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30일, 본관 내부에 경찰이 진입하고 있다. 출처=이대학보DB
▲ 7월 30일, 본관 앞에서 학생들이 경찰 투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이대학보DB
▲ 9월 22일, 채플 피케팅 시위에서 학생들이 '학내의사 결정구조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다. 출처=이대학보DB

  최경희 전(前) 총장이 사퇴하면서 본관 점거농성이 86일 만에 막을 내렸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쌓여있다. 학생과 교수가 주장한 공통적인 요구는 ▲민주적 의사결정 제도 확립 ▲경찰 수사 대상이 된 학생들을 위한 법률적 지원 ▲피해 학생들을 위한 의료 지원 ▲시위에 참여한 이화인들이 받는 불이익이 없을 것이다. 이에 본지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현재 어떤 상황이며 이 문제에 대한 학교 본부와 교수협의회(교협) 그리고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학내 의사결정 구조 개혁

  학생들은 학내 의사결정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라이프대학으로부터 촉발된 이번 시위는 근본적으로 학내 소통구조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ㄱ씨는 “프라임사업부터 이번 시위까지 학교는 계속 학생들과 소통하지 않고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며 “이번 시위를 계기로 학내 사업을 시작하기 전 학생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구성원의 투표를 진행하는 등의 확실한 교칙이 설립돼야 이 사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점거농성을 종료하며 학생들이 발표한 성명서에도 학내 소통구조 개선에 대한 요구가 들어있다. 학생들은 점거농성을 종료하며 발표한 성명서에서 “현재 총장 간선제를 통해서는 학내 구성원의 인정을 받는 총장이 뽑힐 수 없다”며 “이사회는 민주적인 의사 결정 제도와 투명한 총장 선출 제도를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교협 역시 학내 거버넌스 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며 이화학당 이사회에 대한 학칙 규정 개선이 이화 발전을 위해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교협은 10월25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재단이사회는 명예이사장 제도, 종신 이사를 허용하는 제한 없는 중임제도, 이사 선임의 임의성 등 전근대적 제도와 구조를 갖고 있다”며 “재단이사회를 포함하는 이화 거버넌스의 개혁은 이제 거역할 수 없는 이화의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교협 측은 학내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를 위한 개방적인 회의기구 또는 협의기구 제도화와 교수평의회 구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교협은 “교수, 학생, 직원 등 이화의 발전에 기여할 모든 주체들이 참여해 발전을 논의할 수 있는 개방적인 회의기구 또는 협의기구를 제도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체 교수를 대표하는 대의기구인 교수평의회는 교협과 학교당국이 함께 설립안을 마련하고 공청회 등을 거쳐 확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학교 측도 학내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학생처 학생지원팀은 “최경희 전 총장이 사임하기 전까지 교수, 직원 내에서 학내 의사결정 구조 개선을 위한 자체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전 총장이 사임을 했기 때문에 우선 차기 총장을 선출하고 그 후 학내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점검과 개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처벌 불안감 해소 위한 법률적 지원

  시위는 끝났지만, 감금 혐의에 대한 최은혜 총학생회장 등 학생 6명에 대해 수사는 진행 중이다. <동아일보> 4일 보도에 따르면 해당 학생들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본관 점거는 끝났지만 ㄴ씨는 여전히 불안하다. 경찰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보도를 들어도 언제든 경찰에서 연락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가끔씩 모르는 번호에서 전화가 오면 혹시 경찰은 아닐까 생각돼요. 경찰뿐만 아니라 교내 처벌 역시 무서워요. 학교 측에서 시위에 참여한 것에 대해  나에게 불이익을 줄 것 같아요.” 이와 관련해 학생들은 성명서에서 경찰에 소환될 경우에 대한 법률적 지원과 현재 조사를 받고 있는 학생에 대한 법률적 지원을 요청했다.

  총학생회(총학) 측은 경찰 소환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총학은 9월6일 오후1시 ‘본관 농성 관련 경찰당국의 무리한 표적수사 및 학교 측의 이율배반적 태도 규탄 입장 발표’를 진행해 “경찰당국은 총학생회를 비롯한 일부 학생들을 주동자로 몰아가는 표적수사와 인권침해적인 수사를 즉각 중단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학생지원팀은 “10월21일 서대문경찰서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 조사범위가 확대되거나 조사를 받았던 학생들이 사법적 처벌을 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성명서를 통해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협 측도 이와 관련해 “법적 측면이나 학칙 측면에서, 그리고 육체적, 정신적 측면에서 학생들이 처벌이나 고통을 받지 않아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학생지원팀은 “시위에 참여하거나 지지한 교내 구성원에 대해 어떤 불이익을 주거나 법적 책임을 묻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라우마를 겪은 학생들을 위한 의료 지원

  ㄷ씨는 시위가 끝난 후 공허함에 시달리고 있다. 총장 사퇴를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지만, 총장이 너무 갑작스럽게 사퇴해 오히려 멈춰서버린 느낌을 받는다. 또한, 그는 학내 경찰 진입 당시 본관에 없었다는 죄책감 역시 강하게 느끼고 있다. “비록 그 당시에는 본관에 없었지만 다양한 영상들을 보며 벗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지 느껴졌어요. 그 이후로 많은 경찰들이 있는 모습을 보면 벗들이 고생했던 때가 떠오르며 불안해지곤해요.”

  7월30일 발생한 학내 경찰 진입 등 시위에서 발생한 여러 사건들로 인해 몇몇 학생들은 여전히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측에 이런 학생들을 위한 의료적 지원을 요구했다.
이에, 학생지원팀은 “의료비 지원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교수협의회를 통해서라도 의료비 지급을 위한 세부사항이 조정되면 집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교협 측에서는 학생들의 치유를 위한 기금으로 1천만원을 교협이 보유한 예금에서 내놓았다. 교협 김혜숙 공동회장은 “빠른 시일 내로 교협 정혜원 공동회장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학생 의료지원과 상담지원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학생들이 신원 노출을 꺼려하기 때문에 교협 측에서 최대한 학생들의 신원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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