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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잠순이
봉래중학교
2016년 11월 14일 (월) 조영희(교육·80년졸) -

  ‘선생님 날씨가 쌀쌀하니 옷 따뜻하게 입으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며칠 전에 ‘잠순이’가 보낸 메신저 내용이다. ‘잠순이’는 내가 2011년 담임을 맡았던 중학교 3학년 반 학생 중 하나에게 붙인 별명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유난히 명랑해 다른 선생님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잠순이는 조금 특별했다.

  초등학생 때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오빠랑 어렵게 살던 이 학생은 중학생이 되면서 불면증에 우울증, 대인 기피증까지 겪게 됐다. 하루 종일 집에서 나오지 않고, 밤에는 잠이 안 와서 컴퓨터를 하거나 TV를 보다가 새벽에 잠이 들었다. 그러다 겨우 오후에 잠에서 깨어 학교를 빠지는 생활을 이어갔다.

  이런 증상은 중학교 2학년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서 시작됐다. 성적이 최상위권은 아니어도 성실한 학생이었기에 사정을 아는 모든 선생님들이 ‘3학년이 되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던 터에 잠순이는 3학년이 되자 정말로 결석 없이 학교를 잘 다녔고 나는 마음을 놓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그는 3학년 1학기 중간고사 후 학교를 안 나오기 시작했다.

  잠순이의 원활한 생활과 등교를 위해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노력했다. 상담선생님께 상담도 받게 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위한 검사도 받아보고, 잠순이가 깨어나는 저녁에 집을 방문해 진학 상담을 하기도 했다. 그의 친구들은 아침에 집을 찾아가 학교에 잘 나오라고 권유하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이 학생의 생활은 바뀌지 않았고 어느새 2학기를 맞이했다.

  담임인 나는 이 학생을 졸업시키는 것이 최대 목표였다. 중학교 졸업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출석 일수를 채워야 했기 때문에, 당시 같이 기도하는 모임을 가졌던 교사 몇 명과 대책회의를 거쳤다. 다양한 의견이 오가던 중, 독서를 좋아하는 잠순이가 도서실에라도 올 수 있게 유도하자는 좋은 의견이 나왔다. 오랜 ‘방콕’ 생활에 당장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지내는 것이 부담스러울 잠순이에게 딱 맞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 학생에게 등교 시간이 늦어도 괜찮으니 도서실로 출석하라고 권유했다. 시간이 지나자 잠순이는 일어난 시간에 맞춰 교복을 입고 도서실에서 책을 읽다가 귀가했다. 점차 그는 선생님들과 눈도 마주치고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며 교실로 들어가 이전처럼 수업을 받게 됐다.

  숱한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졸업 하고 농과 계열 고등학교에 진학한 잠순이는 혼란스럽고 괴로웠던 사춘기의 어두운 그림자를 지우고 노력했다. 그는 고1때 농과계열 고등학생 전국대회에서 1등을 수상해 유럽 연수를 다녀오기도 할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 지금은 같은 농과 계열의 전문대학교에 입학해 대학생활도 즐겁게 보내고 있는 잠순이가 벌써 올해 졸업반이다.

  요즘 잠순이를 위한 나의 기도 제목은 바뀌었다. 5년 전 그가 최소한의 출석 일수만이라도 채울 수 있도록 기도했던 나는 이제 그가 즐겁게 일 할 수 있는 곳에 일자리를 얻어 어엿한 사회인이 되도록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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