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오후3시30분 이화·포스코관 152호에서 '독일 통일 당시 상황 및 이후 정세'를 주제로 특강이 진행됐다. 한스 모드로(Hans Modrow) 구 동독 총리가 학생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김수연 기자 mangolove0293@ewhain.net

“남북한 대립에만 주목할 게 아니라, 서로 다른 가치관에 대한 존중의 자세를 가져야 할 때입니다”

  우리나라가 독일처럼 통일을 이룩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있는 특강이 21일 오후3시30분 이화·포스코관 152호에서 열렸다. 한스 모드로(Hans Modrow)구(舊) 동독 총리가 본교를 방문해 ‘독일 통일 당시 상황 및 이후 정세’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이번 모드로 전(前) 총리 특강은 본교 통일학연구원의 ‘제37회 통일학열린강좌’의 하나로 열렸다. 재학생 및 일반인 약 70명이 참석한 특강에는 독일의 통일 과정부터 바람직한 남북한의 통일 방향까지 제시하는 내용이 이어졌다.

  모드로 전 총리는 구 동독 공산당(통일사회당) 집권 시기 마지막 총리로, 통일 후 독일연방 하원의원 및 유럽의회 의원으로도 활동했다. 현재는 독일좌파당 명예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모드로 전 총리는 동서독 통일 전후의 대내외적 상황과 통일 과정에 대한 얘기로 특강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먼저 동독과 서독의 이데올로기 차이에 대해 언급하며,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를 가졌던 두 나라가 통일한 과정을 설명했다. “서독은 자유 민주주의, 동독은 사회주의의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서로 대립했어요. 한국과 독일은 이런 점 역시 비슷하죠. 남한과 서독은 미국의, 북한과 동독은 중국과 소련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UN은 1973년 9월 동독과 서독의 UN 가입을 동등하게 보고 두 나라가 국제사회에 참여하게 해요. 이 모든 과정은 한국과 참 비슷하죠.”

  이어 모드로 전 총리는 1980년대 동독과 서독의 완화된 분위기를 언급하며, 동서독의 교류가 시작될 때와 한국의 상황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에리히 호네커(Erich Honecker) 동독 국가 평의회 의장이 서독을 방문 했을 때, 동독의 국가가 울려 펴졌던 상황을 회상하며, 그것은 한국의 햇볕정책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동서독이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존재하고 세계가 이를 인정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게 흘러갔어요. 1988년 7월7일 당시 남한 대통령인 노태우 전(前) 대통령은 남북의 통일과 관련해 활발한 남북 교류를 바탕으로 남북 파트너십 형성을 제안했어요. 김일성 위원장은 이러한 남한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죠.”

  그는 현재 독일의 상황을 예로 들며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를 가진 두 국가가 통일 이후에 겪는 현실적 어려움에 대해 설명했다. “통일이 된지 25년 이상이 지났지만 동독은 지금도 경제적으로 서독에 의존하고 있어요. 또한, 동독 주민의 사회적 권리는 서독보다 낮고, 국가도 그들의 생활수준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죠. 동독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 중 하나는 1990년 6월에 시행된 동독의 서독 마르크화 도입이라고 할 수 있는데, 화폐 통합이 구 사회주의 국가와의 무역을 어렵게 했기 때문이에요. 이 사태는 이데올로기가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서로 가까워지게 하
는 것을 얼마나 어렵게 하는 지를 잘 보여주죠.”

  그는 독일 통일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이 통일을 위해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태도에 대해 조언했다. “남북한이 이데올로기적 대결구도에서 벗어나 상호 화합하는 길을 단계적으로 준비해야 해요.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상호 협력도 필요하죠.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 독일 통일과 한국 통일의 여건도 달라졌지만, 오늘날의 젊은 세대가 진심으로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은 여전해요. 이와 함께 통일 실현 후에도 정치, 경제, 문화 등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호 존중해야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자유와 평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는 통일을 경험한 입장에서 남북한의 통일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를 제안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그는 “제3자의 입장에서 여러분에게 조언하는 게 조심스럽지만, 우리는 통일 문제에 대해 같이 생각해볼 수 있어요. 독일 통일의 경험에서 몇 가지 기초적 요소가 통일 후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요. 그 기초 요소로는 국유재산의 민영화를 위한 정치적인 조건, 서로 다른 사회조건 속에서 자란 사람들 간의 상호 존중, 정치적 다원성과 정치·경제·학술 분야 파트너간의 존중, 바람직한역사 개념 등이 있어요.”

  모드로 전 총리의 연설 이후에는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이수수(국제·12)씨는 “지금 현재 국제적 정세를 봤을 때 평화 통일이 가능하다고 보는지 개인적 의견이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모드로 전 총리는 평화 통일을 위해서 모두 함께 답을 찾아가기 위해 이성적이고 정치적으로 통일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독일 통일 당시에는 당사국인 동독과 서독 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등의 주변 국가도 함께 통일을 위한 대화를 나눴어요. 마찬가지로 한국의 통일을 위해서는 남·북한 뿐 아니라 북아시아에 있는 나라들이 서로가 만나서 대화를 나눠야 해요.”

  본교 통일학연구원 김석향 원장은 “오늘 강의와 토론을 통해 학생들이 통일은 어렵고 힘겨운 일이며 복잡한 현실을 잘 극복해야 이뤄낼 수 있는 과제지만, 그만큼 값진 목표라는 점을 인식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