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팍팍해지면서 일상의 행복을 강조하는 글들이 많아졌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의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으라고 말한다. 매일 가는 길을 새로운 눈으로 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모르고 지냈던 익숙한 것들의 냄새를 느껴보라고. 비오는 여름 에어컨 아래에서 먹는 수박, 지친 몸을 끌어안아주는 보송보송한 이불, 이 모두 잠시의 행복을 느끼기에 충분하다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때때로 우리에게는 이런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사실 일상은 늘 그렇듯 똑같이 반복된다. 공부를 하고 돈을 벌고, 모두 매일 매일 같은 생활을 쳇바퀴 굴리듯 반복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익숙한 것들로부터 새로움을 느끼는’ 행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가끔 느끼는 ‘에어컨 아래의 수박이나 보송한 이불’과 같은 휴식에서 오는 행복은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버려 우리에게 힘든 현실을 버틸 힘을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일상으로부터의 도피가 필요하다.

  나는 일상으로부터의 도피를 자주 계획한다. 크게는 방학을 맞아 계획한 여행과 가을의 페스티벌, 작게는 가끔 잡히는 친구들과의 약속, 추석 등이 있겠다. 도피를 앞둔 나는 1주일 동안 열심히 공부를 하고 과제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한다. 열심히 살면서 기다리던 그 날을 앞둔 전날 밤의 설렘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날이 되면 누구보다 재밌고 신나게 순간을 즐길 수 있다. 다시 일상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사람의 하루는 너무나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치열하게 살다 맛보는 도피의 즐거움은 끊기 힘들다.

  이러한 도피가 의미 있는 이유는 그 자체가 주는 달콤함뿐만 아니라 그 순간을 생각하고 계획하면서 버틸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공부나 아르바이트, 모두 하기 싫은 것들이다. 하지만 다음 주에 있을 친구들과 의 약속, 곧 있을 페스티벌과 겨울의 여행을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그렇게 하기 싫던 일들이, 일상에서 탈출해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음악을 듣는 모습이나 여행 계획을 짜놓고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를 기다리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신기하게도 견딜만 한 것이 된다.

  우리에게는 일상으로부터의 도피가 필요하다. 일상에서 충분한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면 도피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우리 대부분은 한 번씩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진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을 찾을 필요가 있다. 해외여행처럼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좋다. 어쩌면 주말에 혼자 조용한 카페에 가서 영화를 본다는 작은 계획도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주중의 일상을 버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상이 너무 팍팍하고 힘들다면 이번 학기에는일상으로부터의 도피처를 한 번 만들어보는 것이 어떨까.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