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인데 너는 어디 안 가?” 동아리 사람을 만나든, 중학교 동창을 만나든 방학을 맞은 나에게 많은 사람들이 던졌던 질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종강을 맞은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이런 말을 들었으리라 생각한다. 여행, 물론, 좋다. 다양한 나라를 다니며, 그 나라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언어를 연습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좋은 경험이다. 

  문제는 여행을 가지 않으면 경험이 부족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사회다. 방학동안 학교 공부, 어학에 매달렸던 나를 보며 사람들은 ‘불쌍’하다고 말한다. 여행을 가지 않는 사람은 불쌍한가? 여행을 가지 않았다고 해서 풍부한 경험을 쌓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여러 활동을 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이런 경험들로도 충분히 멋진 스토리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이 사회는 한국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을 평가절하 한다. 기업들은 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을 소위 ‘글로벌 인재’라 칭하며 선호한다. 이런 기준은 금전적 여유나 시간적 여유가 없어 한국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글로벌하지 않은 사람으로 만든다. 사회는 길어야 두 달의 여행을 갔다 온 사람들을 보며 많은 경험을 했고 외국에서 잘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사회적 기준은 외국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남들에 비해 뒤쳐진다는 불안감을 심어준다. 그리고 이런 불안감은 억지로 시간을 내고 빚을 내서 원하지도 않는 여행을 가게 만든다. 이는 자신이 원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준에 맞추기 위한 여행이다. 즐기는 여행이 아니라 즐겨야만 하는 여행이다.

  여행은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 가는 것이다. 사회의 기준에 등 떠밀려 갈 필요는 없다. 돈, 시간이 없어서 혹은 다른 이유 때문에 여행을 가지 못한다고 해서 불행한 것은 아니다. 남들이 정한 기준에 맞추는 여행보다는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한국에서도 내 길을 찾아나가는 것이 진정한 인재라고 생각된다. 

  여행을 갈 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목적에 맞게 가는 여행이다. 남들이 모두 가는 곳이니까, 남들이 즐기러 가니까 내가 그 곳에 갈 필요는 없다. 여행의 목적은 내가 즐기고 마음의 안정을 얻는 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중간고사가 끝나고 짧은 국내 여행을 갔다 오려 한다. 글로벌한 사람이 되기 위한 여행도 아니고 경험을 쌓기 위한 여행도 아니다. 개강한 후 중간고사까지 계속해서 달린 내 삶에 짧은 휴식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서 떠나는 여행이다. 

  여행이 ‘글로벌’하고 ‘즐길 줄 아는’사람의 기준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험을 쌓기 위해서 여행을 가는 것은 진정한 여행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정한 목표를 위한 여행이 아니라 ‘여행을 위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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