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명한 색감으로 삶의 모순을 담아낸 작품 '직선 위의 점'
▲ 현대 도시 군중의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경쾌한 영상 작품 'No Blank space anywhere here'
▲ 대채롭고 화려한 색감으로 현실과 가상이 중첩되는 순간을 표현한 작품 '형용사적 분화'
▲ 얇은 메추리알 판을 활용해 치열한 삶 속을 이겨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 'The Days(그날)
▲ 끊임없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랙픽을 활용해 시각, 청각, 촉각화한 작품 'continue?' 사진=김수연 기자 mangolove0293@ewhain.net

  조형예술관(조형관)은 지금 조형예술대학(조예대) 대학원생들의 땀방울이 수놓인 작품들로 가득하다. 조예대는 7일(금)까지 조형관A동과 C동에서 ‘제21차 이 작품을 주목한다’(이작주) 전시를 개최한다. 이작주는 조예대에서 매학기 두 차례 개최되는 행사로, 이번 이작주에는 동양화과, 서양화과, 섬유예술과, 패션디자인과 등 9개 학과 대학원생 14명이 개인과 팀으로 작품 24점을 출품했다. 개막행사는 9월28일 오후5시 조형관A동 1층 로비에서 진행됐다. 

  조형관A동에는 동양화과, 서양화과, 섬유예술과, 조소과 대학원생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1층 로비부터 4층 복도까지 작가들의 예술성과 개성이 돋보이는 다양한 작품들이 곳곳에 자리했다.

  조형관A동에 들어선 후 왼쪽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일곱 개의 검은 액자와 낱장으로 뜯겨 벽에 붙여진 여러 장의 종이들이 눈에 띈다. 김민주(동양화과 석사과정)씨의 ‘3:31 drawing’이다. 뜯어진 종이는 김씨가 평소 연습한 드로잉이다. 그 안에는 직선과 곡선, 선과 면, 검은색과 파란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작품을 바라보면 소용돌이치는 태풍의 리듬과 우주의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김씨는 “그동안 꾸준히 그려온 드로잉을 모아 작품을 만들었다”며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 노래의 느낌과 무대, 그리고 리듬감을 진솔하게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우리의 삶을 선명한 색감과 세밀한 표정으로 나타낸 작가도 있다. 3층으로 가는 계단을 따라 몇 걸음 올라가면 연한 스케치의 앞 작품과 달리 선명하고 채도가 높은 유화 작품이 보인다. 바로 서민정(서양화과 석사과정)씨의 ‘직선 위의 점’이다. 이 작품은 7명의 남녀가 줄을 지어 기차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의 표정을 살펴보면 환희의 표정부터 입을 꾹 다문 무뚝뚝한 표정까지 다양해 우리 삶의 희로애락과 같은 표정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서씨는 “도시 내에서 종종 삶의 모순들을 목격할 때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세계 속에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이 작품은 현대의 도시생활이 만들어낸 새로운 의례와 생활방식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고 작품 설명을 덧붙였다.

  뒤로 고개를 돌리면 서씨의 다른 영상 작품인 ‘No Blank space anywhere here’가 보인다. 이 작품은 작은 TV 속에서 다양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흰 바탕 위에서 자유롭고 신나게 탭탠스를 추며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흰 바탕 위 그어진 얇은 선으로 보여지는 애니메이션은 관객으로 하여금 더욱 가볍고 경쾌한 느낌을 느끼게 한다. 서씨는 “플래시몹을 하는 댄서들의 춤이 무의미하고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플래시몹이 재미를 위한 자발적인 행위라는 점에서 현대 도시 군중의 새로운 의미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무료함을 지닌 도시인들이 나름의 기묘한 안정감을 찾아가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에 주목했다”고 덧붙였다.

  분위기를 바꿔 동양의 아름다움으로 복도를 물들인 작품이 시선을 끈다. 1층으로 내려와 오른쪽에 위치한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면 두 손을 모으고 앉아있는 한 여성의 초상화가 보인다. 바로 이도경(동양화과 석사과정)씨의 ‘神德王后 眞影’(신덕왕후 진영)이다. 낮은 채도의 빨간색과 파란색의 조화가 조선시대의 정취를 그대로 담아냈다. 이씨는 “조선시대 왕비의 초상화는 유교의 영향으로 많이 제작되지 않았지만, 소수의 초상화마저 소실돼가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며 “왕비들의 삶에 담긴 애환(哀歡)을 대상 인물이 지닌 정신과 성격이 담긴 사료와 상상을 토대로 표현했다”고 전했다. 

