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학당 장명수 이사장이 학내 사태와 관련해 이사회가 총장 해임을 논할 수 없다는 입장을 8일 밝혔다.

  시위 시작 43일 만에 처음으로 공식적인 목소리를 낸 것이다. 장 이사장은 이날 이화의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메일을 보내 ‘이사장의 편지’를 전했다. 이 편지에서 장 이사장은 “총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서명한 교수들의 어려운 선택도 받아들이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사퇴 서명에 동참하지 않은 교수들이 80%가 넘는 상황에서 이사회가 총장의 해임을 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평생교육단과대학 사업(평단사업) 설립 추진과 시위 대처 과정에서 총장의 잘못과 실수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총장 사퇴로 인한 혼란보다는 총장 스스로 이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대다수 교수들의 생각이라면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그는 그동안 이사회의 입장표명이 없었던 것에 대해 “재단은 학교운영에 대한 간섭이나 개입을 최소화하고 대학의 자율권을 존중해주는 것이 우리 시대 사회적 합의이며 이사장으로서의 평소 소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총장 선출과정에서 교수 중심의 추천위원회가 총장 후보 2명을 선정하고 이사회는 이 중에서 총장을 선임하는 만큼, 총장 해임은 총장후보 선출에 참여했던 구성원들의 동의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이사장은 “새로운 시위문화를 만들어 내며 평단사업을 백지화시킨 학생들은 이미 ‘승자’”라며 “총장 사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거리로 나아가 투쟁하겠다는 것은 값진 승리를 퇴색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화는 “투명하고 정직하고 깨끗하게 일해 온 학교”라며 “이제 선배들과 스승들을 믿고 그 무거운 짐을 나누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번 갈등이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이화를 사랑하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분열보다는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기를 당부했다. 장 이사장은 “이화를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신뢰해야 한다”며 “왜 오늘과 같은 사태가 왔는지 함께 자책하며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이사장의 입장 표명에 학생들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정나영(사과·16)씨는 “이사회가 생각하기에 졸속행정의 정점을 찍고 학내에 경찰 병력을 투입한 총장이 질 수 있는 사퇴 아닌 적절한 책임은 무엇이냐”며 “지금 이사회의 입장은 어쩌면 침묵의 연속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폭력 사태에도 책임지고 반성할 줄 모르는 반복되는 학교 당국의 어리석음이 부끄럽다”고 이사회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간 학내에선 이번 사태와 관련한 이사회의 입장을 촉구하는 구성원들의 요구가 이어졌다. 본교 교수협의회(교협)은 8월25일 장 이사장을 향한 공개질의서를 발표했고, 점거농성 중인 학생들은 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 사태 해결을 위한 이사회의 행동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본교 시위를 두고 장 이사장의 편지 외에도 총동창회 북미주지회연합회, 단과대학(단대) 학장 등이 성명서와 편지를 발표했다. 8일 총동창회 북미주지회연합회는 본관 점거농성을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으며, 단대 학장들도 “학생 여러분은 우리 학장들과 함께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이화의 미래를 같이 만들어 가기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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