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야에 푹 빠지고 싶은 날 학교 주변 전문 서점에 찾아오세요
한 분야에 푹 빠지고 싶은 날 학교 주변 전문 서점에 찾아오세요
  • 박보경 기자
  • 승인 2016.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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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영화 ‘노팅 힐’(1999)에서 휴 그랜트(Hugh Grant)는 시장 한 쪽에서 여행서적 전문점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 노팅 힐을 찾은 줄리아 로버츠(Julia Roberts)는 서점을 찾았다가 휴 그랜트를 만나며 인연을 이어나가게 된다. 휴 그랜트가 운영한 여행서적 전문점처럼 한 분야의 서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문서점을 이제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독서의 계절을 맞은 이화인들이 색다르게 책을 즐길 수 있는 학교 주변 전문 서점 세 곳을 소개한다.  
 

▲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꾸민 '위트 앤 시니컬' 이명진 기자 myungjinlee@ewhain.net

 

 

 

 

 

 

 

 

 

 

 

 

 

  신촌 기차역 주변, 신촌 지구대 옆 공사 중인 건물은 겉으로 봤을 때는 아무것도 없어보이지만 건물 3층 ‘위트 앤 시니컬’에 들어서면 따뜻한 시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각박한 세상에서 시(詩)가 숨구멍을 트여줄 수 있는 존재는 아니더라도, 여러분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힌트가 됐으면 해요.”

  시집 서점인 위트 앤 시니컬을 운영하는 시인 유희경(36·남)씨의 말이다. 

  서점의 이름은 명사 ‘위트’와 형용사 ‘시니컬’이 합쳐져 문법적으로는 어색하다. 그러나 유씨는 세상을 재치있게 표현하면서도 냉소적으로 사회를 비판하기도 하는 시의 특징이 잘 드러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씨는 서점의 이름을 ‘위트 앤 시니컬’로 정했다.

  위트 앤 시니컬은 카페 파스텔 한 쪽에 있는 조그만 서점이다. 자연광이 들어오는 카페 한 쪽 벽면에 진열된 책들은 카페의 풍경과 어우러져 조화롭다. 고전 시부터 젊은 시인들의 현대시까지 약 1500권의 시집이 서점 벽면에 꽂혀있다. 책장 중 한 곳에는 다양한 시인이 추천한 시집들도 함께 배치돼있다. 

  위트 앤 시니컬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서점 중간에 위치한 탁자 ‘시인의 책상’이다. 유씨는 탁자 위에 매달 다른 시집을 배치한다. 서점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탁자에 멈춰 유씨가 놔둔 시집을 들춰보기도 하며 몰랐던 시인에 대한 정보를 얻어가기도 한다. 

  유씨는 매일 다른 컨셉으로 서가를 꾸미고 독자들에게 시집을 추천한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시집 하나를 꼽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위트 앤 시니컬을 찾아가 유씨와 자신이 좋아하는 책과 영화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보면 적절한 시집을 추천받을 수 있다. 유씨는 시를 읽었을 때, ‘역시 시는 어려워’라는 선입견이 들지 않도록 많은 고민을 해 시를 추천한다. 

  그는 위트 앤 시니컬이 ‘사랑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시를 열성적으로 읽는 것은 아니더라도 시 이야기가 나왔을 때 20~30분은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정도로 시를 읽어주길 바라고 있어요."

  위트 앤 시니컬을 방문한 이지은(21·여·서울시 서대문구)씨는 “예전부터 독립출판에 관심이 많아 이곳을 찾게 됐고 얼마 전 들른 뒤로 계속 방문하고 있다”며 “올 때마다 다양한 시집을 접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 '미스터리 유니온'의 9월 테마인 'Art&Mystery'. 테마 포스터 옆에 추천소설이 비치돼있다. 이명진 기자 myungjinlee@ewhain.net

 

 

 

 

 

 

 

 

 

 

 

 

 

본교 정문에서 신촌기차역으로 가는 길, 수많은 화장품 가게들 사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치고 지나갈만한 좁은 골목이 있다. 그 골목으로 들어가면 추리소설 전문 서점 ‘미스터리 유니온’이 있다.

  “이 책은 고전적인 트릭으로 진행하지만 그만큼 짜임새가 좋아서 추리소설에 처음 입문하시는 분들이 읽기 좋은 소설이에요.”

