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오후2시 이화·삼성교육문화관 103호에서 외국인한국어말하기대회에 출전하는 학생들이 대기하고 있다.
▲ 오후2시30분 외국인 한국어말하기대회 초·중급부에 출전한 던 제니 씨가 '한국어 공부는 롤러코스터'라는 주제로 리허설을 하고 있다.
▲ 오후2시45분 외국인한국어말하기대회 고급부에 출전한 알므레이리 아므라 씨가 '나와 한국어'라는 주제로 리허설을 하고 있다.
▲ 외국인한국어말하기대회에 출전한 문 블라다 씨 김수안 기자 suek0508@ewhain.net, 김지현 기자 wlguswlgus32@ewhain.net

<편집자주> 10일 오전10시 이화·삼성교육문화관 103호에서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말하기 대회)가 열린다. 본교 언어교육원이 주관하는 말하기 대회는 언어교육원에 재학 중인 학생 중 본선에 진출한 10명이 참가한다. 5일 본지가 만난 외국인 학생들은 말하기 대회 준비로 분주했다. 

  5일 오후2시 이화·삼성교육문화관에서 말하기 대회 참가자 10명과 함께 리허설이 진행됐다. 파란 눈, 높은 코, 진한 눈썹, 겉모습은 모두 다르지만, 이들은 하나의 언어로 이야기했다. 서툴지만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바로 한국어다. 말하기 대회 본선 리허설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외국인 학생들은 서로의 국적에 상관없이 한국어로 대화하고 있었다. 

  무대에 피아노와 마이크가 설치되자 미국에서 온 던 제니(Dunn Jenny Leigh·31·여)씨가 등장했다. 그는 말하기 대회 참가자이자 말하기 대회의 축하공연을 맡았다. 수준급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던 그는 노래 가사의 첫 마디를 뗐다. “그대 내 곁에선 순간, 그 눈빛이 너무 좋아.” 가수 심수봉의 ‘사랑밖에 난 몰라’(1987)를 재즈로 편곡한 노래였다. 

  한국에 오기 전 제니씨는 미국에서 TV로 한국 드라마를 접하며 ‘사랑밖에 난 몰라’를 처음 들었다.

  “한국에서 남자친구와 여행을 갔을 때 이 노래를 다시 들었어요. 남자친구가 좋아하는 노래라고 한 뒤로 저도 이 노래를 좋아하게 됐고, 잘 부르고 싶었죠. 트로트는 재밌어서 부르기 좋아요.”

  3년 전 영어유치원 교사로 한국에 온 제니씨는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이 힘들다면서도, 연습을 포기하지 않는다. “영어 단어의 한국어 발음이 헷갈려요. 예를 들어, 스릴(thrill)도 한국인과 미국인의 발음이 다르죠. 한국어 회화가 가장 어렵지만, 말하기 대회가 한국어를 연습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참가했어요.”

  내년에 남자친구와 결혼할 예정인 제니씨는 또 하나의 도전을 꿈꾸고 있다. “결혼 후에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제 한국어 실력도 많이 성장하면 한국의 음악 TV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싶어요. 아직은 실력이 부족해서 오래 연습해야 하지만요.”

  분홍색 히잡을 두른 알므레이리 아므나(AlmheiriAmna AlshaibaSalemZaitoun·22·여)씨는 주변에 있는 외국인 친구에게 유창한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아므나씨는 우리나라에서 석사학위를 받기 위해 아랍에미리트에서 9월2일 우리나라에 입국했다. “석사학위를 받고 싶은데 아직 전공은 정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전공을 정하기 이전에 한국어 공부가 먼저라고 생각해 언어교육원에 오게 됐어요. 아랍에미리트에서 다녔던 대학교에서 2년간 부전공으로 한국어를 배우기도 했죠.”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좋아한다는 그는 아랍에미리트에서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한국에 대해 공부하는 동아리 활동을 하기도 했다. “아랍에미리트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며 한복을 입어봤어요. 아랍에미리트 사람들은 옷을 주로 한 벌로 입지만, 한복은 여러 벌을 걸쳐 입는 점이 달라요. 직접 한 벌 구매하고 싶을 정도로 한복은 정말 아름다워요.” 

  막힘없이 한국어로 이야기하던 그는 리허설을 위해 무대에 오르자 긴장한 듯했다. 너무 떨었던 나머지 말해야 할 내용을 잊어버린 아므나씨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원고를 다시 읽어 내려갔다. 그는 무대에서 내려와 아쉬움을 토로했다. “너무 긴장해서 외운 부분도 잊어버렸어요. 본선에서도 실수하면 안 되니까 본선 대회 전까지 친구들 앞에서 연습해보려고 해요.”

  10명의 외국인 참가자 중 한인 교포도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문 블라다(Mun Vlada·17·여)씨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나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고려인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하는 어머니를 둔 블라다씨는 한국을 모국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한국으로 유학 가는 것이 꿈이었어요. 한국은 동포의 고향이라 그런지 모국 같은 느낌이에요.”

  우즈베키스탄에서 학교를 다닐 때 한국어 글짓기 대회 대상을 받기도 했던 블라다씨는 한국에 대한 꾸준한 사랑을 보였다. “한국어 글짓기 대회에서 대상을 받아 세계 한민족 프로그램에 선정돼 한국을 방문한 적도 있어요. 그때는 글짓기 대회였는데 이번에 언어교육원에서는 말하기 대회가 열려 참가하게 됐어요.”

  그는 한국의 사극 드라마를 보면서 조선 시대 역사에 관심을 두게 됐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보여주는 사극 드라마를 자주 봤어요. SBS ‘뿌리깊은 나무’(2011)를 인상 깊게 봤고 덕분에 조선 시대 왕 중 세종대왕을 가장 좋아하게 됐죠. 그는 한글을 창제하고 자신의 백성을 위해 많은 일을 했으니까요. 그래서 세종대왕과 관련된 만화책도 찾아 읽고 경복궁 근처 박물관도 자주 갔어요.”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칭찬하자 손사래를 치며 겸손을 표하는 블라다씨의 모습은 한국인과 다름없었다. 외동딸인 그는 부모님과 매일 두 번씩 통화하며 안부를 묻는다. “외동딸인 데다가 혼자 한국으로 와 가족이 아주 그립지만, 한국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부모님과는 매일 통화하고 SNS로 연락하죠. 그래도 우즈베키스탄보다 한국은 안전한 편이라 부모님께서 크게 걱정하진 않아요.” 

  각자 다른 이유로 한국에 와 한국어를 배우게 된 외국인들이지만, 한국에 대한 사랑만큼은 모두 같다. 그들은 오늘도 낯선 타지에서 새로운 도전을 위해 뛰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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