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꼭 만날거예요, 운명의 그 책을”

  5일 오후6시30분, ECC B146호에서 ‘김애령, 한혜원 교수님과 함께하는 2016 북콘서트-호크마를 읽는 가을밤’이 열렸다. 행사에는 호크마교양대학(교양대) 교수와 본교 재학생 약 130명이 참여했다. 교양대 김정선 학장은 환영사를 통해 “오늘 이 시간이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채우고 감수성을 풍부하게 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독서토론 소모임 ‘구오즈’(俱悟)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중에서도 특히 표현의 자유에 관한 고찰과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연관시켜 발표했다. 이들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우리는 스스로의 행복을 추구할 모든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밀의 주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자유의 경계가 모호해진 현대사회에서 ‘과연 자유의 범위가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엠넷(Mnet)의 ‘프로듀스101’, 사진작가 로타의 ‘Girls’와 같이 어린 소녀를 성적 대상화하는 롤리타 신드롬은 예술로 허용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바예요.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그 기준이 애매해 법적으로 제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건전한 비판의식과 토론을 통해 현재 진리라고 믿고 있는 오류들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이어서 독서토론 소모임 ‘고칠이’는 한병철의 「피로사회」를 통해 규율사회와 성과사회에서 현대인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개발하고 관리해야하는 자기관리 시대 속 현대인의 모습에 주목했다. 현대인은 ‘자기관리’라는 명목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착취하는 것에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믿으며 끊임없이 자기자신을 혹사시키는 자기착취의 시대는 자신을 혹사시키는 주체가 본인이므로 가해자가 곧 피해자인 모순적인 사회예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피로의 근본 원인을 파악해야 해요. 또한, 개인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긍정과 사회가 요구하는 기대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하죠.”

  ‘모람 독서클럽’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고 과거의 청춘인 싱클레어와 현대사회의 청춘을 연결시켜 ‘청춘이 경험하는 세계’에 대해 발표했다. “싱클레어는 유혹적인 어둠의 세계와 밝고 익숙한 모범적 세계 모두를 경험해요. 싱클레어와 같이 우리는 대학생, 여성, 사회인이라는 다양한 사회적 정체성 속에서 밝고, 어두운 양면적인 두 세계를 모두 경험하죠. 각각의 정체성에서 경험하는 선와 악 두 세계의 경계 위에서 번짐과 혼합을 통해 자유로운 내적자아를 형성해야 해요.”   

  독서토론 소모임의 발표 후에는 김애령 교수의 토크 콘서트가 이어졌다. 김 교수는 준비한 읽기자료를 함께 읽으며 버지니아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플라톤의 「향연」,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소개했다. “댈러웨이 부인은 1차 세계대전 후 런던의 하루를 그린 소설이에요. 세대, 젠더, 사회제도, 제국주의, 전쟁과 트라우마 등의 문제를 섬세하게 인격화했죠. 사랑(Eros)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담은 플라톤의 향연이라는 책은 육체적 사랑부터 소크라테스가 얘기하는 최고의 사랑, 즉 진리에 대한 사랑까지 점층적으로 상승해가는 사랑에 대해 논한 책이에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가 9개월동안 라틴아메리카를 여행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담은 책이에요. 이 세 권 모두 학생들에게 즐거운 독서 경험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김 교수의 강의 후에는 한 교수의 강의가 진행됐다. 한 교수는 “어떤 분야든 그것을 시작할 때 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영화, 게임 등의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해선 가장 먼저 책을 읽어야한다는 것이다. “1865년의 원작부터 시작해 책뿐만 아니라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우리는 훌륭한 스토리텔링이 곧 다른 분야에서 무언가를 계속해서 만들어가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또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운문적이고 동화적이지만 그 안에 인생의 쓸쓸함까지 담고 있는 다양한 매력을 가진 책이에요. 원전(原典)으로 읽는 느낌이 색다르니 원전도 꼭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북콘서트에 참여한 이주현(커미·15)씨는 “북콘서트를 처음 와봤는데 관심분야가 비슷한 학생들과 교수님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참여소감을 전했다.

  사회를 맡은 김지혜 교수는 “이번 북콘서트로 교수와 학생이 독서 경험을 나눔으로써 보다 친밀하게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됐길 바란다”며 “학생들이 선생님의 청년 시절과 책 이야기, 독서와 인생의 관계 등을 들으면서 독서의 의미와 가치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책에 대해 다양한 영감을 받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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