  20일 미스터리 유니온에 들어서자 서점 주인 유수영(51·여)씨가 손님과 추리 소설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미스터리 유니온은 유씨가 운영하는 추리 소설 전문 서점이다. ‘미스터리 책이 모여있다’라는 뜻의 이름처럼 3평 정도 되는 작은 공간은 약 1600권의 추리 소설로 가득 차 있다. 국내도서뿐만 아니라 독일, 영국, 일본 등에서 온 해외도서들도 마련돼 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나무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미스터리 유니온은 책 냄새와 나무 냄새가 합쳐져 공간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서가와 의자 등 고동색으로 가득 찬 인테리어는 서점을 찾는 독자들이 독서에 몰입할 환경을 마련해준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던 유씨는 올해 7월5일 미스터리 유니온을 오픈했다. “흡입력과 반전, 추리 소설이 갖고 있는 이 두 가지 매력을 사람들이 많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유씨는 미스터리 유니온이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아지트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지금은 생긴 지 얼마 안돼서 사람들이 많이 찾지는 않지만 단골들이 오고 있고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 점점 많이 찾아오고 있어요.”

  미스터리 유니온은 매달 테마를 정해 추리 소설을 추천해준다. 이번 달 테마인 ‘Art&Mystery’에서는 예술과 관련된 추리 소설을 다루고 있다. 유씨는 이번 테마에 속해 있는 소설 중 「검은 수련」을 특히 추천했다. “모네의 그림 ‘수련’(1904)을 모티프로 만들어진 책은 짜임새가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영화 같은 짜임새를 가지고 있어서 읽다보면 소설에 빠져들게 돼요.”

  지나가다가 궁금해서 서점 안을 기웃거리는 사람들도 있었고 추리 소설 매니아가 일부러 방문하기도 한다. 작은 서점에서 유씨는 서점을 찾아오는 손님들과 함께 추리소설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운다. 현재 미스터리 유니온에서 매달 진행하는 행사는 없다. 하지만, 유씨는 회원들이 더 모이고 관계가 형성되면 회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스터리 유니온을 방문한 김태연(21·여·서울시 강남구)씨는 “평소 추리 소설에 관심이 많아 검색을 하던 중 미스터리 유니온을 발견했다”며 “다양한 추리 소설을 한 곳에서 살펴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 커피와 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카페 공간 '문학다방 봄봄' 이명진 기자 myungjinlee@ewhain.net

 

 

 

 

 

 

 

 

 

 

 

 

 

  52번가 뒷골목 끝, 어떤 가게도 없을 것 같은 곳에 ‘문학다방 봄봄’(봄봄)이 위치해있다. 봄봄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커피 향과 함께 책 읽는 소리가 손님들을 반갑게 맞아준다. 

  봄봄은 낭독모임인 ‘북코러스’ 회원들이 주축이 돼 단골손님들이 출자해 협동조합으로 만든 카페다. 2013년 12월 문을 연 카페의 벽면은 다양한 책으로 가득 차 있다. 대부분은 문학 책으로 약 1000여권의 책이 마련돼있다. 이곳에서는 일반 서점에서 구하기 힘든 절판본도 찾아볼 수 있다.

  봄봄은 책과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카페의 한 쪽 구석에서는 봄봄 협동조합 김동규 이사장(48·남)이 핸드 드립으로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오른쪽 벽에는 그 주에 모임을 가지는 낭독회들의 일정이 화이트보드에 빼곡히 적혀있었다. 이곳은 책을 파는 것뿐만 아니라 낭독자들의 소통창구로 이용되기도 한다.

  “독서를 한 작가와 여행을 떠나는 것에 비유한다면, 낭독은 작가와 길게 여행을 하는 거예요. 한 번에 읽는 분량은 적지만 그만큼 책을 깊이 읽을 수 있어요.”

  김씨는 낭독의 매력을 ‘집단 지성의 장’이라고 표현한다. 낭독하며 책을 읽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이를 설명하며 서로의 지식을 넓혀갈 수 있다.

  봄봄에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11개 모임이 낭독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낭독팀은 각각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낭낭스’는 한국 현대 소설을, ‘로맹가리’는 프랑스 작가의 소설을 낭독한다. 낭독 모임에 참가를 원하는 사람은 언제든 문의를 하면 참여할 수 있다.

  봄봄에는 낭독모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도 있다. 봄봄은 서대문구와 협약을 맺어 ‘공유서가’와 ‘휴먼 라이브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공유서가를 통해 서대문구 지역 주민과 상인 그리고 학생들은 회원등록 후 언제든 봄봄에서 원하는 책을 빌려갈 수 있다. 평소 읽고 싶었지만 구하지 못했던 책을 찾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매달 진행하는 ‘휴먼 라이브러리’에는 매달 다른 연사를 초청해 그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이전에는 윤후명 소설가와 서울도서관 이용훈 관장이 연사로 참여했다. 이번 달에는 30일(금) 용산지역사 연구가 김천수의 강의가 예정돼있다. 

  김씨는 봄봄을 ‘쉼터같은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한 거 같아요, 사람들의 삶 속에서 책도 보고 자기도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