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화 시위는 시작부터 끝까지 사회의 주목을 끌었다. 특히 정부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의 딸 정모(체육·15)씨를 둘러싼 입시, 학사 특혜 의혹이 불거진 뒤로 관심은 더 높아졌다. SNS 상에서는 ‘총장이 나갔으면 하고 땅 팠는데 고구마도 나오고 무령왕릉도 나온다’는 본교생의 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래라이프대로 촉발된 이대 시위가 최순실 씨의 ‘그림자 실세’를 수면 위로 드러내는 단초가 됐다는 뜻이다. 이번 시위와 이화인을 바라보는 외부인들의 시선을 알아봤다.
본교생들의 끈끈한 단합력과 포기하지 않는 끈기에 주목
고등학생 정하나(19·여·경기 화성시) 양, “재학생과 졸업생의 단합이 인상 깊어”
“학교의 잘못된 사태를 바로잡기 위해 재학생뿐만 아니라 졸업생까지 힘을 합쳐 시위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모습에서 이화여대만의 단합이 돋보였다. 학생으로서, 직장인으로서 할 일도 많을 텐데 시간을 쪼개 시위를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또한 대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올바른 가치관을 주장하고 이를 성취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멋있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해 온 만큼, 빨리 남은 사태가 수습됐으면 좋겠다.”
학부모 권지연(46·여·경기 화성시)씨,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미래를 위해 힘쓴 이화여대생들에게 큰 박수를”
“내 딸이 배경에 상관없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보냈던 이화여대가 각종 비리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이 컸다. 학부모인 내 충격도 이렇게 큰데, 학생들이 학교에 느낀 배신감과 충격은 오죽했을까 싶다. 그러나 ‘학교는 우리가 지키겠다’는 이념으로 무더운 여름부터 쌀쌀한 초가을까지 시위에 임했던 학생들의 모습이 기특하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고, 선배들까지 동참했다는 점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점거농성을 수습하고 연이은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학교의 태도가 실망스러웠지만, 학교의 미래를 위해 힘쓴 아이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화여대생들의 시위, 역사적으로 기록될 것
한국외국어대 박진선(터키-아제르바이반어·12)씨 “이화여대생들의 시위,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
“이화여대 학생들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유라와 최순실, 비선실세의 존재를 밝히고 최경희 전(前) 총장의 사퇴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정윤회는 몇 년 전부터 논란이 됐지만 최순실, 정유라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모녀의 관계는 이화여대 학우들이 있었기에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화여대생들의 투쟁은 역사의 한 페이지에 ‘민주주의를 위한 의미 있는 일’로 기록될 것이다. 또 이번 시위는 여자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회계사 유승열(50·남·서울 종로구)씨, “법의 테두리 안에서 비폭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인상적”
“시위를 진행했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시위를 진행하는 과정이 더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보통 시위는 자칫하면 폭력적으로 변하기 쉬운데, 끝까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비폭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침착하게 성과를 이뤄낸 이화여대 시위는 교내 문제로 국가의 비리 사태까지 밝히는 계기가 됐으며, 훗날 역사적으로 국가기강을 바로잡는 나비효과의 시발점이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다.”
정의롭게 행동하는 지성인으로서의 모습이 돋보여
학부모 김회수(49·남·경기 수원시)씨, “이화여대생들의 행동, 정의롭고 용감해”
“여름방학 때 우리 딸이 갑자기 당당한 발걸음으로 집을 나서며 ‘아빠, 나 시위 다녀올게! 걱정하지마!’라고 했던 모습이 생생하다. 처음엔 ‘큰 일이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메인 뉴스에 이화여대생들의 시위 장면이 나오면서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더운 여름에 학교를 위해 투쟁하겠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시위를 하고, 본관을 지켜야 한다며 밤을 새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학생들의 안전이 가장 먼저 걱정됐다. 그러나 이화여대생들은 나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끝까지 잘 싸워줬다. 이화여대생들의 시위는 과거의 학생들이 정의롭지 못한 사회를 두고 데모를 했던 것처럼 용감하고 정의로운 행동이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각자 학업, 스펙 쌓기 등에 많이 바빠서 사회의 일에는 관심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사회의 정의로움에 대한 그들의 사고가 깨어있는 것을 알게 해줘 고맙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연세대 김재현(경제·16)씨 “행동으로 실천하는 진정한 지성인의 모습 보여줘”
“이화여대생들의 시위가 처음에는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반대에 대한 농성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학벌주의의 오명을 쓰기 쉽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외부세력의 개입 없는 그들만의 시위를 통해 사업 철폐, 총장 사퇴뿐만 아니라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최순실 게이트의 초안을 마련했기에 더욱 그 의미가 크다.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 책상에 앉아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했다는 점에서 이화여대생들의 시위는 진정한 지성인들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화여대 브랜드 가치 실추에 대한 우려
회사원 김소희(32·여·경기 오산시)씨, “이화여대 사태, 대학 브랜드 가치에 양면적 영향 미쳐”
“이화여대의 본관 점거 농성, 최 전 총장 사임,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비리 등은 이화여대가 130년 동안 만들어 온 이화여대만의 독보적인 브랜드 가치에 양면적인 영향을 줬다. 최 전 총장이 취임 이후 계속해서 도입한 여러 정부 사업들은 나름대로 이상적인 목표를 갖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화가 추구하는 정신과 맞지 않았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사업은 철폐됐지만, 최 전 총장의 비민주적 사업 추진은 이화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행동은 아직 이화여대의 정신이 살아있음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