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 총장과 학생들의 첫 면대면 대화가 21일 오후8시 성사됐다. 학생들이 최 총장과 이번 사태와 관련된 전(前) 처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을 처음으로 공식 초청해 대화한 자리였다. 학생들이 주최한 2차 간담회에는 최 총장과 교수 등 약 80명과 학생 약 230명이 참석했다. 첫 면대면 소통의 장이었지만, 경찰 진입과 사퇴문제 등을 두고 최 총장과 학생들은 간극을 허물지 못했다.

  간담회는 ▲감금과 대치 ▲경찰 진입 ▲공문 유출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을 한 뒤, 교수와 ‘간담회 TF(Task Force)팀’(TF팀) 간 질의·응답 위주로 이뤄졌다.
 

△끝나지 않은 학생과 총장의 사퇴 여부 문제
  TF팀은 본교에 직접 보낸 공문이 권성희 변호사의 SNS(Social Network Service)로 유출된 점과 권 변호사의 교수협의회 회장단 및 재학생 고발 사건을 문제 삼으며 학생에 법적 조치를 묻지 않겠다고 했던 본교를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TF팀은 “학교 측이 아무리 학생과 대화하겠다고 나설지라도, 공문유출 및 학생고발 등의 상황에 우리는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는다”며 “총장이 책임지고 사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총장은 “학생들이 상처 받은 것을 알고있고 이에 대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신뢰받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첫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학생들과 더 가까이 소통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며 “앞으로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학생들과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TF팀은 “경찰이 오기 전 총장이 사과했어야 했다”며 “이화의 정신을 위한 것이라면 사퇴로써 사과하면 좋겠다”고 태도를 고수했다.

  총장과의 첫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도 논의됐다. TF팀은 “이화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온전히 내며 사회적 편견에 맞설 수 있는 울타리”라며 “최 총장이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에게 보여준 언행은 오히려 학생을 위협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최 총장은 “첫 기자회견 때 평단 사업을 철회하지 않고 중단하겠다고 말한 것과 당시 상황에 대해 잘 전달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부 교수, 학생들 설득하려 했으나 학생들 입장 고수
  TF팀은 이번 시위에서 벌어졌던 교수와의 대치 상황은 감금이 아니며 7월30일 경찰 투입에 대해 최 총장이 사퇴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A 교수가 “본교가 감금에 대해 오판을 인정한다면 학생들은 태도를 완화할 것이냐”고 묻자 TF팀은 “오판을 인정하면 본관 점거를 해제해달라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 총장이 오판에 대해 사퇴로 책임져야 한다”고 총장 사퇴에 대한 일관된 태도를 보였다.

  B 교수는 “이 자리가 ‘이화의 미래를 위한 간담회’인 만큼 총장 사퇴보다 미래에 대해 논해야 한다”고 지난 일보다 앞으로의 일에 집중하기를 촉구했다. 그러나 TF팀은 “우리의 상처를 알아달라고 이 자리를 만든 것이 아니다”며 “우리의 요구는 오로지 총장의 사퇴뿐이다”고 말했다.

  C 교수는 “멈출 힘이 없던 교수들 대신 학생들이 평단 사업을 멈추게 한 것은 고맙다”며 “여성이 가진 장점인 온유함과 융통성으로 총장이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이 제안에 TF팀은 “여성의 온유함과 융통성을 잘못된 일에 발휘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학생은 교수보다 힘이 없고, 약한 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올바른 일에 대한 주장”이라고 완고한 태도를 보였다.

△학생과 뜻 같이 한 교수, 학생 지지하며 발언하기도
  
총장 사퇴를 찬성하는 교수의 직접적인 목소리도 있었다. D 교수는 “학생들이 경찰투입의 아픔을 겪었는데 어떻게 그 당시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넘어갈 수 있겠느냐”며 “총장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길 기다리고 있다”고 학생들을 옹호했다.

  한 교수는 본교의 잘못된 대처로 사태를 악화한 것을 지적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E 교수는 “미래라
이프 사태 자체는 이렇게 커질 일이 아니었는데 학교의 대처가 장기농성으로 키운 것”이라며 “학생들이 ‘감금’이라는 용어를 쓰지 말라고 요청한지 5분 만에 감금 입장 표명을 밝혔다”고 본교에 대한실망스러움을 표했다. 그는 “총장은 이미 신뢰를 잃었고, 총장이 사퇴한다면 학교의 미래에 대해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화인의 미래를 위해 사퇴를 재고하길 원한다”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면대면 간담회에서도 학생과 교수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못했다. TF팀은 “총장은 이화의 역사에서 도중에 물러서는 선례를 만들 수 없다고 했지만, 우리는 ‘불통과 졸속행정’이라는 총장의 선례를 남길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 총장은 “총장의 임기는 4년이며 현재 2년 2개월 째 맡고 있다”며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서 책임지겠다”고 자리를 물러설 수 없음을 피력했다.

  진전 없는 대화가 오간 간담회에 학생들은 답답함과 허탈함을 토로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송(영문·15)씨는 “총장이 직접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소통이 아닌 설득의 자리가 된 것 같다”며 “그동안 이뤄진 대화와 이번 간담회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본교 교협 자유게시판에는 “간담회를 통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전혀 아니었다”며 참담한 반응의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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