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기 외국인 특별 전형으로 본교에 입학한 마리아 페트리샤 드 로버티즈 그라니도 씨
▲ 페트리샤 씨가 SNS에 게시한 그림 김지현 기자wlguswlgus32@ewhain.net

  올해 2월부터 4개월간 지구 정반대편에서 인스타그램(Instagram)에 이화에 오고 싶은 열정을 끊임없이 보여준 베네수엘라 학생이 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 계정ID는 ‘i will make my dreams come true’다. 그의 꿈이 정말 현실이 됐다. 올해 후기 외국인특별전형으로 이화인이 된 마리아 패트리샤 드 로버티즈 그란디노(Maria Patricia De Robertis Grandino)(영문·16)씨가 그 주인공이다. 본지는 5일 ECC B215호에서 베네수엘라의 ‘이화덕후(일본어 ‘오타쿠’에서 파생된 말로 한 가지 분야에 몰입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 패트리샤씨를 만났다.

  한국에 대해 전혀 몰랐던 패트리샤씨는 작년 3월 미국에서 만난 친구들을 통해 처음으로 한국을 알게 됐다. 그의 친구들을 통해 들은 한국은 패션에 민감하고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이었다. 한국에 호기심이 생긴 그는 작년 12월 처음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언제나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지는 한국 사회가 마음에 들었던 그는 한국 유학을 결정했다. 

  베네수엘라에 돌아간 후 그는 우리나라의 다양한 대학을 비교하다가 본교의 외국인 교과과정과 역사를 알게 됐다. “유학을 결정하고 한국의 어떤 대학교를 선택할지 고민했어요. 그러던 중 외국인 학생에게 한국어를 배울 기회를 주는 이화를 알게 됐죠. 그리고 이화가 여성 교육에 앞장섰던 역사와 사회에 기여하고 타인을 돕는 신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주저없이 이화를 선택했죠.”

  그러나 베네수엘라에 사는 그가 본교에 대한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았다. 패트리샤씨는 본교에 입학하기 위해 수많은 이메일을 보내야만 했다. 그는 밝게 웃으며 이메일에 답장을 해줬던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도 함께 전했다. “제가 학교에 대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가 학교 홈페이지, 인터넷 블로그밖에 없어서 궁금한 점이 생기면 학교로 메일을 보내 담당자들을 귀찮게 하면서 정보를 알아냈죠. 제 이메일에 답장을 해줬던 분들이 저를 알아볼지도 모르겠네요. 친절하게 답변해줘서 감사해요.”

  그는 본교에 합격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합격통지를 받기 전까지 자신이 보낸 날들을 회상했다. 떨렸던 마음과 합격의 설렘을 다시 떠올리는 패트리샤씨의 표정에서 그때 느꼈던 감정이 얼마나 강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합격 발표를 기다리면서 매우 불안했어요. 합격 발표일 바로 전날 새벽에 습관적으로 메일함을 열어봤는데 합격 발표 메일이 와있었죠. 그걸 보자마자 너무 놀라 메일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다가 새벽에 어머니께 발표가 났다고 알렸어요. 합격했다는 메일을 받고 기적이라고 생각했죠.”

  패트리샤씨는 올해 2월부터 자신의 인스타그램으로 본교에 오고싶은 싶은 마음을 계속 표현해 왔다. 패트리샤씨의 계정에 들어가면 #iloveewha, #dreambig, #이화 등 이화를 향한 애정이 담긴 글들이 있었다. “불안한 마음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이 인터뷰를 하기 전에 게시물들을 처음부터 봤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림이 어두운 색에서 밝은 색의 그림으로 변한게 보이더라고요. 입학을 준비하는데 관련 정보가 없어서 막막할 때는 어두운 그림을 그렸고, 점점 긍정적으로 마음이 변하면서 밝은 그림을 그리게 됐어요.”

  패트리샤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달린 “함께 강의를 듣게되면 좋겠다”, “이화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를 바란다” 등의 댓글들이 많은 힘이 됐다고 전했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을 골라달라고 하자, 그는 모든 댓글들이 힘이 돼 하나만 고를 수 없다고 말했다. “제게 용기를 주는 친절한 댓글들이 많았어요.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시간을 들여 따뜻한 격려를 해준 모든 사람의 댓글이 가치있다고 생각해요. 만약 그런 것들이 없었다면, 이화에 올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는 이화에 합격하고 제일 먼저 ECC가 한눈에 보이는 자리에서 ECC를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ECC 사진을 봤는데 건물이 너무 놀라웠어요. 그래서 이화에 입학하면 가장 먼저 ECC가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에서 ECC를 바라보고 싶었죠. 합격하고 나서 실제로 그 자리에 서서 봤는데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어요.”

  패트리샤씨는 학교생활에서 수업도 만족스럽고, 특히 본교생들이 친절한 점을 고마워했다. 이화·삼성교육문화관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그는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아 발생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길을 걷다가 먹고 싶은 것을 발견했는데, 가게에 들어가서 그것을 정확하게 주문하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카페에서는 점원 뒤쪽의 메뉴판에서 마시고 싶은 커피를 손가락으로 가리켜서 주문해야 했죠. 앞으로 한국어를 배워서 먹고 싶은 것을 한국어로 주문하고 싶어요.”

  그는 자기계발을 하며 학교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더 좋은 학생이 되고 싶어요. 이화에는 훌륭한 학생들이 많아 압박도 받지만, 그만큼 최선을 다하도록 자극받죠. 한국에 익숙해지면 다른 외국인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멘토도 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패트리샤씨처럼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은 외국인 학생에게 건네고 싶은 조언을 묻자 잠시 고민한 후 이야기했다. “한국에서 지내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그런 것도 전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준비하면 돼요. 이런 경험들이 전부 자신을 성장시켜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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