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차별적 발언과 막말, 음담패설 파문 등 각종 논란을 일으킨 미국 정치계의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을 제치고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확정되자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어느 누구도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하지 못했다. 당초 CNN, 월스트리트저널, AP통신 등 현지 주요 언론이 힐러리의 당선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발표했을 정도니 말이다.   

  앞서 말한 현상은 브래들리 효과(Bradley effect)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으로부터 24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토머스 브래들리(Thomas Bradley) 후보와 공화당 조지 듀크미지언(George Deukmejian) 후보가 대결했다. 전직 미국 최초의 흑인 시장인 브래들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였고, 언론은 선거일 출구조사에서도 앞선 그의 승리를 예견했다. 하지만, 개표결과 1.2%차로 브래들리는 듀크미지언에게 패하고 말았다. 이후 선거결과와 여론조사가 상이한 경우를 일컬어 ‘브래들리 효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올 한 해 동안, 브래들리 효과로 설명되는 세 건의 정치적 이변이 세계적으로 일어났다. 첫 번째 이변은 지난 4월 우리나라의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발생했다. 야당의 분열로 인해 여당의 압승이 예상된 상황에서 선거결과는 정 반대로 나타났다. 애초 여당의 과반의석을 예측했던 여론조사 및 언론 보도와 달리, 야당이 총 167석으로 122석에 그친 여당을 압도한 것이다.

  두 번째 이변은 지구 반대편 영국에서 발생했다. 지난 6월 영국에서는 자국의 EU탈퇴 여부를 묻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EU 잔류 진영을 이끈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영국 총리가 투표 직후 “영국을 유럽에서 더 강하고 안전하고 잘 살도록 하는 데 투표한 이들에게 감사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길 정도로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과 언론들은 영국의 EU 잔류를 예측했다. 하지만 개표 결과는 51.9%로 브렉시트 지지가 우세했다. 그리고 11월 8일(현지 시각), 미국에서도 대통령 선거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승리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투표 후 영국에선 빗나간 여론조사 예측의 원인을 ‘숨은 보수표’에서 찾았다. 미국에선 많은 논란을 빚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실을 숨긴 유권자, 즉 ‘샤이 트럼프’(Shy Trump)가 트럼프의 승리를 이끌었다고 평가한다.

  미국 헌법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임스 메디슨(James Madison)은 “여론을 오롯이 대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는 언론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과연 메디슨의 말이 현대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져온다. 시민은 점점 자신의 의견을 숨기기 시작했고, 때문에 언론은 여론을 파악하기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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