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설립연도를 파악한 교내 건물 50채 중 1988년 이전에 지어져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교내 건물은 ▲교육관 A동 ▲동창회기념관 ▲대강당 ▲대학원관 ▲법정대학관 ▲본관 ▲아령당 ▲약학관 ▲영학관 ▲음악관 ▲조형예술관 A동/B동 ▲종합과학관 A동/B동 ▲중앙도서관 ▲진선미관 ▲체육관 A동/B동 ▲학관 ▲헬렌관 등 20채다. 또 1988년 이후 지어졌지만 내진설계 기준에 해당되지 않아 내진설계가 미적용된 건물은 ▲대학교회 ▲아산공학관 ▲이화역사관 ▲이화·SK텔레콤관 ▲이화100주년기념 박물관 ▲조형예술관 C동 ▲종합과학관 C동 ▲학생문화관 ▲한우리집 등 9채다. 자료가 본관 내부에 있어 내진설계 여부가 파악이 어려운 건물까지 합하면,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건물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영수 교수(건축공학과)는 “본교는 내진설계가 적용돼있지 않은 건물이 많아 정밀한 조사와 평가가 필요하다”며 “6.5규모의 지진 발생을 가정하고 각 건물에 적합한 내진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진 보강공사, 현실적으로 어려워

  전문가들도 지진 피해 예방을 위해 내진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진공학회 여성위원회 김남희 이사는 “학교는 학생뿐만 아니라 사용자 모두의 생명을 담보하는 공공건축물이기에 사용자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내진성능평가를 우선 수행하는 것이 좋다”며 “학생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학교의 의무뿐만이 아니라 국민의 책임도 동시에 있다는 것을 우리가 주지해야한다”고 전했다. 

  문제는 내진설계 보강공사를 위한 기초자료 조사부터 미비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신 교수는 “본교 건축물의 내진 안전성을 평가하려면 건축물의 구조, 노후 정도, 유지 관리 상태, 지반 특성 등 다양한 조건을 조사해야하므로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며 “같은 면적이라도 신축 공사보다 내진보강 공사가 더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 수 있어 보강 공사비, 공사방법, 대체 공간 수요 등을 정밀 검토한 후 보강공사를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기존 건물에 내진성능을 보강하려면 기초조사 등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해 어려운 상황이다. 총무처 시설팀 관계자는 “내진설계 의무화 이전에 지어진 건물의 경우, 별도의 내진 보강 공사를 당장 시행하기에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큰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진행하지는 않았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점진적으로 기존 건물의 재설계 및 내진 보완 공사 여부를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지진 대비 행동요령 안내도 미흡해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이 구체적이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본교 총무처 총무팀이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23일 올린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은 ‘강한 진동이 느껴지면 안전한 건물 외부 공터로 이동한다’, ‘낙하물에 주의해 가방이나 손으로 머리를 보호한다’ 등 단편적이고 상식적인 내용에 그치고 있다. 

  총무팀 관계자는 “정부기관 매뉴얼을 토대로 했지만, 상황과 장소에 따른 구체적인 행동요령은 마련하기가 어렵다”며 “그러나 매년 5월 화재 대피 훈련을 실시하는 등 재난 대비 훈련과 실험실 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술한 행동요령은 비단 본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본지가 서울 소재 10개 대학(고려대, 경희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을 조사한 결과, 각 홈페이지에서 지진 대비 행동요령을 찾을 수 있는 학교는 성균관대와 중앙대 두 곳 뿐이었다. 내용 역시 구체적이지 않았다. 

  일본 대학의 경우 다양한 상황에 따른 상세 매뉴얼을 마련해 두고 있다. 일본 게이오기주쿠 대학은 유학생들을 위한 행동요령도 따로 안내하고 있다. 학교에 있을 때, 통학할 때, 실험실에 있을 때 등 다양한 상황에 따른 행동요령을 지진 과정에 따라 알려준다. ‘흔들림이 줄어들면, 실내설비 또는 유리의 파손 여부와 실험실 약품 안전을 확인해야 한다’, ‘흔들림이 없어져 대피할 수 있게 되면 당황하지 않고 서로 말을 걸어가며 피난하고, 잃어버린 물건이 있어도 그 장소로 돌아가지 말아야 한다’처럼 구체적이다. 이 대학에 재학 중인 유학생 신유진 씨는 “입학할 때 지진행동요령 책자가 배부되고 재학생들에게는 수업계획서에 함께 이 책자를 배포한다”고 전했다. 

  이연수(사교·16)씨는 “우리도 이제는 지진 대피교육을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학생들이 구체적인 행동요령을 숙지할 수 있게 학교의 시스템이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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