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촌 기차역 앞 골목 한글이 병기되지 않은 중국어 간판들 김지현 기자 wlguswlgus32@ewhain.net

  본교 앞 골목에는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 간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국어 병기가 안 된 간판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관리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신촌기차역 앞 골목은 외국어로만 적혀있어 알아볼 수 없는 간판이 많이 보인다. 중국어 간판과 영어 간판이 밀집된 서브웨이~네이처 리퍼블릭까지와 서브웨이~올리브영까지 이화여대 7길의 경우, 본지 취재결과 97개의 간판 중 한글 간판(병기 포함)은 44개(45%)였다. 

  외국어 간판은 주로 영어와 중국어로 돼 있고, 그중 영어 간판이 거의 반절에 가까운 수치를 보였다. 영어로 된 간판(병기 제외)은 46개(47.4%), 중국어로 된 간판(병기 제외)은 7개(7.2%)였다. 특히, 중국어 간판이 많이 있는 서브웨이~네이처 리퍼블릭 골목에서는 중국어 간판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고, 상점들은 본교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중국어 간판과 홍보 포스터를 내걸어 호객행위를 하기도 했다.  

  외국어 간판이 장악한 본교 주변 거리에 재학생들은 대학가가 관광명소로 느껴져 불편하다고 말했다. 김유진(방송영상·13)씨는 “중국어를 포함한 외국어로 거리가 도배돼서 여기가 대학가인지 관광명소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며 “특히 신촌 기차역으로 가다보면 중국어로만 쓰인 간판만 있어 자국민을 배려하지 않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불만을 표했다.   

  본교 앞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영어 혹은 중국어로만 표기된 간판은 대부분 불법이다.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법에 따르면, 5㎡ 이상의 간판을 외국문자로 표시할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함께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판의 수가 많아 이러한 불법 간판을 모두 관리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서대문구청 세무2과 이병상 주무관은 “외국어 간판을 단속하고 있지만, 구내 간판이 4만 개가 넘고 이중 허가받은 간판은 약 20%밖에 되지 않는다”며 “간판이 많다 보니 태풍 등 자연재해로 행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힐 위험한 간판을 위주로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어 간판의 무분별한 사용은 국어 사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글문화연대 정인환 운영위원은 “외국어로 된 간판은 정보 전달이라는 간판의 일차적 기능을 상실한 것”이라며 “외국어 간판 사용이 심화되면 그 속에서 사는 국민이 은연중에 한글보다 외국문자가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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