  압도적인 화려함으로 눈길을 끄는 작품도 있다. 형광연두색, 분홍색 등의 다채롭고 감각적인 색상과 원, 사각형, 물결무늬 등 다양한 조형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최단비(서양화과 석사과정)씨의 ‘형용사적 분화’가 보인다. 높은 채도로 색칠된 형형색색의 도형들이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서로 얽혀있는 여러 도형들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복잡한 도시와 공장을 떠올리게 한다. 최씨는 “인간의 한계를 느껴 새로운 염색체를 가진 아바타를 상상해 가상공간으로 가져왔다”며 “이후 아바타가 발생시킬 새로운 이벤트를 예고하려 했다”고 말했다. 또한 “가상공간과 아바타를 바탕으로 현실의 삶을 개선시키고 지속하게 하는 환상의 힘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4층 복도 쪽으로 걸어오면 아버지와의 애틋한 기억이 담긴 그림과 마주하게 된다. 그림자를 이용해 사람의 뒷모습을 나타낸 정소윤(섬유예술과 석사과정)씨의 ‘아버지의 보살핌’이다. 투명한 레진 뒤로 비친 그림자는 따뜻한 느낌의 조명과 함께 우리시대 아버지의 포근한 뒷모습을 연상시킨다. 정씨는 “기억 속에 내재된 감정을 큰 주제로 1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꺼냈다”며 “돌아가셨지만 저를 계속 바라봐주고 보살펴주신 아버지의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형관C동에는 공간디자인과, 산업디자인과, 시각디자인과, 영상디자인과, 패션디자인과 학생들의 작품들이 전시됐다. 1층 로비부터 4층 복도까지 A동에 비해 좀 더 입체적이고 현대적인 작품들이 곳곳에 위치해있다.

  C동 1층 복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벽에 비친 꼬마아이의 얼굴과 화이트큐브로 초대된 거대한 코 구조물이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바로 이혜로(영상디자인과 박사과정), 정승민(영상디자인과 박사과정)씨의 ‘마음으로 들여다보기(Observation with hearts & hands)’다. 푹신한 의자에 앉아 콧구멍에 손을 넣어보면 다양한 촉감이 혼자 코를 후비적댔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동시에 쑥스러운 웃음과 재미를 선물한다. 정씨는 “인간이 지닌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신체기관을 전시공간으로 이끌어내 관찰자에게 새로운 방법으로 관찰하기를 제안하는 작품”이라며 “우리의 신체를 모티브로 새로운 세계를 상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2층으로 올라가 바닥을 보면 알록달록한 네 가지 발판이 관람객들의 관심을 끈다. 이윤정(시각디자인 박사16년수료)씨의 작품 ‘continue?’로, 관람객들이 발판을 밟으면 불빛과 음악이 나오는 동시에 질문이 등장한다. ‘연애가 끝났습니다. 다음 소개팅을 시작하겠습니까?’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질문들을 물으며 관람객들의 웃음과 공감을 자아낸다. 이씨는 “하나의 일이 끝나면 또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저의 모습을 보고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다음 단계로 끊임없이 나아가야만 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컴퓨터 게임 그래픽을 사용해 공간, 시각, 청각, 촉각화 하였다”고 말했다.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사파이어 색으로 빛나는 엄하영(패션디자인과 박사과정)씨의 ‘The Days(그날)’가 영롱하게 자리잡고 있다. 얇은 메추리알 판으로 만들었지만 강렬하게 빛나는 푸른빛의 옷은 여전사의 갑옷처럼 느껴진다. 엄씨는 “힘들고 치열한 환경 속에서 방어기제를 세우고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는 제 자신의 모습”이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또한 “볼록한 모양 하나하나에 저의 소망과 염원이 담겨있다”며 “이를 통해 소통과 위로를 교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예대 원인종 학장은 “이작주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갈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작가를 양성하고자 한다”며 “작품 수준이 높은 학생들에게 전시기회를 줘 미래 작가로서의 활동을 격려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전시를 관람한 박채현(건반·16)씨는 “일상에서 잠깐 벗어나 차분하게 작품 감상을 즐길 수 있었다”며 “평소에 잘 접하지 못했던 예술작품들을 교내에서 관람해서 좋았다”고 전했다. 이어 “작품에 대한 해설이 옆에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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