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라고 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도 이제 옛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인간이 오히려 감성적 동물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꼭 합리적인 선택만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성 이외에여러 요소에 의한 선택을 하고 행동을 한다.

  2년 전에 유행했던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단순히 ‘기부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대신 자신의 머리 위로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재미있는 행동을 함으로써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같은 메시지를 넓게 전달할 수 있었고, 너무 재미만을 추구하여 본질을 잃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는 달리 루게릭 병에 대한 인식도 높이면서 실제로 기부금을 한화로 약 천억원 이상 모으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다른 예시로 석촌호수에 띄워졌던 러버덕이 있다. 네덜란드 설치미술가 플로렌테인 호프만은 2007년부터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거대한 러버덕을 물위에 띄우는 설치미술을 해왔다. ‘Spreading Joy Around the World’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히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서 시작한 설치미술이다. 우리나라에 러버덕이 입성했던 한 달 간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란 오리 풍선을 보러 석촌호수로 모여들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머리에 얼음물을 굳이 뒤집어쓰고 기부를 하는 것보다 그냥 기부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거대한 러버덕을보러 석촌호수까지 먼 길을 가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비합리적인 행동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기로 선택한다.

  인간은 놀이하는 동물, 다른 말로 ‘호모 루덴스’다.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많은 특성 중에는 재미를 찾고 문화를 생성하려는 욕구가 있는데, 우리의 행동을 유발하는 요인 중 ‘재미’는 생각보다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와 러버덕 프로젝트는 이러한 인간의 본질을 잘 이용하여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해냈다.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할 때나 누군가를 설득할 때는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재미의 요소를 염두에 둬 어떻게 보면 실없어 보일 수도 있는 돌파구를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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