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방 탈출 카페다. 지난해 강남역 근처에 처음 생긴 방 탈출 카페는 불과 1년 사이에 전국으로 확산됐다. 본교 앞에도 올해 한 곳이 문을 열었고, 신촌에만 4~5개의 방 탈출 카페가 있다. 방 탈출 카페는 2~4명이 한 팀을 이뤄 제한된 60분 안에 미션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촌 곳곳에 생긴 방 탈출 카페를 지나가다 우연히 보고, 호기심에 직접 찾아가봤다. 가게마다 다르지만, 보통 일인당 1만원 후반에서 2만원 초반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시간 당 이용요금이 영화 비용에 두 세배로, 대학생들에게 그리 저렴하진 않은 가격이다. 그렇다면 대학생들은 왜 방 탈출 카페에 열광하는 것일까?
‘헬 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생길만큼 대학생들은 현실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실업률은 나날이 높아져가고, 취업, 연애 등 현실 문제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 대학생들의 비율도 높아져간다. 이를 반증하듯 흡연, 술, 게임 등에 중독되는 대학생의 수도 높아져가고, SNS를 중심으로 ‘스트레스 해소법’이 퍼지고 있기도 하다. 

  방 탈출 카페는 어느 하나에 중독돼 현실을 외면하기 보다는 간접적으로나마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장소다. 제한시간 내 방 안 곳곳 숨겨있는 힌트를 찾아 문제를 풀다보면, 잠시나마 현실의 문제들을 잊게 된다. 그리고 문제를 하나씩 풀다보면 무언가를 해결했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 방 탈출 카페에 5번 정도 갔다는 A씨는 “대학원 학위를 위해 논문을 쓰다보면 스트레스가 많아 초콜렛 등의 군것질을 많이 하곤 했다”며 “방 탈출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리고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난 기분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의 ‘탈출구’로서 방 탈출 게임을 즐긴다는 것은 게임을 푼 경우에만 해당한다. 방 탈출 카페는 적게는 4개, 많게는 8개 정도의 테마를 가지고 있고, 난이도도 상이하다. 인기있는 테마는 컨셉으로 이뤄진 테마로 난이도가 상에 해당된다. 그만큼 미션을 성공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한 시간 내내 집중해서 문제를 풀었는데, 미션을 성공하지 못할 때 다가오는 좌절감도 크다.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어 방 탈출 게임을 하게 된 것인데, 그 곳에서도 탈출하지 못하면 어느 곳에서도 자신이 탈출할 수 없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젊은이들은 현실에서 끊임없이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청소년일 때에는 목표 성적에 도달하지 못하고,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해서. 대학에 가서는 원하는 직장을 얻지 못해서. 또, 결혼해서는 좋은 집을 구하지 못해서.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하는 ‘실패’는 무수히 많고, 우리는 그럴수록 현실의 ‘탈출구’를 찾게 된다. 방 탈출 카페는 음주, 흡연 등의 ‘탈출구’에서 변형된 새로운 우리의 ‘탈출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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