능한 가장 빠른 상담예약일을 찾아본 결과, 약 4개월 뒤인 내년 3월7일로 나타났다. 또한 예약이 열려있는 내년 5월 12일까지 거의 모든 상담이 찬 상태다.

  상담센터가 제공하는 개인상담은 우울·불안 등의 정서적 어려움, 대인관계, 성적 및 진로문제 등 개인이 어려움을 느끼는 모든 정신분야에 대해 전문 상담자와 일대일로 상담하는 프로그램이다. 검증된 전문가가 담당할 뿐 아니라 학생 복지 차원에서 무료로 진행돼 본교생에게 인기가 높다.

  문제는 실질적인 수요를 충족하기에 상담인력이 턱없이 모자라다는 것이다. 본교의 이상적인 상담인력은 약25명 정도이나 실제론 8명에 그친다. 한국대학상담학회 박제일 회장에 따르면, 이상적인 대학 전임상담원 수는 학생 1000명당 1명, 전국대학평균 상담사 수는 1500명당 1명이다. 현재 본교 학생상담센터에 배치된 전임상담 인력은 3000명당 1명꼴이다.

  본교의 상담수요가 타대에 비해 2~3배 높은 것도 원인이다. 상담센터 오혜영 실장은 “본교 상담센터는 타대에서 벤치마킹 할 정도로 우수한 편이나, 대학교 규모나 수요에 비해 상담전담인력이 충분한 것은 아니다”며 “타 대학상담실의 한 해 상담 건수가 2000~3000건 수준인데 반해 본교는 약 8000건”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본교생들이 상담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인식을 가졌고, 자신의 감정이나 내면을 탐색하고 싶은 욕구가 높아 이용이 더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에 따르면, 정신적 문제는 최대 한달 이내에 치료해야 한다. 그 이상 방치하면 증상이 더 심각해지고 다른 정신적 문제로도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교의 경우 최초상담 예약이 최소 4개월 이상 걸리는 상황으로, 상담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현재 55시간 걸리는 상담대기시간을 0시간으로 줄이겠다고 밝히는 등 상담을 받기 위한 시간을 최소화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설기관을 이용하기엔 학생들의 현실적인 재정부담이 너무 크다. 정신과 약물처방은 의료보험 처리가 되는데 비해, 상담은 비보험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상담 1회당 평균 10~15만원이 든다. ㄱ씨는 "학생 신분에 돈이 없는데 울며 겨자 먹기로 사설상담을 받았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상담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상담인력 확충 등의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 실장은 “학생들의 요구를 인지하고 있으며 11월에 상담인력 1명을 충원하는 등 인력 충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대일상담 외에도 심리교육과 워크샵 확대, 온라인 검사와 콘텐츠 활용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