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미국 대선 결과는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제치고,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두 후보가 확보한 선거인단 수(CNN 집계 기준)는 트럼프가 290명인 반면 클린턴은 232명에 그쳤다. 그러나 힐러리가 전체 득표수 자체는 더 많은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이번 힐러리의 패배로 일각에서는 간선제 선거인단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본교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최경희 전(前) 총장이 사퇴하면서 이화의 학내 구성원들은 현 총장선출제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보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총장선출제도를 개선하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직선제와 간선제 중 하나만을 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는 매우 어렵다. 본교의 총장선출제도는 간선제로 간선제 자체가 민주적이지 못한 방법이고, 직선제만이 민주적인 제도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직선제가 모든 구성원이 의사결정권을 가진다는 명백한 장점이 있지만, 직선제에도 교수 간 파벌싸움이 조성되는 폐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보다 선행돼야 하는 것은 구성원의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본지는 차기 총장선출을 앞두고 총장선출제도에 대해 다양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각자의 생각을 물었다. 하지만 많은 교직원과 학생들로부터 돌아오는 답변은 ‘그런 내용은 잘 몰라서 별생각이 없다’, ‘총장선출제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의견을 줄 수 없다’와 같은 내용이었다. 심지어 총장 선출제도가 어떻게 이뤄지냐고 되묻기도 했다. 많은 학내 구성원이 총장이 어떻게 선출되는지, 어떤 방향이 바람직한 제도인지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86일간의 본관 점거농성을 겪으며 우리는 끊임없이 ‘이화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받아왔다. 우리가 이화의 주인이라면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권리에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총장선출절차에 대한 권리를 얻기 위해서는 ‘나와 거리가 멀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구성원으로서 관심을 갖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차기 총장선출제도는 이화 역사상 큰 변곡점이 될 것이다. 만약 학내 구성원들이 이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지켜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젠가 또 다른 학내 갈등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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