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관 점거농성이 장기화되면서, 교내 학생 주최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최은혜 총학생회장 외 2명이 점거농성 중 감금죄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는 등 학내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밝은 분위기의 행사는 학내 분위기와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박서현(커미·15)씨는 "본관 시위에 대한 외부의 관심은 사실상 많이 식은 상태인 것 같다"며 "학생 개인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외부의 관심 환기를 위해서라도 단체 행사는 자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내 행사논란, 개강과 함께 시작
  개강 다음 날인 지난 2일, ㄱ학과는 타대와 공동으로 개강파티를 진행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학내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처사라는 구성원들의 비난이 잇따랐다. 5일, ㄱ학과 학생회는 여론을 수용해 본교 커뮤니티 사이트 이화이언(ewhaian.com)에 “상황의 장기화를 예측하지 못하고 시일을 미루지도, 약속을 미처 파기하지도 못한 점에 죄송하다”며 “본 행사에 참여한 인원 모두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또한 행사를 당일에 취소한 경우도 있다. 모 단과대학 소속 동아리 ㄴ과 ㄷ은 지난 6일 공동으로 일일호프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두 동아리는 동아리 활동을 위해 7월13일부터 계약금을 입금하고 대관을 마쳤다. 하지만 행사 직전인 7시20분 경, 일일호프를 취소했다. 본교 이름과 해당 단대의 이름을 내건 홍보 유인물 사진이 이화이언을 통해 퍼졌고, 이에 대해 학내가 혼란스러운 상황에 학교 이름을 걸고 즐기는 분위기의 행사를 홍보한다는 것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다음날 7일, 해당 동아리는 이화이언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들은 “일정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위약금 문제가 크게 다가와 행사 강행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며 사과했다.

△ 총학생회, 학생총회 성사 위해 행사 미루기도
  총학생회(총학)도 21일~22일 예정됐던 ‘2016 해방이화 인권문화제 라라페’(라라페)를 일주일 뒤인 28일~29일로 연기했다. 라라페는 총학과 자치단위연합회(자단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로, 이화인들에게 다양한 범주의 인권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계획됐다. 최 총학생회장은 “지난 7월 인권문화제 기획단을 꾸린 이후 현재 홍보물과 책자를 제작 중”이라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학생총회가 의결된 이후 이화인들이 총회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연기했다”고 말했다.

△ 축제 분위기 행사, 학내 분위기 고려해 연기
  학내 분위기와 맞지 않는 행사를 진행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학생회 및 동아리가 생겨나자, 여론을 의식하거나 오늘 열리는 학생총회 준비에 전력을 다하기 위한 연기 움직임이 일어났다.

  인문과학대학(인문대) 학생회는 이번 달 말 인문대 축제인 ‘기린제’를 진행하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학생총회 준비와 총회가 성사될 경우, 2주간 진행될 공동행동을 위해 ‘기린제’를 10월 초로 연기했다. 축제분위
기의 행사를 즐길 수 없다는 이유와 함께 오늘 열릴 학생총회에 전력을 다하기 위해서다.

  또한, 행사 규모도 대폭 축소하고 현 시국에 맞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인문대 여주은 공동대표는 “현 학내 분위기에서 즐기는 행사는 옳지 못하다고 생각해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런인문’(보물찾기을 제외한 모든 프로그램을 폐지했다”며 “인문인을 모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생각하다가 가장 인문대다운 ‘백일장’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회대 사회학과는 9일~10일 예정됐던 학과 총 MT를 연기했다.

△여론 의식해 아예 행사 취소하기도
  한편, 연기에서 나아가 행사를 아예 취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4일 과학교육과(과교) 소모임 '미인계'는 이화이언에 글을 올려 9일 예정된 일일호프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미인계 운영진은 “교내의 상황에 맞지 않는 결정으로 많은 학우분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며"학교 이름을 건 페이스북 홍보도 빠르게 내리고 있다"고 사과했다.

  과교 학생회는 개강총회와 중간고사 이후 개최될 예정이었던 운동회를 취소했다. 과교 학생회 측은 “학내 여론 상 즐거운 분위기의 개강총회와 운동회를 개최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며 행사 취소 이유를 전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